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 유통기업 급격 성장
관행적 거래방식 탈피 시급
정부 예산·정책 적극 지원을  

일본도 노동력 부족 대응
온오프라인 병존 유통 확산

농산물 유통 분야도 디지털 전환시대를 맞아 산지의 생산정보부터 도매시장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일본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유통이 확산하면서 그에 따른 편익을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어떻게 공유할지를 고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21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가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지난 8~9일 양일간 ‘디지털전환(DX)에 따른 농식품 유통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주제발표에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급행열차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화가 진전된 소비지 대형유통업체들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유통기업들은 소비트랜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소비지 인근에 대형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공영도매시장을 중심축으로 하는 기존 농산물 유통생태계는 ‘디지털 경제시대’ 도래 이전의 관행적 거래 방식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한 채 답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 종식 이후 체질개선을 추진해온 대형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일정부분 회복된다면 이는 소비지 소상공인의 매출부진과 이에 따른 도매시장의 경유율 하락, 그리고 도매시장을 주요 출하처로 하는 산지 유통조직의 교섭력 악화라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병률 선임연구위원은 “농업부문 디지털 전환의 시발점은 농업인의 생산 및 경영정보의 디지털 입력과 농업인을 비롯한 산지유통주체, APC 등 산지유통시설의 디지털 정보 입력부터”라며 “농업기술센터, 협동조합 등 농업기반 기관들에서 농업인에 대한 디지털화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에서도 현재 오프라인 중심의 거래체계를 보완 및 확대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도매거래 체계를 구축해 현재 50%대의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 비중을 끌어올려 소매유통에서 도매시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2주제발표에 나선 김윤식 경상대학교 교수는 아마존 등 미국 대형유통업체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제시하며, “농식품 부문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상당한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 돼야 하고, 생산자 중심의 규모의 경제를 키우지 않으면 유통업체 및 기술기업에 종속 심화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일본의 디지털전환 추진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3주제발표에서 “일본의 경우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또 다양한 이커머스 시장 형성에 따른 이익을 소비자만 가지고 갈 것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생산자와의 이익 공유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 도매시장의 경우 디지털 전환 속에서 온·오프라인이 병존하는 중층적 유통경로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농업부문 디지털화 접근 어려워
자본력 앞세운 기업이 선점 우려

◆종합토론

농산물 유통 분야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고상환 제주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은 “노지재배와 도매시장 유통 위주인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디지털 전환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렇다면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이 농업부문 디지털 전환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고, 농업인은 새로운 자본기업에 종속화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나 공공이 디지털 전환 사업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보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에는 전자경매 시스템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으며, 2016년 259톤에서 지금은 5366톤으로 거래량이 20배 늘어났다”며 “이런 시스템이 좋은 모델로 도매시장보다는 산지 중심의 유통 시스템을 활성화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춘수 순천대 교수는 “현재 도매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친환경농산물 등을 온라인 유통과 연계시킨다면 농업분야의 탄소 중립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지만 신선농산물의 경우 아직도 86%는 오프라인으로 움직이는 만큼 오프라인의 혁신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이사장은 “도매시장에 대한 여러 이슈가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상물 분리와 디지털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종합계획이 필요하다”며 “가칭 스마트 도매시장, 디지털 도매시장의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고, 그 대상은 가락시장의 경우 이해 충돌이 있을 수 있으니 지방도매시장 등에 적용시켜 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백 여덟끼니 대표는 “디지털 전환 관련 농업 쪽에 투자가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률이 안나와서 그렇다. 비싼 기술을 쓸 수 없다”며 “그럼 정말 중요한 것에는 쓸 수 있을 것이다. 안전에 관한 것이다”라고 제시했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본부장은 “현재 도매시장에선 전자거래, 온라인거래 등 여러 가지 용어가 쓰이는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거래로 통일 시켰으면 좋겠다”며 “또 한 가지는 온라인 플랫폼인데, 이것은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수집·분산 주체를 적정 수로 지정 운영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 시스템 체제를 해체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