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수입 계란의 충분한 확보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특별하게 살피라”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지시했다. 이에 화답(?)하듯 홍 부총리는 3일 물가 점검을 위해 방문한 대전 오정농수산도매시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aT 관계자에게 “7000원대에 정체되어 있는 달걀 가격이 조속히 6000원 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계란 유통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마트 둔산점을 방문한 그는 “국내 달걀 가격의 조속한 인하를 위해 수입 달걀이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이 공급돼야 한다”며 “aT의 수입 달걀 공급가격도 한 판에 3000원에 공급해 소비자 판매가격이 더 인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최근 산란계 농장을 연이어 방문했고 농식품부는 달걀 가격 관련 비판 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달걀 가격 낮추기가 이 정부의 주된 과제가 된 모양새다. 정부는 또 수입 달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고 판매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한 정부의 계란 수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달걀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공급량엔 문제가 없지만 가정 소비 증가에 있다고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의 무분별한 살처분으로 달걀 수급에 문제가 생겼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해당 보도를 접한 산란계농가들은 허탈해했다. 경북의 한 농가는 “달걀 한 판에 1만원이라고 해도 1개당 고작 300원 정도다. 다른 물가는 다 올랐다. 달걀이 만만한 것인지. 사료값·중추비 등 생산비는 연일 오르고 있어 6000~7000원 이상 형성돼야 하는데...”라고 하소연한다.

정부의 도를 넘은 물가 잡기는 우유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생산자와 유업체가 정해진 규정 내에서 합의해 결정하고 8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원유기본가격 인상안을 농식품부가 뒤늦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원유기본가격은 생산비에 따라 인상·인하를 적용한 결과, 지난 8년 동안 940원에서 947원으로 겨우 0.74% 올랐다. 농식품부는 7원 인상을 막기 위해 내년도 낙농 예산 전액 삭감 카드도 꺼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달걀값과 우유값 잡기에 정부가 혈안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식품인 달걀과 우유 가격 상승을 막아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가잡기에 나선 정부가 달걀과 우유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가격 낮추기가 아니다. 무너진 달걀 생산 기반의 조속한 안정을 위한 지원,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우유 생산 기반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물가 안정을 내세워 애꿎은 농민을 잡지 말아 달라”는 어느 한 농가의 말을 되새겨야 할 시기다.

이현우 축산팀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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