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 전환계획 전면 유보
지베렐린 근절도 ‘유야무야’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정부의 배 과수 대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배 대책의 두 축이었던 ‘소포장 전환’과 ‘지베렐린(성장촉진제) 배 유통 근절’ 모두 현장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중단, 안 하니만 못하게 됐다. 여기에 뒷수습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정부 들어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배 대책은 크게 ‘소포장 전환’과 ‘지베렐린 배 유통 근절’로 나뉜다. 이 중 ‘소포장 전환’은 2018년 말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15kg과 7.5kg으로 거래되던 배 포장을 10kg과 5kg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과가 큰 신고배 위주에선 소포장 전환이 힘들다는 현장 농가 의견이 컸고, 이에 1년을 유예했지만 반발이 더 거세지며 지난해엔 관련 계획을 전면 유보키로 했다.

이후 소포장 전환은 뒷수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농가에선 정부 계획대로 소포장을 준비했지만 농식품부가 관련 대책을 전면 유보한 뒤, 소포장을 준비한 배 농가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

한 배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배 소포장을 준비한 농가로부터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농식품부에선 어떤 방안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듣지 않고 급하게 소포장 전환을 추진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후 뒷수습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정부 정책을 믿고 실행에 옮긴 농가를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방 추진하다 ‘슬그머니 손 떼기’…정부 따른 농가만 ‘답답’

중단 관련 설명도 없어 혼선
“현장 고려 세심한 정책 추진
산지와 지속적 소통해야”


‘2021년 배 지베렐린 유통 근절 대책’은 2017년 말 배 의무자조금 출범과 함께 농식품부가 배 대책의 핵심 사업으로 내놨지만 계획 연도가 된 올해 농식품부는 지베렐린 유통 근절 대책에서 손을 놨다. 이 역시 현장에선 지베렐린 근절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여전히 배 시장이 추석에 맞춰져 있고, 신고 배 위주인 배 산지 여건을 감안하면 해결 과제가 같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알렸다. 하지만 농식품부에선 2년 전인 2019년에도 배산업발전 토론회 등에서 2021년까지 지베렐린 배 유통 근절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2021년이 돼서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

경북 예천의 한 배 농가는 “배는 여전히 선물용이 많고, 겉보기론 지베렐린을 처리하면 상품성이 있어 보이며 가격도 더 잘 받는다. 농가에선 어쩔 수없이 지베렐린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데, 그 현장을 바꾸기 위한 선행 과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무조건 21년까지 지베벨린 배 유통을 근절하겠다고 하니 대책이 성공할 수가 있겠느냐”며 “대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도 문제지만, 대책이 중단됐으면 이를 알려야 혼란이 덜 발생할 텐데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소포장 전환은 현재 완전히 중단됐고, 지베렐린 유통 근절도 현장 여건을 놓고 볼 때 쉽지가 않은 상황으로, 이 두 대책에 대해선 현재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배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두 대책 모두 옳은 방향이지만, 아직 현장에서 받아들이긴 제반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대책을 듣고 소포장으로 전환한 농가에 대해선 지역 농협이나 자조금 등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지자체 비용이 투입된 곳도 있다”고 답했다.

한편에선 이번 정부의 대책 실패를 교훈 삼아, 배산업과 관련해선 산지와 소비 여건 등을 보며 치밀하면서도 신중하게 대책을 내놓고 접근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 농가인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현장 여건이 아직 어렵지만 소비자 신뢰 확보 측면에선 지베렐린 근절로 가는 게 옳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지만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지베렐린 근절을 위해선 같이 진행돼야 할 과제들을 분석해 함께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론 자연스럽게 지양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배 소비와 관련해서도 현재 소비지시장에선 중소과 위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소포장을 정착시키기 위한 현지 의견 수렴을 비롯해 신품종 육성, 보급 등 이에 맞는 산지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며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는 배산업이 이제는 반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산지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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