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고랭지채소 현장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경연 ‘고랭지채소 현장토론회’가 열린 태백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산지조사위원 등 현장 관계자들이 고랭지채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경연 ‘고랭지채소 현장토론회’가 열린 태백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산지조사위원 등 현장 관계자들이 고랭지채소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고랭지배추의 출하량이 9월 추석 때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대비한 6월 정식 물량이 증가한데다 현재까지 작황도 양호한 상태다. 산지에서는 올해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며 고랭지배추의 적정 가격 책정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5~6일 양일간 강원도 태백에서 ‘고랭지채소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농경연은 지난해 도입한 실측 조사와 병행하는, 한층 고도화된 드론 항공촬영 시연을 진행한 데 이어 고랭지채소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수급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수급 안정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현장토론회에는 김홍상 농경연 원장, 국승용 농경연 관측센터장을 비롯해 유영환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 김석윤 태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이정만 고랭지농업연구소 현장 명예연구관, 김상래·조성용 농경연 산지조사위원 등이 참석했다. 

 

#인사말/김홍상 농경연 원장
“매주 현장 파견고랭지 작황조사 만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센터는 지난해부터 주요 5개 채소류에 대해 실측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배추, 무, 마늘, 양파, 건고추 등의 품목은 표본 농가를 찾아가 재배면적과 수확량을 측정하고, 원예조사원이 주기적으로 밭을 방문해 작황을 조사하고 있다. 

실측조사와 함께 드론을 활용한 작물 재배조사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반데기, 매봉산, 귀네미 등 주요 고랭지에 대해 드론 조사를 시행했고, 올해는 준고랭지 1기작과 2기작에 대해서도 드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태백과 삼척, 평창, 정선, 강릉 등 조사 지역을 확대했으며, 품목도 지난해 무, 배추에 더해 양배추, 감자 등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6월부터 원예조사원들이 매주 고랭지 지역을 방문해 작황 조사를 하고 있으며 고랭지 지역의 작황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산지조사위원과 주민 조사원을 위촉했다. 실측조사와 드론 조사, 산지조사위원과 주민 조사원 등을 통해 고랭지의 작황과 출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늘 행사가 고랭지 채소 수급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발표/고랭지채소 수급 동향과 전망
“재배 줄었지만 작황 양호추석까지 출하량 증가”

▲한은수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엽근채소관측팀장=고랭지채소 품목 중 배추 중심으로 수급 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2.9%, 평년보다 4.5% 각각 감소한 4908ha다. 지난해 기상여건이 안 좋아 고랭지배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컸던 김치공장 등 대형수요처에서 봄철 배추를 저장해 사용하겠다는 곳들이 많아 고랭지 수요가 줄고 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생각된다.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4.5%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작황이 양호하기 때문에 단수는 평년보다 5% 증가해 생산량은 평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고랭지 기상은 7월 상순까진 나쁘지 않았지만, 7월 중·하순부터 고온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병해가 있었다. 8월 15일까지의 온도가 중요할 것 같고, 그 이후 9월까지는 집중호우나 태풍 등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는 추석이 9월 중순이어서 이에 맞춰 6월 정식한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7% 증가한 반면, 7월 상·중순 정식분과 준고랭지 2기작은 전년보다 각각 17%,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배추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 있는 것 같고, 2기작을 준비할 당시 7월 배추 가격이 낮아서 면적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8~9월 고랭지 배추 출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장 노지봄배추 출하량과 고랭지배추 출하량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9월에는 저장 노지봄배추 출하가 종료되기 때문에 고랭지배추 산지 작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와 재작년 9월 배추 가격이 높았지만, 올해 출하기 가격은 평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철 배추 가격은 평년 대비 하락하지만, 10월 이후 가을철은 준고랭지 2기작 면적이 지난해보다 26% 감소했기 때문에 가격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작황이 좋으면 가격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 


#고랭지채소 현장 목소리는
“치솟는 인건비에 몸살배추 적정가격 연구 필요”

강원도 태백 귀네미 현장에서 김홍상 농경연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랭지채소 항공촬영 기술을 소개 및 시연 행사가 열렸다.
강원도 태백 귀네미 현장에서 김홍상 농경연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랭지채소 항공촬영 기술을 소개 및 시연 행사가 열렸다.

