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한우농가 축사허가 ‘형평성 논란’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우량농지 보전 등의 이유로 축사 신축 불허 판정을 받은 충남 예산의 한우농가, 전서율 씨가 불허 판정을 받은 부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우량농지 보전 등의 이유로 축사 신축 불허 판정을 받은 충남 예산의 한우농가, 전서율 씨가 불허 판정을 받은 부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전국적으로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정비된 우량농지에 지어진 축사시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충남 예산의 한우농가는 유사한 조건에서 축사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 판정을 받으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전서율 씨의 축사는 두 곳이다. 그 중 한 곳이 마을회관을 비롯한 주거지역과 불과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이에 전서율 씨는 또 다른 축사가 위치한 곳의 바로 옆으로 축사 이전을 추진한다. 이곳은 이미 전서율 씨 농장을 비롯해 한우·젖소농장들이 있어 축사 이전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을주민들의 동의서까지 확보한 그의 어머니, 조예주 씨는 2018년 7월 25일 축사용도의 건축물(건축면적 2097.2㎡)을 신축하는 내용의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부모님의 가업을 잇기 위해 퇴사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전서율 씨는 “현 축사 인근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있는 등 동네 한 가운데 위치해 축사와 집을 폐쇄하고 새롭게 지은 축사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악취, 토양·수질오염, 전염병 등
주변 농업·주거환경 악화 우려”
재판부 판단, 예산군 손 들어줘


하지만 그의 축사 이전 계획은 벽에 부딪친다. 예산군이 축사 허가 신청에 대해 2018년 8월 14일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서율 씨는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2019년 1월 21일 기각됐고 이후 소송을 제기해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우량농지에서 축사를 건립할 수 있느냐 여부다. 예산군이 축사 허가 신청을 불허한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조예주 씨가 축사 건립을 위해 허가를 신청한 지역 일대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 정비된 우량농지로서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량농지 내에 축사가 급증할 경우 집단화된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분진, 토양·수질 오염으로 인해 주변 농업·주거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축사의 집단화는 가축 전염병 전파에 취약해지고 집단폐사가 발생하면 농지에 집단으로 매몰처리하게 되는 만큼 농업 환경 침해, 장기간 토양·수질의 오염원으로 남을 수 있고 축사에서 전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제를 사용하면 주변 농지를 오염시켜 친환경 농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만큼 친환경농업 경영자의 피해를 우려했다. 여기에 집단화된 축사는 우량농지로 조성된 평야지역의 주변 경관과 미관을 저해하고 해당 지역에는 축사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배수할 수 있는 하수배관이 설치되지 않아 이곳에서 발생한 오수를 적절하게 외부로 배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1심 재판부도 예산군의 손을 들어줬다.
 

전서율 씨는 비슷한 여건의 다른 지역에서는 축사 허가가 났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서율 씨는 비슷한 여건의 다른 지역에서는 축사 허가가 났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우농가 조목조목 반박 

분뇨 처리 시설·장비 충분
별도 하수배관 등 보완 가능
방역·전염병 가축 사체 처리
매몰지로 국공유지 활용 충분

인근 신축 중인 축사도 5~6개
지자체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
가축사육제한조례 개정도
축사신축 허가요청 이후 이뤄져


하지만 예산군과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조예주·전서율 씨 측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농지법에 따라 축사 부지는 농지에 해당되고 (축산 건립을 위해) 농지전용도 불필요한 점은 농지에 축사를 설치·운영하는데 규제를 완화하자는 취지”라며 “허가 신청지 주변에는 농경지가 펼쳐져 있는 것은 물론 이미 축사가 신축돼 운영되고 있거나 지자체 허가를 받고 신축 중인 축사가 5~6개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건은 지자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평등의 원칙에도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질병 전파 우려에 대해서는 “방역 및 전염병에 걸린 가축 사체의 처분 등을 법률(가축전염병예방법)로서 규율하고 있고 가축매몰 장소는 매몰 대상 가축 등이 발생한 해당 장소에 매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해당 농장 부지 등이 매몰 장소로 적합하지 않거나 매몰 장소로 활용할 수 없는 등의 경우엔 국·공유지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정한 만큼 대체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변 자연경관과 미관 훼손 등에 대해 허가 신청지는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농지로서 심미적 가치가 있는 자연경관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예산군에는 특별히 생태·경관보전지역도 없는 만큼 축사를 건축해도 주변 환경·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근거가 없다. 또 분뇨처리 관련 스스로 분뇨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장비를 갖추고 있고 지자체의 보완 요구에 따라 별도의 하수배관 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서율 씨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또 있다. 조예주 씨의 허가 신청 시기(2018년 7월 25일)에 예산군이 말한 우량농지에 해당하는 농업진흥구역에 대한 축사신축 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서율 씨와 예산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신청 접수된 158건(허가 124건) 중 135건이 농업진흥구역이었다. 전서율 씨는 “축사 건축이 허가된 곳은 우리와 동일한 우량농지 내에 위치해 주변 여건은 유사하지만 우리 농장만 신청을 불허했다”며 “지자체 재량권은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내가 허가 신청한 곳이 축사 밀집지역이라고 하지만 (다른 축사와) 300m 정도 떨어졌다”며 “가축사육제한조례가 개정돼 시행한 것은 우리가 축사신축 허가를 요청한 이후다. 그렇기 때문에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예산군은 우량농지에서 축사를 신축해서 얻는 이익에 비해 우량농지 훼손, 가축전염병 전파, 농업환경 침해 등 공익상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인식해 2018년 8월경부터 보전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우량농지에서의 축사신축을 불허하고 있다고 소명했다. 또 가축사육제한조례를 2018년 7월 2일 개정해 2018년 10월 8일 지형도면이 고시된 때부터 제한의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200m 이내에서 소의 사육이 금지됐지만 개정을 통해 500m 이내에서 소를 사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산군은 이 같은 조치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019년에 축사신축 허가신청이 5건(2019년 5월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서율 씨는 “소를 잘 키우기 위해 예산축협에서 한우대학 과정도 수료하고 수정 교육도 이수했다. 좋은 암소를 만들기 위한 개량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벽에 부딪쳐서 난감하다. (이전할 곳은) 유동인구도 적고 도로도 떨어졌으며 국가하천도 아닌 지방하천과도 400m 이상 거리가 있어 축사 위치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농촌에 청년들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은 축산분야에 신규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를 키우고 싶어서 왔는데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한 그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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