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팜한농 울산비료공장의 요소 저장창고. 보통 6월 이맘 때 6000톤 가량의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할 창고에 요소 200여톤만 겨우 남아있다. 이마저도 하루 이틀 새 웃거름용 비료 생산에 소진됐다.
팜한농 울산비료공장의 요소 저장창고. 보통 6월 이맘 때 6000톤 가량의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할 창고에 요소 200여톤만 겨우 남아있다. 이마저도 하루 이틀 새 웃거름용 비료 생산에 소진됐다.

“내일(18일)이면 이마저도 멈춥니다.”

팜한농 울산비료공장을 찾은 6월 17일. 비료 포장라인 네 개 중에 두 개만 가동되고 있었다. 이 두 개 라인도 간헐적이다. 원래라면 네 개 라인이 모두 돌아가야 한다. 추비시즌을 대비한 웃거름용 비료 생산을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NK비료와 맞춤비료30호 등 웃거름용 비료의 핵심 원자재인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맘때 요소 저장창고는 최소 6000톤 정도는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17일엔 200여톤에 불과했다.

울산비료공장 생산관리파트의 박순호 책임은 “웃거름용 비료 생산을 위해서 적어도 6월 말까지, 늦으면 7월 중순까지 네 개 포장라인이 계속 돌아가야 하는데 두 개 라인,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삭거름 등 웃거름용 비료는 질소질 비중이 높아 1톤의 비료를 만들 때 요소 비중이 30~40%로 요소를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저장창고에 요소를 보통 6000~7000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17일)은 200톤 가량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책임은 “이마저도 내일이면 끝난다”면서 “25년여간 근무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5월부터 가격 크게 오르자
중국생산업체 “계약물량 못 보내”
5월 이후 물량 확보 안돼 

요소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던 이유,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다. 팜한농에 따르면 4월 중순 톤당 350달러에 6000톤을 계약했다. 그러나 5월 초 가격이 다시 오르자 중국 생산업체가 계약단가대로 물량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면서 2000톤만 보내왔다. 나머지에 대해선 톤당 50달러 가량을 더 지급해달라는 요구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해상운송선이 없어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2000톤은 금방 동이 났고, 이미 계약된 물량 등을 맞추기 위해 타 회사에서 겨우 800톤을 빌려 NK비료 등을 생산했다.

팜한농 비료영업마케팅담당의 조영일 책임은 “요소는 상반기에 매월 6000톤 이상씩 들여오고 8월 되면 3000톤을 수입하는 것이 패턴으로, 4월 전후해서 가격이 오르긴 했어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고 비료는 계속 만들어야 하기에 높은 가격에도 물량은 확보했지만 5월 이후에 요소를 아예 가져올 수 없게 되니 생산 자체를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영일 책임은 “오죽하면 기존 재고품 중에서 이것저것 긁어모아 웃거름용 비료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라인 네 개 중에 두 개만 가동되고 있다. 이 두 개도 간간히 운영되고 있는 상황. 6월 한달 팜한농 울산비료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18%에 불과했고, 6월 18일 오후 포장라인은 멈췄다.
포장라인 네 개 중에 두 개만 가동되고 있다. 이 두 개도 간간히 운영되고 있는 상황. 6월 한달 팜한농 울산비료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18%에 불과했고, 6월 18일 오후 포장라인은 멈췄다.

6월 공장 가동률 18% 불과
7월부터는 공장운영도 안갯속
웃거름용 비료 수급 차질 우려

6월 한달간 팜한농 울산비료공장 가동률은 18%에 불과했다. 예년엔 100%. 팜한농은 내수제품의 상반기(누계) 포장량은 10만톤 정도로 지난해 동기 13만톤 대비 3만톤이 적으며, 6월 실적은 3000톤으로 지난해 1만6000톤에서 무려 1만3000톤이 줄었다. 7월부터는 요소가 들어오지 않는 한 공장 운영이 힘들다. 결국 웃거름용 비료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순호 책임은 “요소가 없으니 생산은 할 수 없고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웃거름용으로 여름에 비료를 추비해야 할 시기에 비료가 충분치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비단 팜한농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무기질비료생산업체의 현실은 비슷하다. 이처럼 무기질비료 생산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년째 이어온 적자 폭도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요소가 확보되더라도 곧바로 무기질비료 공정에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6월 18일 현재 요소가격은 톤당 438달러로, 5월 14일 기준 350달러보다 25% 올랐고, 지난해 11~12월 평균 274달러와 비교해 60%나 상승했다. 지금 추세라면, 가장 빠른 시기인 7월 요소가격은 438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데, 농협 납품가격과 격차를 감안할 때 요소를 과감하게 무기질비료 생산과정에 넣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자칫 하반기에 농업인이 사용해야 할 무기질비료 생산의 공백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예상되는 상황. 무기질비료 납품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요소 뿐 아니라 6월 18일 현재 염화칼륨은 330달러로 지난해 11~12월 평균 대비 40%, DAP(인산암묘늄)은 568달러로 56% 각각 올랐다. 유황은 3월 178달러로 117% 오른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주장은 올 4월부터 무기질비료생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오고 있고, 최근엔 그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무기질비료생산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상반기 동안 한포 팔면 어떤 비료는 1000원에서 3000원씩의 손해를 보면서 무기질비료를 공급했는데, 이익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가격조정을 해달라는 의견들”이라며 “당연히 농업인들과의 가격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로, 늦었지만 그나마 하반기에 조금 남아있는 시장에서 손해를 경감할 수 있도록 가격 현실화를 고민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제조원가 70% 원자재가 차지
농협 납품가격 현실화 시급 

무기질비료업계 관계자도 “무기질비료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라는 현실을 고려해 농협 납품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며 “비료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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