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난 2일 경북 영덕에서 친환경 복숭아를 재배하는 나래농산 한영화 씨가 곧 출하될 복숭아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일 경북 영덕에서 친환경 복숭아를 재배하는 나래농산 한영화 씨가 곧 출하될 복숭아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천도 이어 털복숭아 수확 시작
생육 양호, 소비자 반응도 좋아

물량 늘어 가격 높진 않지만
‘비’가 소비·시세 좌우
지난해 긴 장마 직격탄
올해도 ‘많은 비 예보’에 한숨

“생육에서나 소비에서나 복숭아는 비와 상극입니다.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에 신음하는 올해는 정말 지난해와 같은 지루했던 비가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39년 만에 가장 늦지만 어느 해보다 강한 장마가 시작되던 7월의 첫째 주, 복숭아 산지와 도매시장에서 만난 복숭아 관계자들은 오직 하나, ‘올해 장마철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기우’이길 바라고 있었다. 복숭아업계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폭우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1년 전 아픔이 재현되지 않길 바라고 있는 것. 더욱이 올해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급등한 가운데 비로 인해 품위가 저하되고 소비와 시세마저 꺾이면 복숭아 산지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장마전선 북상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찾은 국내 주요 복숭아 산지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이곳에서 1만6500여㎡(5000여평)의 유기농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김현상·한영화 부부(나래농산 대표)는 지난달 15일부터 천도, 25일부턴 털복숭아 수확을 시작했다. 수확 현장에서 만난 이들 부부는 “다행히 아직은 생육 상황이 양호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상 대표는 “지난해엔 냉해가 심하게 왔는데 올해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당도나 품위 모두 양호하게 올라서 있고, 첫 출하를 마쳤는데 소비지 반응도 좋았다”며 “백화점과 친환경 유통업체와 유통망을 유지하는 데 올해엔 단가도 지난해 보다 높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품위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건비가 대폭 상승했고, 그런 인력조차 구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여기에 박스 포장재, 난좌 등 자재비도 지난해보다 15%나 인상돼 가격 단가를 높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영화 씨는 “지난해 50일 정도 비가 와 어려움이 컸다. 특히 복숭아는 쉽게 물러지는 데 비가 오면 생육은 물론 유통 과정에서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장마철 많은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어긋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복숭아를 선별하고 있는 모습.
복숭아를 선별하고 있는 모습.

타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7월 초 현재 복숭아 산지에선 초도 물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컸다.

햇사레 브랜드로 유명한 경기과수동부농협의 심유민 유통센터 과장은 “우리 지역도 6월 말부터 털복숭아 출하가 시작됐는데, 아직 극 초반이라 시즌을 전망하긴 어렵다”며 “다만 지난해 비 때문에 정말 어려웠는데, 올해엔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만 아니면 복숭아는 1인 가구와도 어울리는 품목이고 젊은 층에 인기도 좋아 기대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도매시장에서 복숭아 초반 시세는 전년 대비 약세로 관측되고 있다. 워낙 냉해 등으로 물량이 적었던 지난해보다 초반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복숭아 생산량은 단수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지난해 대비 5.5% 증가하지만, 평년보다는 12.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7월 털복숭아 도매가격은 4.5kg 상품에 1만6000~1만8000원으로 1만8900원이었던 지난해보다는 낮고, 1만6700원이었던 평년보다는 소폭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매시장 유통인들도 전년 대비 올해 물량이 늘어 시세가 하락할 수 있지만 물량보다는 ‘비’가 복숭아 소비와 시세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고태호 가락시장 서울청과 차장은 “지난해 저온 등의 피해로 물량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복숭아 초반 양이 많다”며 “물량이 많아 시세가 안 좋을 수 있지만, 복숭아는 다른 어떤 품목보다 비와 연관이 깊다. 비가 자주 오면 물량과 관계없이 소비와 시세 모두 지지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고 차장은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데, 쉽게 무르고 저장성이 약한 복숭아는 다른 작목보다 이런 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품목”이라며 “비로 인해 오프라인 소비마저 둔화되면 상황이 더 좋지 않게 흐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영우 가락시장 중앙청과 영업이사는 “비가 지난해와 다르게 온다는 전제하에 철저한 선별 등 품위 관리만 잘 유지되면 올해 복숭아 소비와 시세 지지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며 “복숭아는 숙기가 80% 정도 되는 단단할 때 따서 시장에 출하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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