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서울시공사 4→3단계 전환
품질등급→가격분포 체계로
36년만에 개편 나섰지만
관계기관 협의 없이 추진 논란

가격정보는 농업정책 기초자료
개편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 선행돼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가 가락시장 가격정보 체계를 현행 4단계(특·상·보통·하)에서 3단계(고가평균·중가평균·저가평균)로 개편하겠다는 계획과 관련 논란이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서울시공사는 36년간 유지해온 농산물 가격정보 제공 방식을 개편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발표가 난 이후 개편 과정에서 가락시장 가격정보를 사용하는 관계기관과 아무런 협의 없이 개편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가락시장 가격정보는 그동안 농작물재해보험이나 수급조절 매뉴얼, 농업관측 가격전망 등 여러 농업정책에 기초 자료로 쓰여 왔음에도, 서울시공사 측이 가격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농정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별도의 협의가 없었다는 것. 한 예로 농업수입보장보험 정책의 경우 보험기준가격을 정할 때 해당 품목의 가락시장 중품과 상품 평균가격을 농가수취비율로 곱해 산출한다. 

농식품부는 서울시공사의 가격체계 개편 계획 발표가 나오자 지난 10일 서울시공사를 비롯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격체계와 관련한 논의를 처음으로 진행 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공사 측은 가락시장 가격정보가 다양한 농업정책에 활용되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서울시공사는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품질 기준이 반영된 것처럼 오인하기 쉬운 ‘품질등급 체계’(특, 상, 보통, 하)를 일본과 같이 ‘가격분포 체계’(고가 평균, 중가 평균, 저가 평균)로 전환하고, 출하자의 거래방법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품목별 거래방법에 따른 각각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의 유통정보 개선 초안을 마련해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었다”면서 “단계 축소에 따른 정부의 각종 농업정책 및 유통정보 이용자들의 혼란 방지를 위해 ‘가격분포 체계’를 4단계로 구성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김승로 서울시공사 유통조성팀장은 “기존의 문제점들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방향성에 대한 큰 부분을 보도 자료로 처음 뿌린 것”이라며 “논란이 절차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데 사실 정확한 계획안을 가지고 발표하면서 내일부터 이렇게 간다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회의에서도 이 부분을 같이 논의하자고 했으니까 거기에 맞추며 내부적 고민도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공사와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락시장 가격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서울시공사도 2000년대 초반부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검토를 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개편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 전문가들은 가격체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수면 아래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농식품부 등 농업관련 기관 및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단순한 예로 농업관측 자료를 발표할 때도 당장 가격체계 변경 시 농산물 가격변화를 볼 때 ‘고가 평균’을 ‘특’과 비교해야 할지 ‘상’과 비교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지난 10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 유통정책과가 회의를 주관하면서 재해보험정책과, 원예산업과, 원예경영과가 다 왔는데, 서울시공사 쪽에선 가격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몰랐다고 말하더라”라며 “또 농민 입장에서는 기준가격이 하락해 보상이 줄어들면 문제고, 반대로 기준가격이 높아지면 기재부에서 예산을 더 따야 하는 건데 이런데 대한 논리가 없었다. 왜 이런 부분까지 검토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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