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농가도우미지원 사업에 신청자가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농촌의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정책이 활성화되지 못한 영향도 있지만, 몰라서 신청을 못하거나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지 않아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목소리다. 여성농업인의 정책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농가도우미(출산도우미) 지원 사업은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에 근거해 여성농업인이 영농을 중단하게 되는 출산 전 90일부터 출산 후 90일까지 180일의 기간 중 농가도우미를 통해 영농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난 2000년에 도입돼 추진하다가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지원 금액은 지자체별 일일 4만~7만원으로 비용의 80~100%를 지자체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부담으로 운용된다.

전북도 지난해 계획 154명 중  
지원 받은 사람 고작 84명
전주·군산은 한 명도 신청 안해

제도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자격 갖추지 못해 제외된 탓도


하지만 지난해 도별 농가도우미 지원 사업 집행 현황을 알아본 결과,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계획 대비 신청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 경우 농가도우미 집행 계획은 154명이었지만, 84명만 농가도우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전주시와 군산시에서는 신청자가 한 명도 없어 사업 집행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충남도에서 농가도우미지원을 받은 대상은 38명이었고, 경남도 역시 40명에 불과했다. 시군으로 내려가면 한 명도 없는 지역도 여러 곳이다.

충남도청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읍면동에 주기적으로 농가도우미 제도를 홍보하고 있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많이 없는 편이다”며 “농촌에서 출산 자체가 많지 않고, 농업인 자격이 있는 여성이 출산한다고 해도 다 신청하는 게 아니고,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신청하다보니 (신청률이)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의 한 여성농업인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농촌에서 출산 여성이 줄어드는 것도 맞지만 제도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해 정보를 알 수 있는 경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출산을 앞둔 산모라면 동네 보건소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보건소에 농가도우미 지원 정책이 담긴 팸플릿이라도 있으면 신청할 수 있을 텐데, 농가도우미 지원뿐 아니라 여성농업인을 돕기 위한 농번기 공동급식 지원 사업, 여성농업인 이용권(바우처) 역시 많이 알려지지 않아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농가도우미 지원 사업은 ‘여성농어업인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여성이 단독으로 농업인경영체에 등록되거나,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경우만 해당된다. 하지만 부부의 경우 주로 남성이 단독으로 경영체에 등록되어 있고, 여성은 가족종사자에 해당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농촌에선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여성농업인의 자격을 갖추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다른 한 여성농업인은 “농촌에 있는 여성농민 중 공동경영주로 등록해 여성농업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 이게 현장에서 체감되는 여성농업인 정책의 현실이다. 여성농민 대다수가 고령인데 이중 출산한 사람이 몇이나 되냐며 중요한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면서 “젊은 귀농·귀촌인을 농촌에 머물게 하려면 여성농민을 위한 정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담부서 설치 등 홍보 힘쓰고
여성농 정책 인력·예산 늘려야 


농가도우미 제도 등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돼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가 동반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시도별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있는 곳은 충남, 전남, 경남, 제주 등 4개 광역자치단체와 영월, 나주 등 2개 기초자치단체가 있으며, 강원, 충북, 부여, 아산에는 전담인력이 한 명씩 있다. 그나마 한 명의 전담인력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여성농업인 정책이 여성에게 직접 전달되는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관리 시스템이 없다”면서 “영농 대회나 농업인 관련 교육에서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자체 조례를 마련해 여성농업인 정책 추진체계를 위한 인력과 영역, 예산을 보완해 가야한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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