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소비자 축산물 논란 무감각해지고
과도한 해석은 설득력 잃게 돼
정확하고 객관적 데이터 제시해야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과 적색육의 섭취가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계에 큰 충격을 준 바가 있다.

이에 최근 중앙대 연구팀은 국제암연구소의 발표가 있었던 직후 3년과 최근 3년간 전 세계 언론에 발표된 축산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각종 언론기사와 SNS상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각각 500여건 이상 언론 보도와 SNS에서 기사 1개당 댓글 30여개를 무작위로 추출해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과 부정적이지 않은 댓글의 양상을 살펴봤다. 부정적인 댓글은 ‘축산물을 섭취하지 않겠다’ 같은 내용이 포함됐고, 부정적이지 않은 댓글은 ‘그럼에도 섭취하겠다’ 등과 같은 댓글로 구분했다.

그 결과, 국제암연구소 발표 직후 3년간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약 60~75% 수준을 차지하는 반면 최근 3년간은 부정적인 댓글이 35% 정도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결과는 축산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분석에 인용된 언론 기사의 선택과 주관적인 해석에 따른 차이의 가능성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식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음은 분명하고 이 변화에 미치는 영향들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2008년 4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을 발표했고,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었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이다. 당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었다. 사실 최근에도 광우병이 발생 경험이 있었던 유럽 국가의 소고기가 수입된다는 언론 기사들이 있었다. 물론 과거 광우병 발생 경험이 있었던 유럽 국가에서 생산된 소고기라는 것이지 광우병 소를 들여온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일부국가에서 매우 적은 숫자이기는 하나 광우병 관련 문제들이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당시의 경험으로 봤을 때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광우병 소고기에 대한 일체의 관심이 사라진 듯하다.

2008년 당시 미국에 있었는데 광우병의 위험성은 분명 존재하나 그 실상이 너무 크게 확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을 했었고, 강한 비난에 직면했었다. 당시 위해의 크기와 위해의 빈도수를 동일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해석이라고 봤다. 국내 하루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11명이나 되지만 안전운행에 대한 한국인들의 경각심은 매우 낮다. 최근 10년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 세계 통계를 모두 합쳐도 우리의 하루 교통사고 사망자 수치보다 낮다. 확률적으로 안전운행이 광우병 때문에 정상적인 소고기조차 기피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과 적색육이 대장암의 원인이 된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약 30%의 가공육 소비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도 축산물 소비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기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축산물 소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이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반복되는 위험에 소비자들이 무감각해져 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반복되는 위험에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산물 특히 식육의 섭취가 대장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이제 없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대장암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대장암 위험 때문에 식육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현저히 적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물론 과도한 또는 잘못된 식육의 섭취는 대장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위험도는 전통식품을 비롯한 다른 식품 소재들에 비해 실제로 많이 과장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과도한 위험의 부각은 일시적인 이슈는 되겠지만, 결국 소비자들을 그 위험으로부터 무감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유럽산 또는 미국산 소고기가 우리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그 빈도수는 다른 위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장암의 발병 빈도는 70세 이후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적색육의 섭취가 일명 대장암 발병의 유일한 스모킹건은 아닐 것이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 위험이 너무 과장된 측면 또한 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축산물 논란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보듯이 어느 순간 소비자들은 해당 논란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과도한 해석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그 설득력을 잃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기만적인 프레임은 조만간 폭로돼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만 한다. 동물복지에 반하는 또는 지구 환경에 반하는 축산업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과도한 해석과 무리수는 결국 우리를 그 문제에서 무감각하게 만들 것이다. 광우병과 대장암 사태 등에서 보듯이 반복되는 이슈로 인한 우리의 무감각은 향후 다가올 더 큰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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