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사)한국농촌복지연구원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최경환 (사)한국농촌복지연구원 원장

20년 전 사과와 배 두 품목으로 시작한 농작물재해보험이 어느덧 67개 품목으로 확대되었다. 시작 당시 대다수가 제대로 정착할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다른 성과들을 2001년과 2020년을 비교해 살펴보면, 가입금액은 924억 원에서 20조 207억 원으로, 가입농가수는 8,055호에서 442,179호로, 보험료는 30억 원에서 7,289억 원으로, 가입률은 17%에서 45%로 크게 확대되었다. 지난해만 해도 1조 193억 원이라는 거액의 농작물재해보험금이 지급되어 재해농가의 경영안정에 기여했다. 아울러 농가들이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각종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성과 이면에는 문제도 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다수 품목은 가입률이 낮은 것, 농가들의 신규 품목 확대 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수 없는 것, 손해평가에 대한 불만, 국가재보험 등 국가재정 운용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것들이다. 

20주년을 맞은 농작물재해보험이 앞으로도 명실상부한 농가의 경영안정망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제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사업추진의 체계화다. 정책보험은 모든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리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농업인이나 정치권의 요구에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당장의 문제는 모면할지 모르나 더 큰 문제를 키우게 된다. 정책보험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영향을 전혀 안 받을 수는 없지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둘째, 사업추진의 과학화·첨단화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ICT강국이다. 농작물재해보험 사업에도 이들을 적극 활용하므로써 신속하고 정확하며 합리적인 사업추진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업실적 자료(통계)의 축적·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나 손해평가를 위한 기기 및 기법 개발 등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셋째,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 최근 몇 년간 기록적 폭염 및 가뭄, 봄철 이상저온, 역대 최장 장마, 연속된 초강력 태풍 등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작부체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초자료(통계)가 필요한지 파악하여 장단기 계획을 세워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책보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다. 이해당사자인 농업인이 해당 정책사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때 호응(가입률)이 높고 불만도 적어진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은 수시로 내용이 수정·보완되기 때문에 제때에 농업인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늘상 하는 의례적인 홍보나 교육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년을 맞은 농작물재해보험이 사업 추진체계의 전반적인 점검과 재정립을 통해 앞으로도 농가 경영 안정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지속·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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