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어떻게 하면 농수산물을 잘 팔지
우리 지역에 사람이 오게할지
‘온라인 판매상’서 해법 찾아보길

롯데마트 울산점을 오픈할 때의 일이다. 당시 고 신격호 회장은 직원들에게 울산 시민들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더 강화하라는 지시를 각별히 내렸다. 울산이 고향인 신 회장의 고향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한다. 덕분에 울산 시민들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롯데백화점 울산점과 롯데마트 울산점 첫 점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설과 서비스가 좀 더 강화됐던 기억이 난다.

사실 신격호 회장처럼 성공한 기업인이 우리 지역과 연관이 있어, 지역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가 우리 지역에 거주까지 한다면 지역에 돈도 많이 쓸 것이고, 우리지역의 상품 판매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인의 시각과 아이디어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상인이 보는 시각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버려지는 동네의 나뭇잎으로 연간 2억 6천만엔(26억원)의 수익을 창출한 일본의 산간마을 가미카쓰조가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나뭇잎은 거름 용도였지만, 상인의 시각으로 볼 때는 요리 장식용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버려지던 것을 상품화한 좋은 예가 있다. 못난이 과일이다. 온라인 판매상들은 도매시장에서 외면받던 못난이 과일이 좋은 상품임을 알았다. 사실 생산자는 생산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무엇이 돈이 되는지를 개발하는 능력은 약하다. 상인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다. 그래서 우리 마을 상품과 관련된 기업인이나 상인이 주변에 있으면, 우리 마을에서 새로운 상품이 계속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 중심 시대에 이런 상인들을 지역에 유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들 소비자가 있는 도시로 나갔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이 시작되었을 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의 가능성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온라인 판매상을 만들고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농가에 온라인 판매교육도 실시했고, 또 온라인 전문 유통상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 전문가인 농민들이 비전문 분야인 온라인 유통까지 할 수 있는 분들은 매우 적었다. 또한 전문 유통인들은 농어촌 마을에 들어가 거주하는 것을 꺼렸다. 온라인 판매상들이 마을이나 지역에 들어가 마을 상품을 팔아 먹고살 수 있을 때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은 공산품 같이 생산자에게 상품을 달라고 한다고 해서, 바로 받아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온라인 유통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졌다. 거의 완전한 상물 분리(상류과 물류의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 무슨 뜻일까? 과거 온라인 판매상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공급업체에서 구매해온 상품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포장해 고객에게 택배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공급업체에서 구매 후 사무실이나 집에서 포장해 택배로 보내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온라인 판매상은 소비자에게 판매만 하면, 도매상이 직접 소비자에게 상품을 보내준다. 게다가 G마켓 등은 G마켓 물류센터에 입고만 시켜놓으면 알아서 배송해 준다. 때문에 온라인 판매상의 상당수는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본 적도 없다. 좋은 상품만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판매만 하면 된다.

상물 분리로 인해 온라인 판매상들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굳이 대도시에서 장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집값도 싸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내려가 온라인 판매상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사업에 필요한 것은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 뿐이다. 실제로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 찾아보면 최근 지역에 내려가서 자연과 레저를 즐기면서 월 천만원 이상 번다는 온라인 판매상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려는 마을이나 지역이라면 이러한 온라인 판매상인 디지털 유목민들을 한 번 주목해보자. 그들은 돈 버는 곳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역 생산자의 상품을 무리하게 싸게 구매해서 마을의 수익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그보다 지역 상품 개발과 판매에 기여하여 지역에서 인정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온라인 판매상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멋진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거주공간, 인터넷 연결, 그리고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유오피스 공간이다. 이 인프라를 공짜로 제공할 필요도 없다. 충분히 돈을 낼만한 온라인 판매상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생산자들과 교류 기회를 마련해 준다면 아마 지역 상품들을 새롭게 개발하고 홍보하면서 판매해볼 것이다. 그것이 상인의 영혼이니까 말이다.

온라인 판매 확대에 관심있는 지자체라면 ‘어떻게 농수산물을 잘 판매하지?’라는 고민을 하면서 도시지역 컨설팅 업체에 돈을 쓰는 일은 하지 말자. ‘어떻게 우리 농수산물을 잘 판매할 사람을 우리 동네로 데려오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디지털 노마드를 즐기는 온라인 판매상을 유치하면 그들은 우리 지역에 돈을 쓸 것이고 우리 지역을 자연스럽게 개발해 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화된 온라인 유통시대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마을과 지역의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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