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고성진 기자] 

3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사과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9월로 들어서면서 산지와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추석 대목장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극심한 냉해 피해와 역대급 장마가 이어진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요 농산물 산지 작황은 양호한 편. 하지만 최근 이어진 가을장마로 인해 탄저병과 낙과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배 농장에서는 흑성병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곳곳에서 예민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추석 대목임에도 소비가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과·배를 시작으로 주요 농산물에 대한 추석 대목장 움직임을 점검해 본다. 

홍로 생산량 평년수준
일부 탄저병 피해 긴장
품위 좋지만 대과는 부족
5kg 평균 3만원대 전망


 ▲사과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추석 사과 물량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여름사과인 아오리 판매가 끝나는 흐름이고, 홍로 품종이 주를 이루면서 추석 대목 시세가 잡혀가는 양상이다. 

9월 3일 현재, 대부분 10㎏ 상자 포장 속에 간간히 5㎏들이 선물 포장이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9월 6일 주간부터는 추석을 겨냥한 홍로 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유통 관계자들은 홍로 물량이 평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출하 막바지 작업시기인 8월 중하순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을장마 영향으로 일부 산지에서는 생육 및 품위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 장수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류기행 한국농업경영인장수군연합회장은 2일 “8월 초까지는 작황이 괜찮았는데, 그 이후 비가 계속 내리면서 탄저병 등이 발생하고 잔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과가 떨어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산지 분위기가 예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의 산지공판장 관계자도 “입추(8월 7일) 지나 도장지(웃자란 가지)를 많이 친 농가들의 경우 가을장마(비) 영향으로 사과가 과숙이 되는 일이 왕왕 나타나는 등 등급별 가격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산지 출하 물량은 평년보다 조금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추석 시세는 등급별 가격 차이가 크게 갈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3일 가락 도매시장의 경매가는 10㎏ 상품 기준 평균 3만5303원이다. 물량이 급감했던 지난해보다는 떨어졌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저시세’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홍로 품종이 이번 추석 물량의 9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상혁 서울청과 경매사는 “홍로 작황은 평년 수준이다. 일부 산지에서 탄저병, 낙과 피해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품위는 나쁘지 않은데, 대과가 조금 부족하다. 고품질은 가격이 잘 나오고 있지만, 저품위 물량과 가격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박상혁 경매사는 “추석 시세는 5㎏ 기준으로 고품질 시세는 4만~5만원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고, 평균 시세는 3만원대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추석 이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개시되면서 소비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비가 활발해지면 시세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주서 흑성병 발병
전체 출하량엔 영향 없어
생산 증가 속 소비 관건
7.5kg 3만~3만5000원


 ▲배 =산지 작황은 양호한 편으로, 냉해 피해가 극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강우와 일조량이 적절해 생육이 양호하다는 평가. 다만 나주 지역에서는 일부 과원에서 흑성병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일 나주지역 배 산지를 돌아본 김갑석 중앙청과 부장은  “8월 중하순 들어 배가 많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10개들이 배도 양호하게 출하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작년에 워낙 양이 없었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과 비교할 때 한 25% 정도 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나주에서는 흑성병 피해가 있는데, 이 피해도 발생한 곳은 80% 가까이 심하게 발생했지만, 아예 발생하지 않은 곳도 있어 전체 출하 물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안 지역도 작황이 괜찮은 편이다. 김선균 천안배농협 과장은 “전반적인 작황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천안 쪽은 흑성병보단 냉해와 응애 피해가 있고, 과수 화상병으로 폐원한 곳이 많아 물량이 평년보다 아주 많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문제는 소비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작년 추석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격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올해 산 배 초도 물량은 7.5kg 기준 3만5000원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다. 김태옥 한국청과 경매사는 “가락시장에서는 7.5kg 특품 기준 3만5000원부터 4만200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워낙 높아서 그렇지 이정도면 괜찮다고 가격이라고 본다”며 “다만 올해 배 농사가 풍년인 데다 지금까지 거래 패턴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갑석 중앙청과 부장도 “올해는 태풍도 없었고, 자연재해가 없어 양은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산 배 초도물량은 3만원에서 3만500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는데, 출하 시 작업을 얼마나 깔끔하게 하느냐에 따라 시세 차이가 크게 나는 만큼 산지에서는 이 부분에 유념해 출하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관태·고성진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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