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전북 진안의 한 수박밭에서 노지수박 출하가 한창이다. 수박 값이 높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지만 농가 수취가와는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진안의 한 수박밭에서 노지수박 출하가 한창이다. 수박 값이 높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지만 농가 수취가와는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지수박 1만원대에 납품
일부 언론 가격 강세 기사에
“유통업체만 좋은 일” 씁쓸


‘수박 값이 왜 이래’ ‘수박이 4만5000원, 생활 물가 무섭게 뛴다.’ ‘수박 한 통 3만원 이 가격 실화냐’ 최근 언론에 수박 가격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높아진 수박 값에 소비자만 놀란 건 아니다. 막바지 출하가 한창인 산지 농민들도 놀라긴 마찬가지. 재배면적 감소와 폭염에 따른 일시적 소비 증가로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 농가 수취가와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 

8월 1~5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수박 평균가격은 2827원(1kg 상품). 전년 8월 평균 대비 25.0%, 평년 8월 대비 41.0% 올랐다. 올해 고온과 폭염 여파로 일부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재배면적도 줄어 벌어진 현상이다. 올해 1월 겨울수박 가격이 반토막 났을 때만 해도 올 여름 이 같은 반등세는 산지에서 예상하기 어려웠다. 

현재 가격 강세에 대해서는 유통인도, 생산자도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연일 언론에서 수박 값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산지 농가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생산비 상승과 인력난 등 농촌 현장의 어려움에는 눈을 감고, ‘말복’ 등 계절 특수에 따라 반짝 오른 수박 값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더욱이 높아진 수박 값은 정작 농민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목소리. 

경북 봉화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이용우 씨는 6일 “작년에 비가 계속 내려 출하를 못한 곳도 많았다. 그렇다보니 올해 주변에서 재배를 많이 줄였다”며 “언론에선 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작년에도 1만원, 올해도 1만원을 받고 상인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수박 값이 안 좋으면 계약을 파기하고 밭에서 안 가져가거나 물건 값을 깎는 경우가 있는데, 값이 좋으면 그런 일만 없을 뿐 가격을 더 받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지 출하 물량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부여 규암농협APC 홍성욱 장장은 4일 “농민들 손에 남는 금액이 많지 않다. 우리의 경우 7㎏ 기준 1만7000~1만9000원 정도에 납품하는데, 마트 판매가를 보니 3만원이 넘더라. 2만2000원에 납품했는데 마트에서 3만6000원에 팔기도 했다”면서 “유통업체의 유통 마진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박 가격이 올라 좋은 것은 농민이 아니라 유통업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북 진안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김한국 한국농업경영인전북도연합회 협동조합발전위원장은 “8월 초 출하물량들은 7월 초중순 무렵에 상인들이 미리 포전거래 계약을 하다 보니 8월 시세가 좋다고 농가들이 돈을 더 받는 건 아니다. 지난해와 재작년 시세가 좋지 않고 출하시기에 맞물려 50일 넘는 장마 때문에 수박들을 밭에 버린 농가들이 허다했었다”며 “손해를 덜 보냐 더 보냐의 차이다. 소비 위축 심리를 자극하는 언론보도보다 농사의 재배 상황과 어려움을 잘 알리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고온과 폭염에 따른 피해도 감지된다. 김범열 양구두레산수박 공선출하회장은 3일 “현재로선 좋은 가격이지만, 7월 고온 피해가 있었다. 관리가 되는 농가들은 괜찮았고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들의 경우 피해가 있는 상황”이라며 “8월 12~13일까지 수확이 마무리되면 정확한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선 올해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소비 부진에 민감한 분위기에서 추석 대목장을 앞두고 있어 여러모로 더 신경이 쓰이는 상황. 

박연순 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언론에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기사들이 도배되고 있는 것이 농산물 소비 위축을 더욱 심화시킬까 걱정된다”며 “사과 가격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인데, 기존 유통업체에서 나가던 물량의 절반 정도밖에 소비가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수박 가격 강세는 곧 꺾일 전망이다. 양구와 부여, 진안 등 노지 물량 출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등폭’이 8월 10일 이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과채관측에 따르면 8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하고, 가격 역시 ㎏당 전년 2260원 수준인 2300~2400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수박 가격이 강세를 띤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최근의 수박 가격 상승은 시장 공급량은 충분한 편이지만, 무더위 등으로 가정과 외식업체의 소비가 증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 한다”며 “소비가 둔화되는 8월 중순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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