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SNS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성실하게 농사짓는 모습 보여줘야
좋은 댓글과 신뢰 정보 축적이 자산

얼마 전 고구마 10kg 한 상자를 한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했다. 택배를 받아보니 선별이 전혀 안되어 크기들은 각각이었다. 게다가 상자에 담긴 고구마들은 상처투성이였다. 이는 다른 구매자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엉터리 고구마를 받은 구매자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구매자들은 그 고구마를 보고 한참을 정말 즐겁게 웃었던 것 같다. 또 어떤 분들은 판매한 농부에게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을 해주었다. 고구마 농부는 그런 고구마를 100여 박스나 팔았지만 반품이나 교환 등을 요구한 분은 못 본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하는 귀농 3년차 청년 창업농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 청년농은 여자 혼자의 몸으로 3년 전 농촌에 내려왔다. 농업 창업 자금 3억을 빌려 땅을 사고 하우스를 지어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딸기 농사가 서툴러 돈이 안되자, 빚을 갚아야 하니 돈 좀 더 벌어보겠다고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시도했던 것이다. 

그렇게 고구마 농사짓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여주는데 항상 실수 연발이다. 고구마가 아닌 고구마 줄기만 풍성하게 키우기도 해서 고구마가 제대로 달릴지가 걱정되기도 했다. 기계로 고구마를 수확하는데 캐어진 고구마들은 반토막들이 나있다. 본인은 자신이 실수할 때마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수확 후에도 고구마를 제대로 상품화 해보겠다고 선별하다가 힘들어서 나가떨어진다. 그러자 유튜브의 그 청년이 운영하는 채널 구독자들은 고구마를 선별하지 말고 팔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선별도 안한 고구마를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를 했던 것이다. 

상품성이란 것이 있는지 모호할 정도였지만 100박스가 넘는 그 청년농의 고구마는 1시간 만에 완판되었다. 필자도 정말 재빠르게 움직여서 가까스로 샀다. 구독자들이 모두 사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완판 이후 배송하면서 더 큰 사고를 친다. 고구마를 말리지도 않고 내용물보다 훨씬 큰 박스에 완충재도 없이 넣어 택배로 보냈던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실거다. 상자 안에서 고구마끼리 구르고 부딪쳐 껍질이 까지고 상해서 배송되었다. 그렇게 선별도 안되고 상자 안에서 배송하다 서로 부딪쳐 다 망가진 고구마가 결국 배송되었던 것이다. 이제 그런 고구마를 받고 왜 즐겁게 웃었는지 이해가 되실까?  그 진지하게 좌충우돌 하는 청년농이 사고친 고구마를 직접 보았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 고구마는 상할까봐 좀 귀찮았지만 한 번에 구워서 냉동시켰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필자의 마음 같았던 것 같다. 그 청년의 유튜브 채널의 댓글을 보아도 다 까진 것을 문제 삼아 욕하거나 반품을 요구했던 분은 거의 못보았다. 상품화와 배송방법을 조언해 주는 분들만 가득했다. 그 고구마 농사와 판매의 마지막 백미는 또 있었다. 나중에 정산해보니 선별도 안되고 엉마으로 배송한 고구마를 정상가격에 팔았지만 결국 손해를 본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그 농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었다.

요즘 온라인 거래를 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져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할인과 광고 없이는 판매가 안되고, 할인과 광고를 하면 판매는 되지만 비용이 많아 소득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농식품의 온라인 거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 시대에서는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했다. 그래서 품질과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그렇지 않다. 일단 상품을 볼 수 없으니 품질 판단이 안된다.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요인은 두 개다. 판매자에 대한 다른 소비자들의 댓글과 판매자가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SNS정보 뿐이다. 즉, 오프라인에서는 상품을 팔려고 노력해야 한다면 온라인에서는 나를 판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처럼 상품을 팔려고 하면 무한한 가격경쟁과 광고 경쟁 속에서 헤메게 될 수밖에는 없다.

온라인에서 나를 잘 판매하려면 꾸준히 고객의 좋은 댓글을 모을 수 있게 노력하고 나의 SNS를 잘 활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있는 내 상품에 대해서 알고 싶어 내 SNS를 찾아왔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추천한다. 유튜브는 더 좋지만 품이 너무 많이 든다. SNS라고 별것 없다. 내가 성실하게 농사짓는 모습만 가끔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소비자의 관심을 얻고, 5년 10년이 쌓이면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 되는 것이다. 위의 고구마를 팔았던 청년 농부처럼 말이다. 

이미 온라인 거래가 중심이 된 시대다. 이 시대에서 내 상품이 제값을 받으며 팔리는 그 비밀은 농식품의 품질 뿐 아니라 함께 SNS를 구축한 나의 모습임을 알고 함께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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