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활용도 낮은 탓 수급 불안…수입 쉬워
등급제·축산물 이력제 도입 관리해야
소비자 신뢰 제고, 논란 차단도 가능

최근 배달로 주문한 곱창에서 소의 배설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리뷰가 보도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해당 음식을 주문한 작성자가 올린 사진을 보면 곱창안의 이물질이 동물의 분변과 비슷하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네티즌은 곱창 내 이물질을 뱉어 봤더니 속눈썹 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어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배설물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도축 부산물에 대한 불신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도축장과 도축환경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된 현재에도 이런 논란들이 재연되고 있는 부분은 참으로 안타깝다. 실제로 가축의 분변에서 미생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수준일 정도로, 분변에는 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축의 도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오염은 대부분 분변오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소화물과 분변을 함유하고 있었던 내장은 미생물 오염에 매우 취약하고 고기보다 유통기한이 현저하게 짧다. 예컨대 도축장에서 반출된 내장 부산물을 3~5℃ 조건에 저장한다면 하절기의 경우 사흘 이상 저장하기 힘들 정도로 유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한 내장 부산물은 이취가 심하기 때문에 내장을 안팎으로 뒤집어 수차례 세척하고 가위질을 하지 않으면 유통하고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곱창에서 분변이 나오거나 배설물이 나왔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만약 배설물이라면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부산물 관련된 문제는 축산업계의 최대 현안 문제 중에 하나다. 현재 도축 부산물 관련 주요 문제는 부산물 수급 불균형, 가격결정 구조, 유통 구조의 투명성, 부산물의 위생과 품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곱창을 먹던 연예인 한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 곱창의 일시적인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부 중소규모 곱창업체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외국산으로 구매선을 변경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말이 무성했다.

이렇듯이 일시적인 계기 하나에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부산물의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물의 수급 불안정은 가장 크게는 국내산 부산물의 활용도가 매우 낮고, 단가에 비해 품질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값싼 수입산으로 대체가 어렵지 않다는데 있다. 사실 국내산 농·수·축산물이 수입산에 비해 품질이나 인식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월등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독 부산물만큼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인식 차이가 크게 없다.

또 한우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인 현재에도 한우에서 생산된 부산물만큼은 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결국 부산물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첫 번째 방안은 결국 국내산 부산물의 활용도를 높이는 길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소 부산물 판매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제한입찰경쟁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부산물 가격 결정체계의 변화와 관련 한우협회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도 소 부산물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고, 품목별로 수의 계약과 입찰 방식을 혼용하는 업체도 있다.

그래서 도축 부산물의 등급제와 축산물 이력제 시스템의 직접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우선 부산물의 취급과 유통을 제도권내로 포함시킬 수 있다. 부산물은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폐기양도 많기 때문에 제도권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다. 특히 축산물 이력제가 안정적으로 시행중인 상황에서도 부산물은 그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등급제와 이력제 시스템을 통한 관리는 결국 부산물의 정확한 수급현황과 위생적인 유통 관리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국내산과 수입산 부산물간의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산 부산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부산물의 위생과 품질을 향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 국내산 부산물의 소비를 확대할 수 있다. 한우는 등급 간 가격 차이가 수 백 만 원 이상이고 수입산 소고기와의 품질에서 비교우위가 확실한데 반해 부산물은 등급 간 가격차이가 별로 없고, 수입산 부산물과 차별성도 크지 않다.

개인적으로 부산물도 수입산 보다 한우 부산물이 훨씬 더 풍미가 있지만 한우 유래 부산물이 수입산에 비해 크게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부산물의 품질·위생 기준에 따른 등급의 차이는 국내산 부산물의 품질·가격 경쟁력을 뚜렷하게 대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는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안전한 부산물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것이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보면 같은 논란도 축산물과 관련된 논란이 다른 농산물에 비해 훨씬 더 파급력이 크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부산물 관련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정부가 부산물을 방치하는 모양새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유통되는 부산물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규제함으로써 부산물 관련 논란이 더는 발생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관리·통제보다 업체 자율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의견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부산물 시장의 불안정성을 시급히 해결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정부의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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