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ㅣ '취임 100일'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김춘진 aT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국회의원 시절 농업·농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그는 이제 농산물 수급에서부터 식량 안보까지 대한민국 먹거리 시스템 전반을 고민하며 동분서주 하고 있다. 
김춘진 aT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국회의원 시절 농업·농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그는 이제 농산물 수급에서부터 식량 안보까지 대한민국 먹거리 시스템 전반을 고민하며 동분서주 하고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3선(17·18·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농림어업 및 국민 식생활발전포럼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 농해수위가 아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면서도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제 도입을 주도하는 등 농업·농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관련 제도 개선에 적극 앞장서 왔다. 지난 3월 aT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그는 농업과 농촌, 더 나아가 국민 먹거리 문제를 더욱더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6월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춘진 aT 사장을 만났다.  

 

국가 차원 ‘식량 전략비축기지’ 조성
국제곡물시장 불안전성 대응 모색
새만금에 곡물·식품전용 부두 마련도

로컬푸드 직매장-푸드플랜 연계
학교·공공기관·복지시설 등 수요 확대
빅데이터 기반 정보 수집·분석, 예측 강화
농산물 선제적 수급조절 역할 최선

온라인채널 통한 K-푸드 홍보·마케팅
건강기능식품 발굴 적극 지원 약속

 

-공사의 수장으로 온 지 100일을 맞습니다. 국회의원 시절 농업·농촌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신 사장님을 기억하는 농어민들이 많은데요. 취임 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공사 최고경영자로서 경영현황을 파악하고 공사 내외 사업현장을 점검하며 지냈습니다. 수급안정과 유통개선, 수출확대 등 공사가 가진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비축기지를 방문해 물가 관련 현장 점검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aT가 법적 목적에 맞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공사법(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법)에 주어져 있는 우리의 임무입니다. aT가 공사법 목적에 맞게 농산물, 임산물, 축산물 및 수산물 관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며 ‘농수산식품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사업을 점검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수산물이나 임산물에 관련 데이터는 해수부나 산림청에서 따로따로 관리하는 게 현실인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각각 하더라도 aT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먹거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오셨는데, aT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공사법에 따른 두 번째 목적이 농어민들의 소득을 증진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농어민 소득을 증대시켜 나간다는 이 목적은 1967년 공사가 창립할 때부터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농어촌개발공사에서 농수산물유통공사로, 그 뒤 2012년 ‘식품’이 들어오면서 공사의 역할도 큰 전환점을 맞았는데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식품산업 육성이라는 엄청나게 큰 역할이 주어진 만큼 그 가치를 잘 살리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와 함께 농촌 문제를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보려 합니다. 농촌의 고령화 현상과 도시 청장년층의 취업난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된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에 농촌의 고령인구와 도시의 청장년 인구가 상생하며 농촌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해보려 합니다. 유관기관과 협업해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 제공,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형태입니다. 스마트팜 운영으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는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복지를 현실화시키면, ‘돌아오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된 농산물의 판로를 aT가 책임지고 확보해 안정적 농가 소득 창출에 이바지할 계획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지난 5월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식량콤비나트 건설을 골자로 한 식량자급률 제고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량콤비나트’, 농업인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국가 차원에서 식량 확보 및 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 전략 비축기지’를 조성하자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전염병, 이상기후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곡물 수출을 통제함에 따라 국제곡물시장의 불안전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4대 곡물인 쌀, 콩, 밀, 옥수수 중에서 쌀을 제외한 곡물의 식량자급률은 매우 낮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식량 안보 차원에서 비축기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제분·착유시설 등 식품 가공공장 유치를 통해 최대의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를 구축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비축기지 조성지역은 새만금 간척지가 최적지입니다. 아시아에서 12만톤 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는 새만금항이 유일합니다. 새만금항에 곡물 전용 부두, 식품 전용 부두를 만들어 식품산업까지 연결하면 약 40조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습니다. aT가 식량 수급에 대한 책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밑그림을 그리고, 식품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 나간다면 통일 시대를 대비하고,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가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aT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비롯한 로컬푸드 및 푸드플랜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장님께서도 평소 많은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푸드플랜을 시행하는 지자체의 실행과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직매장이나 APC 등에 농림정책사업 16가지를 5년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공공기관 중심의 로컬푸드 활용 공공급식 공급체계 기반조성을 위해 나주와 전주·완주 혁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로컬푸드 공급 선도 모델을 구축하고, 김천이나 진주 등 타 혁신도시로 확산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 푸드플랜 수립·실행을 적극 지원하고, 확산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 현재 228개 지자체 중 110여 지역에서 각각의 여건에 맞는 푸드플랜을 수립하거나 수립 중에 있습니다. 또 지역 중소·고령농의 안정적 판로 확보 및 로컬푸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중소농의 참여를 지속적해서 독려한 결과, 로컬푸드 직매장에 참여한 0.5ha 미만 영세농이 2019년 1만3000명에서 2020년 1만8000명으로 약 38%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도 로컬푸드 직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푸드플랜과 접목해 학교,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로컬푸드 수요를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내 농산물 수급안정화 방안에 대한 구상도 듣고 싶습니다.

“공사는 물가안정을 위해 단기적인 수급 불안정 해소를 위한 사업들과 중장기 대책 마련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주요 농산물의 도·소매가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고추, 마늘, 양파 등 5대 채소류는 상황에 따라 수매·비축을 통한 수급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곡물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농산물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해 농산물의 물가안정 및 선제적인 수급조절에 대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 공사는 올해 국산 콩·밀의 생산 강화와 소비 촉진을 위해 ‘식량산업지원단’을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밀은 전문 생산단지 조성, 건조저장시설 지원, 군납용 정부 비축 밀 공급,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우리 밀 제품개발 등을 추진 중이며, 콩은 품질개선을 위해 품종 구분 수매제도를 도입, 올해 4개 품종 8000톤을 수매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먹거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가격을 안정시켜야 되고, 그러려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됩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집과 분석, 예측력을 강화해 선제적 수급조절에 큰 역할을 해 나가겠습니다.” 
 

-K-FOOD(푸드)가 확산하며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농수산물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98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5월말 기준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44억3000만달러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K-푸드는 고품질·안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김치, 인삼, 장류 등 면역력 제고 및 건강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한국 고유 식품들이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 작년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했습니다. 공사는 K-푸드 인기가 지속하도록 과학적 효능을 갖춘 건강기능성 식품을 적극 발굴하고, 다양한 온라인채널을 통한 홍보·마케팅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K-푸드가 되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안전’은 K-푸드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식품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농수산식품 수출 지원에 힘써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농업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은 가격안정과 유통구조 개선, 식품산업 육성, 해외 수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든 사업은 잘사는 농어민과 균형 있는 경제발전에 목적이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농수산식품산업의 동반자로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지속가능한 우리 농어업을 실현해 ‘잘사는 농어촌,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드는 데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공사는 올해로 출범한 지 54주년이 되었습니다. 농수산식품산업을 주도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우리 농어업을 새롭게 조명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도록 힘써 나가겠습니다.” 

정리=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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