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기획경영본부장

[한국농어민신문] 

농업 후방산업, 훌륭한 미래산업이자
우리농업 우회 지원하는 강력한 수단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잠재력도 충분

모든 산업은 전방산업과 후방산업의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새로운 가치는 이들 산업 간의 거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마치 사슬이 엮인 모습과 같다고 해서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고 한다.

농업 역시 전후방산업의 거래 흐름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농업의 전방산업은 식품과 소재 등 농업생산물을 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후방산업은 종자, 농약, 비료, 농기계, 농자재, 농업서비스 등 농업 활동을 지원한다. 

이론적으로는 산업의 크기와 부가가치는 가치사슬의 뒤로 갈수록 커지게 되기 때문에 특정 산업은 뒤에 위치한 산업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타 산업과의 거래나 외부효과를 포함시켜서 닫힌계를 열린계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를 치료하는 수의사의 매출 총합은 다른 거래가 없다면 목장업의 매출 총합을 능가할 수 없는 것이다.

근래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 총합은 약 40조원 안팎이다. 앞으로도 농업의 부가가치가 40조원에서 크게 확대될 것 같지도 않고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FTA 시대의 농산물 가격은 국제가격을 넘어설 수 없고,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국민 생활 전반과 다른 산업 발전에 부담을 줘서 국가 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 농산물 가격지지보다 농업인 소득지지에 정책의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이야기를 앞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농업 후방산업의 매출총합은 타 산업과의 거래나 외부효과가 없다면 40조원을 넘어설 수 없고, 실제 통계도 그렇게 나타난다. 관련 기업들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 때문에 공격적 투자와 과감한 연구개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토로한다. 최근 스마트농업이 ‘힙(Hip, 유행에 밝은)’해지면서 농기계, 농자재, 농업솔루션 등 전 세계가 농업 후방산업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만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에 머뭇거리는 경향도 짙다.

우리의 농업 후방산업 40조원 트랩(함정)을 넘어서려면 타 산업과의 거래와 외부효과 확대에 출구가 있다. 첫째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농업 관련 시장을 늘리는 것이다. 지하철 역사의 스마트팜, 개별가정의 작물 재배기, 도시농업과 치유농업, 영유아 농업체험 등 일반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일반인의 농업 관련 시장 매출을 확대시켜야 한다.

둘째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농업에너지 전환 등 최근 확대되고 있는 비(非)생산 분야의 농업 후방산업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플랜트, 탄소중립 MRV(Monitoring, Reporting, Verification) 플랫폼, 노지 스마트농업 인프라 정비 등에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도록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는 농업인에 대한 과금 강화이다. 우리 농업도 농업 시설과 장비에 대한 유무상보조는 점진적으로 줄이고 시장 과금은 늘려야 하는 시기가 됐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수출 노력이다. 우리의 신선농산물은 조건 불리 품목이지만 농업 후방산업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강력한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업 후방산업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미래산업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우리 농업을 우회 지원하는 강력한 수단도 될 수 있다. 우리의 농업 후방산업이 40조원 함정을 뚫고 멋지게 비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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