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과제 점검’ 연속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미래 농산물 유통·수급 정책 해법’이라는 주제를 놓고 농정과제 점검 토론회가 지난 9일 농업관측세종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으며, 이정환 GS&J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은 유튜브 생중계 캡쳐 화면.
‘미래 농산물 유통·수급 정책 해법’이라는 주제를 놓고 농정과제 점검 토론회가 지난 9일 농업관측세종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으며, 이정환 GS&J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은 유튜브 생중계 캡쳐 화면.

산지-도매시장-소매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정소비용 농산물 유통 정책에서 벗어나 식품제조업 및 외식용 원료 농산물 유통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정식 대체식품(HMR) 수요 증가와 같은 소비지 유통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 또 이 같은 원료 농산물 유통 정책은 대량 거래를 기반으로 해 농산물 수급 정책에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사람과 환경 중심의 지속가능 농업·농촌을 위한 농정과제 점검’ 연속 토론회 네 번째 자리가 지난 9일 농업관측세종사무소(충북 청주시 소재)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는 ‘코로나 시대, 먹거리 보장 및 농산물 유통·수급 정책’. 그중에서도 ‘미래 농산물 유통·수급 정책 해법’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관심을 끌었다.

#유통 환경 변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가정용 신선 농산물 정책 탈피
반려동물 사료 등 원료로 발굴
급식도 중앙정부 차원 접근을

김성훈 충남대 교수는 토론회 발제에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식품 소비 인구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HMR 수요 확대, 온라인 거래 가속화 등을 농산물 소비 및 유통 여건 변화 요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가정소비용 신선농산물에 정책 초점을 두다 보니 유통과 식품을 통합해서 가는 정책을 좀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가정 소비용 신선 농산물 정책에서 탈피해 식품제조업 및 외식용 원료 농산물 유통 정책을 강화해야 하고, 이는 농산물 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사료의 경우를 봐도 사람이 먹는 것 보다 비싼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는 시대다. 추가적인 원료 농산물 정책을 발굴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군납, 공공급식, 단체급식 등도 지금까진 농협이나 지자체에 맡겨 왔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은 식품 원료로서의 유통 정책은 농산물 수급에 있어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농산물 수급의 완충 장치로서 식품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며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은 가정이나 식당으로 가는데 식품산업과 연계되면 대량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수급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조합장은 “전국 주산지 노지채소 재배농가를 보면 초고령화 상태고,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라며 “이렇게 되면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는 전문 유통인을 중심으로 관리를 해나가야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진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기관은 “그동안 453개소의 APC에 지원을 해왔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평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APC에서 물류나 패킹 등 소비지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갖추는지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인산농협 같은 곳은 타 농협의 물량을 묶어 대형마트로 물건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앞으로는 스마트 APC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부분에 지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산물 수급 관리 주체, 정부? 민간?

정부 주도 수매·비축엔 한계
자조금 등 자율적 수급 전환 중 
‘핵심품목은 정부 관리’ 의견도

김성훈 충남대학교 교수는 수급·유통 정책의 구조적 특성을 얘기하며 “수매·비축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가 주도하는 적극적 시장개입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의무자조금이나 주산지 협의체 등과 같은 생산자 자율 조직이 책임을 갖고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두번 째 발제에서 “2000년대부터 정부가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계약재배와 유통구조 개선 등 채소가격 안정화 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소비자 체감은 낮다”며 정부 수급 정책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이에 관해 종합토론에 나선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은 “생산자 조직이 만능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2010년) 배추 파동이 터지면서 물가 관리 때문에 수급 정책 방향이 민간에서 정부 주도로 바뀌는데 지금은 민간에게 맡길 것이냐, 정부가 관리할 것이냐를 놓고 가운데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 판단은 먹거리 수급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기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관리해야 할 핵심품목은 기필코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산지나 시장에 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관리하는 품목은 우리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지역 간 경합이 되는 품목이 될 것”이라며 “그 외 품목은 생산자 조직 등 민간의 역할로 세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도매시장 역할은?

계약재배·시장 예약거래 정착
잘되는 곳 자율성 강화하고
일부 구조조정·기능변경 필요

토론회 참석자들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계약재배와 함께 도매시장 예약거래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옥 연구위원은 채소 수급 조절의 특성을 얘기하며 “생산자 차원에선 생산비 보장이나 목표가격 차액 보전, 최저가격 보전을 강하게 요구하나 재정적 부담 등으로 현실적으론 실현하기 어렵다”며 “또 분석 결과 배추와 무는 기상 변화에 따라 가격변동이 컸고, 기상 변화가 발생했을 때 김치 수입량이 증가하고 이는 배추 재배면적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얘기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생산단계 계약재배가 소비단계의 가격 예약체계와 연계돼 수급이 안정적”이라며 “채소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계약재배와 함께 도매시장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예약형 거래제도가 상호 간 결합 돼야 안정적인 시장가격과 수급에 기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성훈 교수는 “수도권이나 광역 도매시장 등 잘하고 있는 곳은 자율성을 확대하고, 잘 안되는 곳은 관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런 곳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 여러 가지 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도매기능을 잘 못하는 지방 도매시장 같은 곳은 구조조정이나 기능변경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진 농식품부 서기관은 “도매시장의 경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드러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락시장으로 물량이 모였다 다시 내려가는 역물류도 발생해 물류비용이나 신선도 하락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농협 온라인 거래소를 중심으로 비대면 유통 체계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시범사업 결과 적지 않은 물량이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 도매시장의 경우 가격발견 기능이 약해져 있는데, 물류기능을 강화하거나 지역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공간으로써 기능을 전환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태·고성진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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