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정감사에서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면서 곡물비축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농축산물에 대한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산지 온라인경매와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 등을 더욱 확대해 나가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콩 수매비축 기준량 2~4일치
밀도 소비량의 1% 내외 그쳐

▲식량위기, 곡물비축 늘려라=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의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내 곡물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등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필리핀, UAE,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은 자국 내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며 “콩 수매비축 기준량을 보니 중국은 1년, 일본은 2~3개월인데 반해 우리는 2~4일에 불과하고, 밀 의 경우 소비량이 212만톤인데 비해 비축 기준량은 0.47~1.41%인 1만~3만톤에 그치는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식량위기는 언제든 닥칠 수 있어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비축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엔 많은 재원이 들어간다. 일차적으로 기술 집약을 통해 국내 자급률을 높인 다음, 어쩔 수 없이 수입하는 것은 물류비를 낮추고, 또 민간 차원의 비축을 늘리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비축 시설 노후화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국내 비축기지 14곳 중 8곳이 40년 이상 된 노후 창고다. 여기서 9곳은 냉장기능도 제대로 안 돼, 5년 전 1만톤의 농산물을 폐기한 적이 있다”며 “농산물은 생명산업이고, 유럽에선 무기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농산물을 우리도 선진국처럼 2~3년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T는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 정부를 설득시켜야 한다”며 “생산도 중요하지만, 창고에서 잘못되면 한국 농업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농산물 비축·방출 프로세스
농민 예측 가능토록 개선을

▲수매비축·수입비축, 수급조절 효과 있나=이원택 더불어민주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은 “aT는 지난해 수급안정을 위해 배추·무·밀 등 1만4140톤의 국내 농산물을 수매비축 했고, 참깨·콩·팥 등 24만9000톤의 해외 농산물을 수입비축 했다. 또 총 3만4649톤의 국산 농산물을 방출했고, 25만6781톤의 해외 농산물을 방출했다”면서 “하지만 수입비축 품목인 참깨·콩·팥의 도매가격 변동 현황을 보면 참깨 85%, 팥 43%, 콩이 20% 올랐고, 국산 비축품목인 배추는 188% 올랐다. 비축 물량의 문제인지 방출 프로세스의 문제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춘진 사장은 “(비축)시기도 문제고, (비축)양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적절한 비축과 방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공사에서 콩을 수매할 때 어떤 기준이 있을 텐데, 시중가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적게 수매하는 등 들쑥날쑥 한데 아마도 예산 규모에 따라 그런 것 같다”면서 “농식품부와 협의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퍼센트가 떨어지면 얼마를 수매한다는, 농민들이 예측 가능한 수매가 이뤄지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지 온라인 거래 확대할 필요
친환경 농가 판로 지원 늘려야

▲온라인 유통채널 확대 필요=이원택 의원은 “유통개선사업으로 해마다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데 농산물 유통비용률을 감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지불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도매시장 경유 방식은 44.4%가 유통비용으로 소요되고, 농가 수취가격은 55.6%로 나타났다. 이런 유통비용이 특별하게 개선이 안 되고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는 형국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T가 지난해 사과·배·방울토마토 3품목에 대한 온라인 판매 유통비율을 조사했는데, 유통비용률이 33.74% 나타나 도매시장 유통비용률에 비해 10.7%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농가 수취가는 거꾸로 올라갈 것”이라며 “매년 유통개선사업 예산을 들이고 있는데 농민들에게 근본적으로 이익이 되는 유통구조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산지 온라인거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위성곤 의원은 “2019년부터 산지 온라인경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매실적이 도매시장 매출액 대비 0.11%, 115억원밖에 안 된다”며 “온라인경매는 다른 채널에 비해 유통단계를 축소시킬 수 있고, 생산자 판로확대와 출하선택권 확대라는 좋은 측면이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서 적극적으로 확대해 달라”고 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부산 사하구갑) 의원은 “농축산물 온라인 거래가 급증했음에도 오히려 aT의 친환경 농가 온라인 판로 지원 사업은 예산과 대상 농가 수가 줄었다”며 “앞으로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더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배추’ 등 자극적 보도 쏟아져
물가 상승 주범 취급 변화 시급 

▲농산물이 왜 물가 상승 주범인가=‘금배추’와 같이 자극적 언론보도로 농산물을 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아가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국감장에 금색으로 칠한 배추와 계란을 들고 나와 “소비자물가지수 비중으로 따지면 쌀 4.3, 배추 1.5, 무는 0.6에 불과한 반면 휘발류 23.4, 휴대폰요금이 36.1이다. 그런데도 농산물 가격은 조금만 올라도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표현한다”며 “이 문제는 농식품부와 방통위까지 나서 바로잡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대책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밥쌀용 수입쌀에 대한 유통 관리가 더 철저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만희 국민의힘(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올해 9월까지 밥쌀용 수입쌀 공매 낙찰물량은 지난해 전체 물량보다 1만톤 넘게 증가해 연말에는 4만톤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낙찰된 밥쌀용 수입쌀은 국내 저가미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유통형태도 급격히 변화해 식자재마트 등에서 일부 판매되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동네 마트에서와 오픈마켓 등 온라인 유통채널에서의 거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은 “밥쌀용 수입쌀은 가공용 수입쌀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우리 밥상에 실질적으로 파고드는 효과가 있어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한다”며 “국내 쌀 생산농가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밥쌀용 수입쌀의 공매 물량이나 시기 등을 세심하게 조율하고, 원산지 표시 등 철저한 유통관리로 쌀 시장을 보호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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