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앞 릴레이 1인 시위…4인 목소리 들어보니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왼쪽부터)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과 현재용·반종렬·이강섭 씨.
(왼쪽부터)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과 현재용·반종렬·이강섭 씨.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과 춘천의 군납 농가, 반종렬·이강섭·현재용 씨는 지난 10일 새벽밥을 먹고 춘천에서 출발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정문.

4명의 농민들은 국방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추석 명절을 앞둬 한창 바쁜 시기지만 이들이 축사가 아닌 아스팔트 위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방부가 군 급식시스템을 다수의 공급자들이 참여하는 경쟁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군납 농가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 농가들은 자발적으로 국방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4명의 농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은 강원도 내 7개 사단(춘천 1곳·철원 2곳·화천 3곳·양구 1곳)에 한우·돼지·닭고기와 계란·우유 등의 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군납 농가는 약 70곳이다. 장훈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군납팀장은 “국방부의 급식 개편안이 현실화된다면 소규모 농가들이 많은 육계 농가를 비롯해 군납 농가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군납이 중단된다면 농가들은 출하가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춘천지역 농가를 시작으로 진행된 시위는 철원·화천·양구지역의 군납농가들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중호 조합장은 “국방부가 개편안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오는 30일까지 국방부 앞을 비롯해 청와대 분수광장, 국회 정문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지속한 후 코로나19 여건에 따라 대규모 집회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0일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군납 농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부실 군 급식문제 농민에 전가
싸고 좋은 것은 절대 없어 
농축산인들 생존권 걸린 문제”

▲이중호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 조합장=“국방부는 부실 군 급식의 문제를 농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농축산물 공급이 농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대기업의 식품 공급을 위한 개편인지 묻고 싶다.

군납 농가들은 그동안 우수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군에서 한 달에 1~2회 현장 점검을 실시하지만 불합격을 받는 농가가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생산일자가 찍힌 달걀을 공급하고 있다. 그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병들이 아무 때나 시원한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냉장시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여전히 DMZ는 존재한다. 접경지 여건은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군인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ASF·AI 등으로 농가들은 어려움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군납 농가들을 더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오히려 특정 업체·수입 제품을 찍어서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싸고 좋은 것은 절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처럼 군 급식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 국방부의 개편안대로 시행된다면 축산물 수급은 물론 가격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농축산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국방부가 잘못된 개편안을 철회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

“결국 가격 싼 수입산 쓰게 돼
지역 부대 탓 농가들 각종 피해
군납은 그에 대한 보상의 일부”

▲현재용 씨(동산면·양돈 2500두)=“국방부가 부실 급식 면피를 위해 그 화살을 농가들에게 돌렸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들 몫이다. 군 급식 식재료 조달체계를 경쟁체제로 전환하면 처음에는 여론을 의식해 국내산 농축산물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체제는 가격 경쟁을 의미한다. 결국 가격이 싼 수입산을 쓰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제도 변경은 농가를 죽이는 꼴이다. 지역에 부대가 있으면서 농가들은 각종 피해를 봤다. 군납은 그에 대한 보상의 일부로, 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개편안은 접경지역 농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다. 간혹 부실 건설 관련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경쟁 입찰에서 불거진 문제다. 즉, 경쟁 입찰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식품을 고를 때 가격 보다는 우선적으로 품질과 안전, 위생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방부는 농가들이 지금 보다 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군인들은 우수한 농축수산물을 먹고 농축산업과 지역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최상품이 군에 납품될 수 있도록 한다면 군납 식품이 최고라는 인식이 생기는 등 현재 논란이 된 군 급식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열심히 일궈온 군납 물량
대기업에 밀어주려고 해
농가는 물론 축산업 망가져”

▲한우농가, 반종렬 씨(신동면 한우 140두)=“농가들의 군납이 중단되면 해당 물량이 남게 되고 이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잃어버린 농가들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농가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국방부 앞으로 오게 됐다. 나의 생존권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런데 국방부는 농민들이 그동안 열심히 일궈온 군납 물량을 대기업에 밀어주려고 한다. 국방부는 수많은 농민들을 죽이고 대기업만 살릴 것이냐. ASF와 AI 발병 등 어려움 속에서도 농가들은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군납 방식이 경쟁체제로 바뀌면 농가는 물론 축산업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청소·소독
양질의 축산물 공급에 최선
국방부, 이런 노력 외면 않길”

▲한우농가, 이강섭 씨(신북읍 한우 160두)=“지역마다 많은 부대가 있다. 우리 조합은 춘천을 비롯해 철원, 화천, 양구 등에 위치한 부대의 군인들에게 좋은 품질에,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가들은 새벽 같이 일어나서 축사를 청소하고 매주 한 번씩 소독도 하며 축사 내 깔짚도 자주 갈아주고 있다. 가축들이 편한 공간에서 지내고 깨끗한 환경에서 먹어야 양질의 축산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농가들의 이 같은 노력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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