대관령 감자 재배 줄면서
무 등 다른 고랭지 채소 증가
정부 수급조절 지원 급선무

지역에 맞는 시기·품종 고려
생산기반 안정화 모색해야
중간상인 품질 관리 소홀
재배관리 후퇴 우려, 개선을

토양 개량해 연작피해 줄이고
‘안전먹거리’ 홍보 강화해야

종합토론에서는 치솟는 인건비와 고랭지채소의 고질적인 수급 불안 문제가 화두였다. 이에 적정 생산비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 또 농촌 인력난이 더해지며 전담 인력팀을 확보하고 있는 산지유통인과 농가가 결합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치솟은 인건비, 소득 불안정 심화 

먼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농촌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이 일대의 인건비도 천정부지로 솟구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석윤 태백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올해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인건비 상승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인건비는 1인당 12만원에다 운임비 등의 명목으로 3만원을 더해 결과적으로 1인당 15만원의 인건비를 농업인들이 감당하고 있다”며 “인건비를 비롯해 농약, 농기계, 부자재 비용이 다 올랐기 때문에 수급 안정도 좋지만,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비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배추의 적정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는 지적. 김석윤 소장은 “배추를 공산품으로 치고, 과연 한포기를 만들었을 때 적정 단가를 얼마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지 않으면 농가들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건비조차 감당 안 되는 실정이기 때문에 저 역시 농가들을 만나면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한다”며 “농경연이 배추의 적정가격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수급조절을 위해선 정부의 농가소득 지원이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유영환 조합장은 “대관령 지역을 보면 감자 면적이 줄고 있는데, 이 자리에 무나 다른 고랭지 채소들이 심어져 다른 작목의 수급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휴경이나 조사료, 소맥 등을 심으라고 하면 경제성이 맞지 않아 생산 농가들이 따르지 않고 고랭지채소 역시 스스로 생산량을 줄이기 어렵다”며 “소득 보전 방안이 있어야 수급 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태백 매봉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정만 고랭지농업연구소 현장 명예연구관은 “농가들이 출하를 하려고 해도 인력이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어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인들과 거래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로 인해 수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요 고랭지 산지에서는 시기마다 나눠서 심어야 되는데, 상인이 원하는 품종, 상인이 원하는 시기에 심다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환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은 “농협들이 연중 계약재배하고 출하를 하려고 해도 인력 투입이 어렵다. 농협이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다. 농가들이 출하시기에 혼자 출하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안타깝다”며 “반면 유통인들은 작업 인력을 이끌고 다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가들이 유통상인과 결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고랭지 특성에 맞는 재배관리 필요

품질 관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정만 현장 명예연구관은 “생산한 물량을 가지고 수급 조절을 한다고 되겠나. 생산 기반을 먼저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랭지배추는 원래 작고 단단한데 시장에서 원하는 품종만 심다보니 문제가 있다”며 “자기 지역에 맞는 시기, 품종 등이 고려돼야 하는데, 상인들의 요구대로 따라가면서 혼동이 발생하고 있고, 이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창에 거주하는 김상래 농경연 산지조사위원은 “고랭지 채소는 농협위탁과 중간상인 거래 등 두 가지로 이뤄지고 있는데, 중간상인 비중이 60% 정도 되고, 농협 비중이 40% 정도 된다”며 “농협 계약재배는 후기 재배관리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되는데, 중간상인들은 재배 초기만 품질관리를 하고 이후에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 재배관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연작 피해를 줄이는 등 토양 개량 부분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거론됐다. 조성용 산지조사위원은 “고랭지채소 재배 지역은 대부분 경사지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표토가 유실되고, 지력이 약해져 병해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기준 이상 살포하는 경우가 있다.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연작 피해도 마찬가지다. 토양 개량 등을 통해 지력을 높이면 농약 살포량이 줄 것이고, 고랭지채소가 안전한 먹거리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하면 소비량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태백=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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