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육계와 오리업체,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한 수천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2017년부터 진행한 가금 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종계·삼계·토종닭 산업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했고 나머지 육계·오리 산업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금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축산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미온적 대응이 가금 농가 피해는 물론 가금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고 있다.

종계 3억 2600만원 이어 
삼계업체 과징금 1088억
육계·오리업체, 관련단체도
수천억원 부과 될 전망


▲공정위의 가금업계 조사, 왜?=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7월부터 종계·삼계·육계·오리·토종닭 등 가금 산업 전반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격 담합 등의 의혹이 불거져 2011년부터 진행된 계열화사업자의 부당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11월 4개 종계 판매 사업자에 3억2600만 원(삼화원종 1억6700만 원·한국원종 9900만 원·사조화인 4200만 원·하림 1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종계 생산량 감소를 통한 가격 인상을 목적으로 종계를 낳는 원종계 수입량을 약 23% 감소하고 삼화원종과 한국원종이 종계 판매가격을 3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에 합의해 실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계업체(7개사)에 대해서도 신선육 판매가격과 출고량 합의, 부산물 유상 판매 합의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 5월 과징금 1088억 원을 부과했고 오는 8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닭 9개 사업자에 대해서도 출고량 제한, 제비용 인상 및 수율인하 합의를 부당 공동행위라고 판단해 올 2월 4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예비 처분을 내렸다. 토종닭협회는 종계 분양수 제한, 종계·종란·실용계 수급 조절, 제비용 인상합의로 과징금 처분이 예고됐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육계·오리업체, 관련 단체에도 수천억 원의 과징금 처분과 관계자 형사 고발조치 등이 예상된다. 육계의 경우 냉동비축, 병아리 랜더링 등 수급조절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을 조정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육계생계가격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000~2200원 사이에 형성됐지만 2014년 1926원(대·운반비 포함 기준)으로 하락하는 등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가격 탄력성 낮은 축산물 
공산품 기준 맞춰 부과 부당
“계열화 사업 영입이익률 1% 뿐”


▲축산업계 강하게 반발=가금업계는 수요와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은 축산물을 공산품 기준에 맞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약 2991만수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면서 가금산물 수급과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축산물의 수급 상황은 공산품과 달리 예측이 불가피해 정부는 시장개입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고 축산물 수급안정을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실제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수급조절 등)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계열화사업자 또는 생산자단체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가축의 사육동향 및 시장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잉생산이 예측될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계열화사업자가 공동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지역의 해당 가축 또는 축산물의 생산조정 또는 출하조절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또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①항에 보면 자조금의 용도는 축산물의 자율적 수급 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수출활성화 사업, 축산물 소비촉진 홍보 등이다. 축산자조금은 농가 거출금과 정부 지원금 등으로 구성됐다. 농식품부 훈령 제58호(2013년)에도 관련 내용이 적혀 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축산물은 가축질병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빈번하고 보존성이 낮은 생물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관련 법률을 통해 정부의 시장개입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축산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공정위는 자신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농식품부의 법정 지시나 승인에 의한 수급조절 관행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계열화법에 따라 정부를 대신해 계열화사업자들이 수급 조절, 가축방역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법률적 지위를 공정위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수급조절사업은 가금육 품질 향상을 통한 산업발전과 계약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 소비자 피해 방지 등을 목적으로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추구한 것”이라며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공정위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또 “2010년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닭고기 가격 형성으로 국민생활 안정에 기여했지만 계열화사업자 영업이익률은 1.0%로 제조업·식품업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가금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축산물 수급 관련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 의원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금류의 특성 때문에 가금류 단체들은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 운영규정에 따라 수급조절협의회를 개최하고 수급조절을 진행했다”며 “농산물 수급조절의 당위성과 가금류 단체의 수급조절이 일반 담합 사건과 다른 사안임을 (농식품부가) 적극 소명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금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농가 소득지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당당하게 축산물 수급의 당위성을 적극 소명하고 관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공정위는 가금육은 물론 다른 축산물까지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를 무차별적으로 진행할 기세이지만 농식품부는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안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닭고기수급조절위원회에는 계열업체는 물론 농가, 학계, 농식품부, 소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며 “수급조절사업은 닭고기 자조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공정위 조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천억 원 과태료 부과로
가금농가 등 줄도산 우려
농식품부, 문제해결 나서야


▲축산업계 요구는?=공정위가 수천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계열업체, 4000여 가금농가는 물론 전후방산업까지 연쇄붕괴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방어해줄 것을 가금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통상 과징금은 매출의 10% 정도 부과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공정위가 담합 등 위반 시점을 언제로 볼지가 관건”이라며 “당시 소비자와 생산자 보호, 산업기반 안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만큼 농식품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원택 의원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가금단체 수급조절행위에 대해 (농식품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수급조절행위가 가금육 가격안정과 소비자·생산자 보호, 산업기반 안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을 감안해 공정위가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축산물의 특수성과 농업인·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감안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수급조절의 근거를 명시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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