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햇사과 출하 현장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햇사과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북 영주의 민영 산지공판장에서 6일 아침 사과 경매가 진행됐다.
햇사과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북 영주의 민영 산지공판장에서 6일 아침 사과 경매가 진행됐다.

지난해 가격 좋아 저장량 증가
올해 시세 전년비 반값 수준
“좀 더 키워서 출하” 목소리
추석 겨냥 ‘홍로’에 영향 줄까
2주 내 저장량 처리 귀추 


6일 경북 영주에 자리한 민영 산지공판장(삼영청과). 아침 8시 30분 시작한 햇사과 경매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영주 일대는 지난 7월 15일경부터 아오리 등 햇사과를 출하하기 시작해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올해 출하 물량이 지난해보다 적은데도 가격이 약세를 띠는 상황이다. 저장 사과(후지) 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아 햇사과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목소리. 이날 사과 주산지인 이곳에서 만난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와 달리 가라앉은 올해 햇사과 출하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추석 홍로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남은 2주 동안 저장 물량이 얼마나 소진되느냐에 따라 올해 추석 시세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물량 줄었는데 시세 ‘약세’

산지에서는 지난해 햇사과 출하 물량보다 적게 나오고 있는데도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지에서는 지난해 햇사과 출하 물량보다 적게 나오고 있는데도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영청과 공판장에서 경매를 지켜보던 60대 농민은 입찰 가격이 붙은 사과 상자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근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 농민은 “지난해보다 시세가 좋지 않아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들렀다”며 “지난해 가격이 워낙 좋아서 올해 가격이 떨어질 줄은 예상했는데, 이렇게 ‘반토막’이 날 줄은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경매를 진행한 김혁 삼영청과 영업총괄본부장(경매사)은 “출하 초반에는 물량이 좀 나왔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지난해보다 시세가 떨어지고, 인건비도 올라 사과를 안 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시세 쪽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7~8과 정도의 소과 시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좀 더 키워서 출하해 달라고 유도하고 있는데, 지금도 시세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올해 평균적으로 짝(컨테이너 1상자 20㎏)당 2만원 전후다. 품위가 좋은 것들은 3만원대도 나오고 있는데, 작년에는 평균 4만원 정도였으니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에서 아오리 사과 출하를 위한 선별 및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에서 아오리 사과 출하를 위한 선별 및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햇사과는 7월부터 추석을 앞둔 8월 중하순까지 나오는데, 지난해보다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가는 8월 3일 아오리 10㎏ 상품 기준 평균 2만8641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날 3만7281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4일 경매가도 2만8316원으로, 지난해 3만2645원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면적 감소와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유독 좋았던 만큼 산지에서는 올해 시세에도 기대가 있었는데,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실망한 기색이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현재 시세가 평년 수준이라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출하 물량이 적게 나오는데도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혁 본부장은 “지금 2000~3000짝 정도 들어오고 있다. 작년에 많이 들어올 때는 5000~6000짝씩 들어왔었는데, 올해는 경매장 분위기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이 줄었고 품위도 냉해 피해 등으로 많이 떨어졌다. 당연히 시세가 올라가는 게 맞는데, 지난해만큼 아니어도 지난해에 비해 60~70% 이상은 시세가 잡힐 것이라고 초반에 예상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8월 들어 햇사과 출하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실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기준 8월 첫째주(월~금) 반입물량(정산후)은 25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8톤보다 25% 정도 줄었다.
 

저장 사과 물량 증가, 소진이 관건

6일 찾은 영주농산물유통센터에서는 아오리 등 햇사과 출하 작업이 한창이었다.  
6일 찾은 영주농산물유통센터는 아오리 등 햇사과 출하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시세 약세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분은 저장 사과(후지) 물량이다. 지난해 가격이 좋았던 탓에 산지 유통인과 농가들이 6월 이후로 출하시기를 미뤘다가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자 햇사과 출하시기에 맞물려 저장 사과 출하 물량을 늘리면서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혁 본부장은 “평년 정도의 저장 물량이었으면 올해도 시세는 좋았을 것이다. 봉화 같은 경우는 냉해 피해로 착과율이 지난해에 비해 30~40% 빠지는 등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고 품위도 많이 떨어져 있어 시세 상승 요인이 컸다”며 “하지만 유통이나 농가들이 저장 물량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 이 물량들이 올해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추석 홍로 물량이 출하되는 8월 말까지 저장 사과 물량이 얼마나 소진될지가 추석 사과 시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윤성준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장은 “올해 작황은 평년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저장 사과 물량이 많이 밀려서 햇사과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8월 말 출하되는 추석 홍로 물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혁 본부장은 “늦어도 2주 정도 내에는 저장 물량이 정리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석 물량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저장 물량이 어느 정도 빠지느냐가 추석 시세 형성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추석 물량, 일소 피해 등 변수 예의주시

영주 봉현면에서 만난 이병규 농가가 일소(햇볕데임) 피해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영주 봉현면에서 만난 이병규 농가가 일소(햇볕데임) 피해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농가 일소피해 확산 ‘긴장’
추석 공급은 차질 없을 듯

추석 홍로 물량에 대해 현재로서는 공급 차질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7월부터 이어지는 폭염 등에 따른 일소(햇볕데임) 피해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소 피해는 외부 온도가 31도를 넘거나 과일이 강한 햇볕에 노출될 경우 발생한다.

영주 봉현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규 농가는 “저를 비롯해 폭염으로 홍로 사과가 일소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 있다. 비가 오지 않고 날이 가물면서 일소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윤성준 센터장은 “올해 홍로는 당도도 좋고 맛이 좋다”면서 “추석 홍로 공급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일부 농가의 일소피해 외 특별히 특이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김혁 본부장은 “일소 피해가 더러 있는데, 이럴 때 비가 오거나 약 관리를 잘못하면 바로 탄저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있다. 추석 물량의 경우 태풍이 관건이 될 것 같다. 기상 예보로는 태풍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풍년’ 가능성이 있다. 저장 물량이 소진이 안 되고 코로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시세는 떨어질 수 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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