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서 ‘제18회 전국지역리더대회’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16일 경남 거창에서 열린 제18회 전국 지역리더대회는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 사진은 ‘국민총행복과 농어촌살리기’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16일 경남 거창에서 열린 제18회 전국 지역리더대회는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 사진은 ‘국민총행복과 농어촌살리기’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

‘마을이 곧 학교’

단순히 학교 유지를 넘어
마을의 변화 목표 삼아
마을공동체교육 실천 필요

농촌의 희망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조금 더디긴 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 씩 분명히 진화한다. 여러 지역에서 노력이 쌓이고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상호 작용하며 인식이 발전해 나간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나선 이들은 단순히 학교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마을이 곧 학교’라며 마을을 응시하고, 농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자신만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주민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재단(이사장 박경)이 지난 16일 경남 거창군 도립거창대학에서 거창군, 경상남도, 거창대학, 거창군농업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18회 전국지역리더대회’가 그랬다. 이날 행사는 ‘2021 전환! 농촌과 지역에서 희망을 거창하게 발광하자!를 주제로 △지역재생 △지역 푸드플랜 △사회적경제 △지역농정 거버넌스 △여성 △청년희망 등 6개 분과로 진행됐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은 기조강연에서 “농정틀 전환의 기본 방향은 생산주의 농정이 그동안 무시하고 왜곡한 농업 농촌의 본래 기능, 곧 다원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농업 예산을 농업생산 중심에서 환경, 생태, 경관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일 공익기여지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고문은 또 “농촌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농촌에 투입하지만, 농촌주민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개발이란 이름으로 외부 자본이 들어가 농촌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지역개발 예산을 대폭 줄여 농어촌주민에게 ‘국토환경지킴이 수당(농어촌기본소득)’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재생분과에서 ‘학교살리기와 농촌재생’을 주제로 발표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집, 일자리, 이 세 가지는 한 가구가 특정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삶의 질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농촌의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은 반전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처사”라면서 “초등학교가 없는 읍면지역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가구가 귀농하거나 귀촌할 가망은 없고, 이미 농촌에 살고 있는 청년들도 나중 자녀가 입학할 무렵이 되면 타지로 이사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작은 학교 유지의 논거로 농촌지역의 학령인구가 현저하게 적지만, 향후 일정하게 현재 규모와 비슷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도시지역보다 농촌 지역에서 젊은 층 가구의 출산율이 몇 배 높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만 김 박사는 “학교가 정주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면서 “학교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적 활동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살리기의 성공사례들이 하나같이 보여주는 것은 소규모 학교라도 ‘교육의 질’을 높인다면 학생을 늘릴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높은 수준의 교육이란 의미는 대학입시를 염두에 둔 학력수준 향상만이 아니라 전인교육이나 건강한 사회화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마을이 학교다’라는 말 그대로 학교뿐 아니라 학교 밖 다양한 곳에서 학생들이 생활하고 배우는 장소로 마을을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상호작용하면서 학교의 변화뿐만 아니라 마을의 변화를 목표로 삼아, 마을이 학교가 되자는 마을교육공동체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농촌재생분과에서는 장원 함양군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위원장의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한 농촌공동체 활성화’, 이종수 남해군 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의 ‘남해 상주 작은 학교 살리기 사례와 제안’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농촌에서 청년의 삶

하고 싶었던 일 할 수 있는
농촌이 매력적인 공간돼야
주민과 지역문제 해결하는
대상 아닌 주체로 거듭나야

청년희망분과에서는 ‘농촌에서 청년들의 삶이란? 청년들의 삶에 다가서는 지역사회 관심과 노력은?’을 주제로 고민을 나눴다. 권보성 경남농어업정책센터 매니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인구소멸,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에 의구심이 든다”며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에게 농촌이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투입, 자연스레 인구가 유입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지원해서 먹고 살게끔 만들어 준다는 접근이 아니라, 해보고 싶었던 일을 농촌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훨씬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소희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연구원은 “농촌청년이 맞닥뜨리는 어려움 중 다수는 그 지역 주민들도 함께 겪는 문제이기도 하며, 청년만 지원 대상으로 한정했을 때 역으로 지역주민이 소외된다”면서 “예를 들어 농지은행에서 농지를 청년에게 우선 지원하는 게 기존 농민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대를 넘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괄하는 접근, 청년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청년이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청년이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농촌이주청년에 대한 지원은 청년이 스스로 자기 삶의 경로를 탐색하고 실행할 수 있는 학습과 기회의 장으로서 지역사회를 발견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14회 전국지역리더상은 신은정 거창여성농민회 토종사업단장, 김영림 서울 동작구 마을발전소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 박진숙 곡성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 김제열 거창공유농업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수상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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