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대위장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작년 빚내 겨우 버텼는데 
올해가 더 힘들어
대책 마련해야 할 농식품부
되레 온라인 마권 도입 발목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가운데 사진은 지난해 김창만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경주마 생산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가운데 사진은 지난해 김창만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서로 싸움만 하고 있다. 작년에도 빚을 내서 겨우 버텼다. 우리(농가)는 작년 보다 올해가 더 힘든데....” 김창만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로 1년 넘게 경마가 중단되면서 경주마 생산 농가들과 경마 관련 종사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현재 경주마 생산 농가들은 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빚더미에 오른 상태다. 김창만 위원장은 “말을 팔아야 그 돈으로 월급도 주고 경주마를 관리하는 등 순환이 된다. 그런데 경마 중단으로 그 판로가 막히면서 농가들은 평균 7억~8억 원의 빚이 쌓였다. 10억 원이 넘는 빚을 가진 농가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을 마련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외면하면서 농가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특히 경륜·경정의 경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관련 법안이 통과해 8월부터 온라인 발매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주마 생산 농가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김창만 위원장은 “미국·일본 등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행하면서 경마 매출이 소폭 증가했거나 약간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래서 말 생산 농가들은 별다른 타격이 없다”며 “코로나19 같은 돌발변수에 대해 정부는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데 온라인 마권 발매는 농식품부의 반대로 가로막힌 상태”라고 질타했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2020년 2월 23일부터 경마가 대책 없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말산업의 급격한 붕괴, 판로가 막힌 경주마 생산농가의 부도, 승마를 비롯한 부대산업들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농식품부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말 산업 관장부처인 농식품부가 의무를 내팽개치고 규제에만 앞장서고 있어 경마산업 관장 부처를 문체부로 환원하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스포츠로 세계적으로 공인된 경마를 규제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김현수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마사회도 소극적인 자세로 
경마 중단 후 1년 6개월 허비
7월 중엔 반드시 대책 마련을


한국마사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마 관련 4개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마사회가 경마단체와 정상경마 시행방안에 대해 성실하고 실효성 있는 협의를 했어야 하지만 중책을 맡은 시행체가 무기력하게 허송세월만 보냈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화에도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 경마 중단 후 1년 6개월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창만 위원장은 “농식품부의 부처 이기주의, 한국마사회 직원들의 이기주의에 빠져 엄한 농민들만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가 김현수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경마 산업 종사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그만큼 경주마 생산 농가를 비롯한 연관 산업 관계자들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창만 위원장은 “농가들은 생산만 하는 사람이다. 농가들이 잘못해서 이 같은 어려움이 왔다면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발생한 것 아니냐”며 “사람이 죽어나가야 정부 차원에서 신경을 써줄 것이냐. 농가들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전향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려워진다”고 요청하는 김 위원장은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가 농가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7월 중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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