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치연구소 중소기업지원실 정선화 선임연구원

[한국농어민신문]

지난 3월에 터진 중국의 알몸 김치 사건은 우리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국내 식당이나 외식업체에서 제공되는 김치의 상당량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수입 김치 불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식품에 있어서 위생안전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내 몸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음식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안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는 수입김치 안전·안심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그 파장은 고스란히 국내 식당과 외식업체로 넘어가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는 ‘김치’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제공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국산 김치를 내놓자니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그럼 국산 김치는 왜 중국산 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인지 알아보자.

그 이유는 국내 김치산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김치 제조업은 까다로운 제조 공정 탓에 자동화 설비 도입이 어려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인건비 자체가 중국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제조원가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김치제조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치제조원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재료비 역시 국내 채소류 공급 감소 및 가격 불안정 등의 이유로 제조원가 상승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산 김치는 중국산과 달리 원료 선별부터 위생 안전과 품질 유지를 위한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HACCP 시설 도입비와 유지관리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제조원가에 더해지면서 국산 김치는 중국산 김치에 비해 3~4배 정도 더 비싸진 것이다. 중국산 김치와 표면적인 가격차가 3배 정도 발생하다 보니 식당과 외식업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국산 김치를 먹기 위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한 조사에 따르면, 식당의 월평균 김치 구입량은 74kg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중국산 김치는 8만8560원, 국산 김치는 25만8300원 정도로 추정된다. 원산지에 따른 김치 구입비 차이는 월평균 17만원 정도지만, 소규모 식당 점주 입장에서는 이 금액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보는 시각을 바꾸어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가 먹는 김치 한 접시(배추김치 50g)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중국산의 경우 60원, 국산은 190원 정도로, 차액은 130원으로 내려가게 된다.

어떤 어려움도 나누면 힘이 된다. 소비자 스스로가 품질 좋은 국산 김치를 먹기 위해 음식 가격에 100원이라도 부담해보면 좋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소비자가 식당에 국산 김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지불한 음식 가격에 대한 정당한 요구이기는 하지만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점주가 상품 김치의 원산지 전환에 따른 비용을 온전히 부담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국내 김치 산업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작업 비중이 높은 김치의 제조공정을 단계적으로 자동화하는 등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산 김치 한 접시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단돈 100원이지만, 이 작은 시도가 농민과 김치제조업체, 식당 점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생각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긍정의 나비효과를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