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8월 20kg 평균 1만1333원
평년 대비 32% 떨어져
31일에는 8000원대로 뚝

출하량 증가세 이어지지만
외식 수요 줄어 소비 감감
명절 소비도 기대 어려워

시장격리 등 대책 마련 시급

고랭지무 출하가 시작된 가운데 도매시장 시세가 평년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더욱이 고랭지무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작황도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가격 흐름은 계속 약세를 띨 것이라는 분석. 산지유통인들은 이렇게 가다간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무 평균가격(20kg·상품)은 1만1333원으로, 평년 1만6695원 대비 약 32% 하락했다. 또 8월 31일에는 무 평균가격이 80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출하가 시작된 고랭지무의 재배면적이 늘었고, 현재까지의 작황도 괜찮은 것으로 파악돼 출하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더 심화할 것이란 지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고랭지무 재배면적은 2729ha, 생산단수는 9651kg(10a당)로, 평년보다 각각 1.9%, 4.6% 증가하고, 예상 생산량은 평년보다 6.6% 늘어난 26만3332톤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준고랭지2기작 무 작황도 생육기 기상여건이 좋아 평년 대비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구매력도 낮아진 상황. 이런 분위기라면 추석 명절 수요도 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대아청과 김명배 기획팀장은 “현재까지 작황은 좋으나 최근 비가 내리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가격 약세가 더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로 외식 소비는 물론 추석 명절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 약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상변수가 있을 수 있어 9월 첫째 둘째 주 산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지유통인들은 기상이변이 없는 한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시장격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지유통 조직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무 가격 폭락 예상에 따른 수급조절대책’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aT에서 비축한 겨울무, 봄무 저장량이 아직 남아 있고, 가공공장의 비축량도 상당해 9~10월 무 가격 폭락이 전망되고 있다”면서 “또 현재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무는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인해 계속 잔품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격리 등 수급조절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로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9월 무 평년 가격이 2만원 가까이 하는데 지금 시세가 1만원 안팎으로 나온다. 여기에 골판지 값이나 작업비 같은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어떨 때는 경매가 끝난 뒤 운임을 보태줘야 할 판”이라며 “수급매뉴얼상 9835원이 ‘하락경계’ 단계로, 이 상태로 가다간 ‘심각단계’에 접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비쌀 때만 비축 물량을 풀며 가격을 낮추는 일만 할 것이면 차라리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편이 낫다”며 “산지폐기나 수매 등이 어렵다면 생산안정제에 참여하는 물량만이라도 출하정지 카드를 꺼내야 한다. 이런 때를 위해 생산안정제라는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승욱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고랭지무의 경우 기상 변동에 따른 생산량 변화가 크다. 지난해에도 8월말까지 생육이 좋다고 했으나 이후 태풍이 오면서 밭이 많이 망가졌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었다”며 “현재로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기상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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