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선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추석을 한 달여 앞둔 나주시 공산면 서훈일 씨의 배밭. 초록빛 잎으로 무성하게 덮인 배나무 가지 아래로 하얀 봉지에 쌓인 배들이 빼곡이 매달려 있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둔 나주시 공산면 서훈일 씨의 배밭. 초록빛 잎으로 무성하게 덮인 배나무 가지 아래로 하얀 봉지에 쌓인 배들이 빼곡이 매달려 있다.

봄 기온 높아 개화 빨라진 탓
일부 흑성병 방제시기 놓쳐
10% 정도 나타날 듯

생산량 평년보다 많지 않아
햇배 2만~3만원 선 전망

갈수록 소비 줄어 대책 시급
선물 막는 청탁금지법 ‘답답’
소포장 전환 목소리도 

추석을 한 달여 앞둔 나주시 공산면의 한 배 밭. 초록빛 잎으로 무성하게 덮인 배나무 가지 아래로 하얀 봉지에 쌓인 배들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올해 작황은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4월 전후로 비가 많이 내려 흑성병이 생긴 게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봉지를 씌우면서 골라낸다고는 했는데 자라면서 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지금 예상엔 10봉지 중 1봉지는 나타날 것 같습니다.”

나주에서 40여 년간 배 농사를 지어온 서훈일 씨는 수확을 앞둔 배를 점검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 봄 기온이 높아 배꽃 개화가 빨라졌고, 이에 나주 지역에선 흑성병 방제작업 시기를 놓친 농가들이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냉해 피해로 평년보다 생산량이 40% 가까이 줄었던 지난해보다는 작황이 괜찮은 편. 

“작년에는 냉해로 거의 50% 이상 생산량이 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자 당(7.5kg) 4만원 이상 나가도 더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었죠. 그나마 보험을 들어놔서 괜찮았지만, 그만큼 농비가 더 늘어나는 부분이 있죠.” 

힌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배 예상 생산량은 18만4300톤. 지난해 13만2600톤보다는 많지만, 평년 21만4000톤보다는 적은 양이다. 아직 가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산지 햇배 가격은 2만~3만원 선에서 움직일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9월 5일경부터 수확에 들어갈 예정인데, 봉지를 까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수확 때까지 이정도로 유지된다고 봤을 때 7.5kg 기준으로 특은 2만8000~3만3000원선, 상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선 정도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어 그는 배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소비가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되겠지만, 최근 들어서 소비가 확연히 줄었다는 느낌은 듭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배를 많이 쓰는 사찰 같은 곳의 얘기를 들어보면 신도들도 실제로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명절 때마다 농업계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토로했다. “선물 상한액이 문제가 아니라 배 한 상자를 주고 받는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죠. 청탁금지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10만원 이상 받았다고 청탁을 들어주고 안 들어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선물 주고받으며 청탁하는 일도 없고요.” 

그는 배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포장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요즘은 배 한 상자 사놓으면 나눠 먹을 식구가 없잖아요. 시대가 변한만큼 배도 소포장화가 필요합니다. 저도 농협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리 저리 연구를 해보는데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도 배 소포장화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는 “황금배 드셔보셨어요? 정말 맛있습니다. 요즘엔 새로운 품종도 많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배를 인정하는 만큼 대표 과일이라는 인식이 더 확산됐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나주=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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