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도시지역 결식률 86.8% ‘농촌 6.5배’
배고픔에 음식 훔치거나 쓰러지지 않게
국가·사회가 국민 존엄 지켜줘야

‘쌀 사먹게 2만원만,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이라는 지난 ‘11.3.자 프레시안’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전해진 안타까운 내용은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배제, 배고픔’의 현실을 엄중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던 청년, 신체적 편견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청년, 해고된 공장 노동자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던 청년, 그러나 가족과 지인들의 관계망도 끊긴 청년’이 청년이 전신 마비된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기에는 그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청년은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청년은 아버지 간병에 필요한 ‘죽과 기저귀’는 물론 ‘본인의 변변한 한 끼’ 해결도 어려웠습니다.

‘쌀 사먹게 2만원이라도 빌려줄 수 있을까요?’. 휴대전화가 끊겨 전화도 걸 수 없는 청년이 삼촌에게 남긴 문자입니다. 막막함, 좌절감, 무능감이라는 절망 속에 청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외쳤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청년의 절망적인 절규에 손도 내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자리를 잃거나, 예기치 못하게 다쳐 일 할 수 없거나, 그래서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굶주림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먹거리는 필요합니다. 기초생활수급과 같은 최소한의 생계급여도 긴급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을 포용하는데 한계가 큽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무료급식소마저 문 닫자 배고픔에 음식을 훔치다 걸린 ‘코로나 장발장’도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식품지원 정책을 보강했습니다. 기존에 시행하던 먹거리 지원정책(보충영양프로그램, 학교아동급식프로그램 등)의 지원방법과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운영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의도입니다. 유럽연합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극빈층 지원제도를 늘리고 있습니다. 극빈자 지원기금을 활용해서 식료품 지원은 물론 사회적 지원까지 늘리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도 불가피한 어려움에 직면한 이웃의 ‘배고픔’을 보듬기 위한 대책을 긴급하게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취약계층 먹거리 긴급부양’에 관한 사회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국민 모두는 긴급한 상황에 직면하여 ‘먹거리 수급권’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보장 수급권과 같은 맥락이지만, ‘먹거리 긴급 수급권’은 더 진보한 개념입니다. 그야 말로 긴급한 상황에서 일정 기간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긴급 대책입니다. 최소한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입니다. 물론 정책의 영역에서는 대상자, 서비스, 제공기관, 추진체계 등 실무적인 사항들도 내실있게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식사배달 서비스 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청과 심사과정으로 정작 필요할 때 도움받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건강영양실태조사를 분석해 보면, 우리 국민의 결식률(결식을 1회 이상 경험한 사람)은 10명중 3명이 넘습니다(원자료 이용가능 최근년도-2019년).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해 보니, 도시지역의 결식률(86.8%)이 농촌지역(13.2%)보다 6.5배가 넘습니다. 연령별로도 20대~50대가 다른 연령보다 결식률이 높습니다. 여기에 60대 이상의 고령 어르신들은 식생활 형편 때문에 먹거리 부족을 느끼는 비중이 14%~28%에 이릅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배고픔에 음식을 훔치거나, 쓰러지는 극단적 상황을 우리 사회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의 ‘존엄’을 국가와 사회가 지켜가야 합니다. 우리의 가슴을 때리는 ‘울림’은 우리 사회가 더 촘촘한 돌봄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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