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구리시장) ‘수박 팰릿 출하 사업’에 대해 산지와 시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내 법인별로 추진 일정이 달라 출하 농가와 유통인들에게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 팰릿 출하와 관련해서도 장단 분석이 뚜렷이 나뉘는 가운데 중소 산지에선 추가적인 유통 비용 발생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길어야 두세 달 출하하는 중소 수박 산지에서 선별장 구축 등 제반 요건을 갖출 여력이 없고, 결국 타 유통 주체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도매시장에 다른 사업 추진 일정

산지 "물류비 부담" 반발하자 농협공판장은 벌크 출하 유지
공사, 6월 전면시행 방침 바꿔 법인마다 추진 일정 제각각

구리시장엔 청과부류 도매법인으로 구리청과와 인터넷청과, 농협구리공판장이 있다. 구리농수산물공사와 시장 유통인들에 따르면 이 중 이달 1일부터 구리청과와 인터넷청과에선 벌크 등 산물 출하 시 하역 후 ‘선별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팰릿 출하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대신 팰릿 출하자를 대상으로 1팰릿 당 5000원의 물류비가 지원된다. 

반면 농협구리공판장에선 기존대로 벌크로 출하해도 하역 후 선별 작업까지 이뤄진다. 이와 관련 시장 내에선 한 도매시장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법인별로 달리 적용되는 것에 대한 혼란 및 혼선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추진 방향에 대해 산지에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시장 내 한 유통인은 “시장 내 어떤 정책이 만들어지면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 일반 시장도 아닌 공영도매시장에서, 그것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구리시장에서 이런 따로국밥 식 정책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사업에 대한 혼란스러움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당장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올해 6월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하다 이렇게 말이 바뀌고, 하는 곳과 안 하는 법인이 나뉘니 산지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구리공사 관계자는 “당초 오는 5월부터 계도기간으로 하고 6월부터 전면 시행하려 했지만 법인별 입장이 달랐고, 시장관리운영위 산하 물류개선위원회 권고도 있어 내년 4월 1일부터 수박 팰릿사업을 전면 시행키로 하고, 올해는 법인에 맡겼다”고 답했다.  

 

팰릿 출하 장단 속 중소 산지는 우려 목소리

중소농가 출하 여건 안돼 '밭떼기' 불가피 답답함 호소

수박 팰릿 출하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적인 시선이 나뉘는 가운데 중소 산지에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중 긍정적인 의견으론 수박 상품성 향상과 이로 인한 수취가 상승, 하역원의 근로 여건 개선, 도매시장 혼잡 개선 등을 들고 있다. 

구리공사 관계자는 “수박 팰릿 사업은 하역원의 근로 여건 개선과 수박 상품성 향상 및 출하자 수취가격 향상을 위한 사업으로, 수박 물류 효율화 정착으로 물류비용 절감, 생산 농가 수취가격 향상, 도매시장 혼잡개선, 구매자 편의 증진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으론 산지에서의 추가적인 작업 소요, 팰릿·박스비 등 부가적인 비용 발생, 선별·공선장 구축 어려움 등 현실적으로 산지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가락시장이 2016년부터 산지 선별 및 팰릿 출하로 돌아선 가운데 구리시장마저 이 방식을 채택한다면 중소 산지의 경우 수도권 도매시장 출하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산지 관계자는 “수박은 다른 농산물과 달리 길어야 두세 달, 한 산지로 보면 한두 달이면 끝인데, 중소 산지에서 어떻게 선별장을 구축해 팰릿, 박스로 출하할 수 있겠느냐”며 “가뜩이나 산지에 인력도 없고 생산비는 상승해 있다. 중소 농민들은 수도권 도매시장에 출하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밭떼기 등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유통 주도권을 내주는 일”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장 내 한 유통인도 “가락시장이 팰릿 출하로 전환한 데 이어 구리시장마저 그렇게 되면 중소 농가 수박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 더욱이 가락시장과 달리 구리시장은 수박으로 인해 시장 내 혼선도 별로 없었는데 왜 이렇게 무리해서 추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수박 소비가 덜 되고 있는 가운데 수박 단가만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리공사 관계자는 “산물로 들어와 하역 후 선별을 원하면 수도권 도매시장 중  강서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다”며 “지금 시장은 하역반들이 노령화돼 있고, 주 52시간도 맞춰야 해 수박 선별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산지에서도 선별, 공선장을 만들면 수박 유통이 좀 더 체계화되고 수박도 더 제값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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