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동물학대 처벌 국민청원에
답변으로 동물병원 규제 언급
수의업계 “동문서답” 지적


수의업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복지 업무 소홀을 지적하고 나섰다. 동물학대 커뮤니티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동물병원 규제를 언급한 농식품부 답변이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하며 부처 내 전문 조직부터 신설하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6일 대한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최근 동물학대 커뮤니티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이 답변자로 나섰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나 처벌 계획,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보단 일반적인 법령 현황을 소개하는 수준의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게 수의사회 주장. 특히 이번 동물학대 사건과는 무관한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반려동물 등록제 및 유실·유기동물 보호 정책 소개 등 답변 시간의 대부분을 정부 정책 홍보에 할애했다고 수의사회는 지적했다.

이를 넘어 수의업계는 정작 농식품부가 동물학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동물학대는 최근 생명으로서의 동물의 독자적 지위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로 여겨지고 있지만 농식품부가 이러한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수의사회는 “동물복지 이슈에 생색내기 식으로 표준진료제를 언급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업무로서 동물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농식품부에 요구한다”며 “사람의 경우에도 보건복지부 내에 보건의료와 복지 업무가 구분돼 있고 이를 지원하는 별도 기관도 있다. 하지만 동물의료에선 지원 기관은 고사하고 농식품부에 전담 조직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회는 이어 “동물에게 기본적인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이 동물보호자와 민간 동물병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거나 불합리한 의약품 유통체계 개선, 의료업에 지원되는 식의 조세 감면 혜택 등을 동물병원에도 적용한다면 별도의 예산 없이도 동물 보호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방역조치 문제 등 반려동물을 넘어 농장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의사회는 “지금부터라도 농식품부가 전문성을 갖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동물보호·복지 업무와 동물의료 업무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농장동물 복지에도 관심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맞는 방역조치를 해야 한다. 과도한 방역조치는 결국 물가 상승을 초래해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유념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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