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농사용 전기' 분쟁 현장] 아산아름다운영농조합법인 패소 그후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입장료 수입 많다’ 근거로
2심서 타당 판결 뒤집히면서
대법, 위약금 등 6억원 확정

“화훼온실에 농사용전기를 사용했는데, 과징금 폭탄을 맞았어요. 빚을 내서 6억원을 납부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전기료가 수억원입니다. 6차산업에 대한 좌절감만 남았습니다.”

충남 아산아름다운정원영농조합법인(이하 아름다운정원) 남기중 원장의 하소연이다. 아름다운정원은 화훼 재배온실을 입장료를 받고 관람용으로도 운영했다는 이유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위약금 청구를 받았고,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일반용전기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정원의 농사용전기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다. 우선 한전이 청구한 농사용전기 위약금 조치가 6차산업화로 진행되고 있는 농업농촌에 미칠 영향을 심층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기료 위약금과 소송관련 비용을 떠안게 된 아름다운정원 측면에서는 당장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농업계에 큰 파장이 된 사건이다. 

아름다운정원이 화훼농업으로 일군 6차산업이 전기료 폭탄의 근거로 작용했다. 화훼재배 온실에 설치된 지열히트펌프를 농사용전기로 가동했는데, 입장료를 받고 관람용으로 운영했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가 입장료 수입이 화훼판매보다 많다는 것을 지목했는데, 이는 농업의 6차산업에 농사용전기를 사용하지 말란 얘기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18년 10월. 당시 한전 관계자들이 아름다운정원을 방문해 농사용전기 사용 현황을 조사한 후 그 해 12월 전기사용계약을 어겼다며 위약금 9억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아름다운정원의 상호가 ‘세계꽃식물원’이라는 이유로 농사용전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 한전 측은 전기약관을 들며 일반용전기료 차액과 위약금 등 9억원을 청구하고, 이어 2019년 2월 대전지방법원에 소송도 냈다.  

대전지방법원 1심에선 아름다운정원의 농사용전기가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대전고등법원 2심에선 뒤집어져 일반용 요금을 청구한 한전의 손을 들었다. 이어 2020년 10월 대법원이 2심을 확정하면서 아름다운정원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다만 2심에서 청구액 9억원이 과도하다며 6억원으로 조정됐다. 

앞서 아름다운정원은 1997년부터 화훼온실을 지어 인근 34개 화훼농가와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당연히 농사용전기가 들어갔고, 지열히트펌프가 설치되면서 한전이 농사용전기 용량도 증설해 줬다고 한다. 또한 2011년에는 농사용전기 적합성 조사를 통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시설과 자판기 등을 일반전기로 분리해 전기약관을 어기지 않았다는 게 아름다운정원의 설명이다. 
 

 ▶대법 판결 후 한전은 

농사용전기 공급 조건으로
‘입장료 폐지’ 내걸고
현장점검 등 이유 공급 늑장
두 달간 일반용 전기 적용
전기요금만 수 천 만원 달해

농사용 전기 사용 막히면서
6차산업 농가 자금압박 심화
농업계 파장 확산 우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한전의 횡포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 직후 농사용전기에서 일반용으로 전환된 전기료 청구서가 나왔다. 그러면서 농사용전기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입장료 폐지와 이를 어길 시 최대 5배의 위약처리, 일반용으로 적용된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문서에 대한 서명도 요구받았다.

아름다운정원은 한전의 요구대로 입장료를 폐지하고, ‘화훼농산물 바우처’ 판매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또한 한전 측에 농사용전기 공급을 요구했지만 현장 점검과 담당자 승인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까지 2개월 동안에도 일반용전기 요금을 추가 부담했다. 겨울 난방 때문에 무려 전기료가 5300만원이나 부과됐다. 이후 아름다운정원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전기료 폭탄까지 겹쳐 8월 18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 달간 휴장에 들어갔다.

남기중 원장은 “한전이 농사용전기를 공급한다고 해서 아름다운정원 운영을 간섭할 자격이 있은 것은 아니다”라며 “화훼농산물 생활화를 그리며 운영해 왔는데 농사용전기 약관이 걸림돌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농사용전기 위약금 청구 사례가 종종 들리는데 우리와 같은 피해가 6차산업 농가로 확산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 제언/조성호 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이사장 
“농사용 아닌 농업용전기로 바꿔야”

‘농사’라는 사전적 개념 굴레
새로운 농업형태에 불리
구시대적 용어 개선 급선무

아름다운정원의 변호를 맡았던 조성호 한국농식품법률제도연구소 이사장(법무법인 강남 변호사)은 농업·농촌의 융복합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농사용전기 체계가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한다. 

조성호 이사장은 “정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농업의 6차산업에 주목해 농촌융합산업법을 제정했고, 농촌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높이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의 취지로 보면 6차산업화를 이룬 농가의 주된 경제활동은 1차산업인 농업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1차산업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온실, 과수원 등 농장시설을 체험 등으로 활용할 경우 농사용전기 논란이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성호 이사장은 변화되는 농업농촌에 맞춰 농사용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농사용전기라는 명칭부터 개선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한전의 요금체계에 농사용전기가 공식명칭인데 ‘농사’라는 용어가 법률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고 의미의 해석에서 논란이 존재한다”며 “우리 법에서는 농사가 아니라 농업을 정의하고 있다. 헌법에서 농사가 아닌 농업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농업식품기본법에서 농업이란 ‘농작물재배업, 축산업, 임업 및 이들과 관련된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법(제123조)에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조성호 이사장은 “아산아름다운정원과 같은 농사용전기 소송이 벌어질 경우 농사라는 사전적 개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항소심과 대법원 재판부가 화훼온실을 개방해 입장료를 받는 것에 대해 문언적 의미의 농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업의 6차산업화 트렌드나 앞으로 농업변화를 감안한다면 농사용전기 용어가 지속되는 한 새로운 농업의 형태에서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어 용어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농사용전기 혜택이 지속돼야 한다며 “한전의 중장기 경영목표에 전압별 요금 체계 도입이 담겨있어 농사용전기가 폐지될 우려가 있다. 전기요금 변화를 주장하는 측은 전기를 상품으로 보고 기후위기 대응책의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으며, 올해부터 시행된 원가연계형 요금제 역시 이러한 기초에 서 있다”며 “하지만 농업에서 사용되는 전력은 대부분 고정적으로 가격이 변한다고 소비량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농업계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대응해야 한다. 온실난방에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탄소배출 저감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농업의 전기요금 혜택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전의 전기판매량 중에서 농사용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 1.4%에 불과해 한전의 경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며 “한전의 직원의 1992년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전기요금 자체가 국제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농사용전기요금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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