[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강원 정선군 무 농가 심재룡 씨

인건비 두 배 가까이 상승
코로나로 농산물 소비 위축
가격 떨어져도 ‘정부 뒷짐’
3700㎡ 무밭 그냥 썩어가

강원도 정선군에서 농사를 짓는 심재룡 씨가 인력부족과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수확을 포기한 무 밭을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에서 농사를 짓는 심재룡 씨가 인력부족과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수확을 포기한 무 밭을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려했던 인력부족과 농산물 가격 하락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농업인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에서 2만1000㎡ 규모의 농사를 짓는 심재룡 씨는 수확을 포기한 3700㎡ 규모의 무밭을 둘러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소비부진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시장 가격보다 출하 비용이 높아지자 출하를 포기하고 애써 키운 무가 밭에서 썩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말에 영농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씨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해 인건비가 상승하고, 경기 부진으로 농산물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하락해 농업인들이 가장 큰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는 올해 1756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입국한 것은 200명도 안 된다. 양구군에 193명이 입국했지만 이들 중 137명이 무단이탈하면서 혼선을 초래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자 중간 소개업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농촌의 인건비는 지난해까지 여자 기준으로 8만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최고 18만 원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농사로 수지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농업인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에도 농촌 인력난은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1일부터 양구, 홍천, 원주, 철원 등 강원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년 농번기에 농촌에서 일할 내국인을 모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원자가 단 1명도 없다.

홍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비교적 쉬운 공공근로사업 등 다른 일자리사업이 많다 보니 농촌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심씨는 “농촌의 인력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방역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허용하고, 격리장소와 비용을 지원하면 해소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생산한 농산물을 팔지 못해 원초적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대한 피해 보상 조치가 전혀 안 되는 것도 농업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 받는 전 국민에게 재난기금을 지원하고 경기위축으로 영업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손실금 보존을 위한 기금을 지원했다.

지난 7월 24일 국회에서는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의 재난기금을 지급하고 178만명이 넘는 소상공인들에게 업소 당 최대 4000만원까지 손실 보상금을 지원하기 위한 34조9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상당수 소상공인이 식당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매출부진으로 식재료 소비가 줄면 농산물 소비가 줄고 농업인들의 소득이 주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손실보상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재룡 씨는 “코로나19로 인력난은 심해지고 농산물소비 부진으로 가격은 하락하는 등 농업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전무하다”며 “유력 대통령 후보들이 소상공인들에게 50조에서 100조까지 재난기금을 지원하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농업인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적인 식량난이 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인력부족과 가격 하락으로 영농의욕이 꺾여 생산에 차질이 일어나면 심각한 사회혼란이 야기 될 수도 있다” 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정선=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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