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7월 초중순 현재, 포도 산지에선 샤인머스켓 포도가 본격적인 생육기를 맞고 있다. 면적이 급증한 샤인머스켓 소비와 시세를 잡기 위해선 생육기 철저한 품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이인철 경북명품포도연구회장이 샤인머스켓 알 솎기를 하고 있는 모습.
7월 초중순 현재, 포도 산지에선 샤인머스켓 포도가 본격적인 생육기를 맞고 있다. 면적이 급증한 샤인머스켓 소비와 시세를 잡기 위해선 생육기 철저한 품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이인철 경북명품포도연구회장이 샤인머스켓 알 솎기를 하고 있는 모습.

면적이 거침없이 증가하며 올해 처음으로 거봉 재배면적을 뛰어넘어 국내 최대 포도 품종인 캠벨얼리를 위협할 정도가 된 샤인머스켓 포도. 하지만 면적 증가 속 산지에선 품위 하락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소비와 시세가 받쳐주며 최근 몇 해 동안 산지 곳곳에서 과(송이)를 많이 달아 나무에 무리가 가고, 결국 상품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 여기에 지난봄 냉해를 입었고, 지난해 여름 긴 장마 등 잦았던 비 영향까지 더해져 샤인머스켓 생육 저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주 재배 형태인 노지 비가림 샤인머스켓 산지에서 알 솎기와 봉지 작업(노지, 비 가림) 등 본격적인 생육 과정이 전개되고 있는 7월 초, 샤인머스켓의 현 상황을 살펴봤다. 

올해 재배면적 3862ha 집계
작년비 32.6% 증가, 거봉 제쳐
조만간 캠벨얼리도 추월 전망


“면적 증가는 큰 문제가 안 돼요. 품위만 제대로 유지된다면 모든 포도 농가가 샤인머스켓을 심어도 문제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맛있는 샤인머스켓을 먹어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면 정말 샤인머스켓 농가 모두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경북 상주, 영천, 경산, 김천 등 경북 포도 주산지 60여 농가로 구성된 경북명품포도연구회를 이끄는 이인철 회장(한국포도회 연구분과위원장)은 상주 모동면에서 샤인머스켓 1만9800㎡(6000평) 등 2만6400㎡(8000평)규모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6일 상주 포도 단지에서 만난 이인철 회장을 비롯한 포도업계 관계자들은 샤인머스켓 면적 증가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은 3862ha로 지난해 2913ha 대비 32.6% 증가했다. 샤인머스켓은 고당도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특징 등 소비트렌드와 부합, 소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2016년 278ha에서 2017년 472ha, 2018년 953ha, 2019년 1867ha로 매년 면적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엔 거봉 면적(2860ha)을 처음 넘어섰고, 조만간 5172ha로 국내 최대 포도 품종인 캠벨얼리까지 추월할 수 있을 정도의 면적 증가 속도를 보인다. 

이런 면적 증가 현상과 관련 이인철 회장은 “면적이 급증하는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샤인머스켓다운 샤인머스켓만 생산하면 모든 포도 농가가 샤인머스켓을 재배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 많아지는 건 정말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봄 냉해 이어 여름 잦은 비 예고
상품성 저하 없게 신경 써야
“송이 너무 크면 나무에 무리”
500~700g 적정 출하 당부도


우려스러운 건 이 회장의 우려처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는 장면들이 산지에서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봄철 냉해가 와서 올해 작황이 안 좋은 편이고, 장마 시작부터 비도 많이 오고 있고, 여름철 비도 자주 온다고 해 생육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욱이 작년에 샤인머스켓 나무 식재를 많이 했는데, 지난해 두 달 가까이 비가 온 영향으로 올해 그 나무들에서 열매가 많이 못 달렸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날씨로 인한 생육 문제보다 더 큰 우려는 과를 많이 달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 있다고 본다. 

강근진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사는 “시세가 잘 나오자 무조건 크게 만들겠다는 경향이 강해, 곳곳에서 송이를 크게 만드니 나무에 무리가 가고 있다. 유목이 성목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올해 그런 현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맛이 안 좋으면 소비가 사그라지는 건 순식간이다”고 우려했다. 

강 경매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에선 무조건 큰 것을 달라고 했는데, 이제 유통업계에서도 한 송이에 500~700g 정도의 크기를 원하고 있고 우리 역시 그런 쪽으로 홍보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샤인머스켓은 제대로만 생산되면 꾸준히 발주와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 면적이 급증하고 있는 등 과도기인 지금 제대로 맛을 내는 샤인머스켓을 생산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신품종 육성” 주문 나와

포도업계에선 샤인머스켓 성장과 더불어 신품종 육성의 중요성도 주문하고 있다. 

이인철 회장은 “제대로 된 생산만 이뤄지면 샤인머스켓만으로라도 포도산업을 유지할 수 있지만, 만생종인 샤인머스켓 이전에 생산할 수 있는 품종도 필요하다. 나 역시 샤인머스켓이 9월 말~10월 초부터 출하돼 9월 추석용을 겨냥한 신품종 스텔라를 올해 처음 식재했다”며 “다만 신품종을 재배할 때는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 재배과정을 제대로 익혀 조금씩 물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경매사도 “국내 육성 신품종 ‘충랑’과 ‘홍주씨들리스’ 같은 품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충랑은 포도 농가를 가장 괴롭히는 열과에 강해 재배도 수월하고, 추석에 맞춰 출하할 수도 있다”며 “샤인머스켓이 제대로 자리 잡히고 다른 우수 신품종이 보완을 해나가면 포도산업은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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