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눔축산운동을 말하다 <3> 나눔축산운동 현장을 가다 |아름다운 축산농장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농가들은 가축만 잘 기르고 품질 좋은 축산물 생산에만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축산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농가들의 생각도 바뀌면서 축산 농장의 변신이 시작됐다. 다소 삭막해보였던 농장에 꽃이 피었고 푸르른 나무가 심어졌다. 눈이 즐겁고 체험할 수 있는 농장도 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는 농가들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품질의 축산물 생산은 물론 더불어 사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선도하고 있는 농장, 두 곳을 소개한다.
 

허상철 대표는 "먹거리는 눈으로 먹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농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우유 생산과정 등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허상철 대표는 "먹거리는 눈으로 먹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농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우유 생산과정 등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철저하게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경남 창원 ‘태원목장’ 

시청 20분 거리 접근성 살려
여물 주기, 피자·치즈 만들기 등
낙농체험목장으로 입소문

매일 8~9회 자동 유압 청소
지붕 자동 개폐로 환기도 힘써
건강한 소 유지, 성적도 우수 

태원목장(대표 허상철)을 멀리서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깔끔한 외관의 체험시설과 농장 주변의 조경수가 어우러진 이곳을 카페로 알고 잘못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사실 태원목장의 주변은 축산하기 좋은 환경만은 아니다. 창원시청에서 20여분 거리에 불과할 만큼 도심에서 가깝고 두 곳의 저수지(주남·동판저수지)와 인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원목장은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창원을 비롯해 부산·김해 등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이용해 낙농체험목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목장 구경, 소여물 주기, 송아지 우유주기, 피자·치즈·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음식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전략은 주효했다.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태원목장의 체험프로그램은 매달 700여명, 연간 8000여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가 높다. 유명 우유 브랜드만 알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부산우유를 알게 한 점도 체험목장 운영을 통해 얻은 장점이다. 또 소비자들에게 목장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농장 관리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허상철 대표는 “먹거리는 눈으로 먹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입으로 먹는 것”이라며 “먹거리인 우유의 생산지를 개방하고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목장에서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농장이 관리되는지 알려주기 위해 체험목장을 운영 중”이라며 “체험목장을 운영하는 만큼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매일 5시 전에 일어난다. 내가 더 부지런해졌다”고 덧붙였다.
 

태원목장의 체험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깨끗하고 철저하게 목장 관리를 한 덕분이다. 2002년부터 낙농업에 뛰어든 허상철 대표는 약 3000평의 농장 부지에 축사 1000평, 사료 창고 150평, 체험장과 요구르트 제조공장 120평, 액비발효탱크 폐수처리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로봇착유기를 도입하면서 일손을 덜었다. 사육두수가 160두(착유두수 79두)이지만 로봇착유기 덕분에 목장관리가 수월해진 것이다.

또 축사 2층에 설치한 TMR 배합실에서 1층 축사의 자동사료급이기로 전달하면 시간에 맞춰 소들에게 사료 공급이 이뤄진다. 매일 8~9회 유압을 통해 자동으로 축사 청소를 진행하고 축사 바닥에 깔아주는 톱밥도 연간 10여 차례 교체하는 등 소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원활한 환기를 위해 축사 지붕을 개폐식으로 만들었다.

허상철 대표는 “농장의 청결은 젖소들의 위생, 우유 품질과 직결된다”며 “사람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직원이 갑자기 그만 둬도 일에 차질이 없을 만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축사 바닥과 환기 관리 등이 축사의 청결에서 중요한 항목”이라며 “축사 바닥은 15㎝ 정도 깔아주고 톱밥을 수시로 교체하는 등 바닥이 질지 않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소를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철학으로 목장을 관리해서일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품질 등급은 1A, 착유량은 항상 쿼터(2700㎏) 물량을 넘는다. 허상철 대표는 “우유를 많이 짜려는 욕심 때문에 농후사료를 과다하게 먹이면 안 된다. 초식동물의 기본 먹거리는 풀”이라며 “젖소의 번식이 잘 돼 출산하게 되면 우유는 자연스럽게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또 “보통 낙농가들은 조사료를 8㎏ 정도 먹이지만 난 그 이상 공급하고 있다. 송아지 때는 조사료를 무제한으로 주는 편”이라며 “설사 예방 등을 위해 송아지는 태어나면 반드시 최소 일주일 정도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장은 허상철 씨 부부, 목장 체험 프로그램은 세 자녀(1남2녀)가 맡는 등 철저한 분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는 허상철 대표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다. 내가 베풀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철학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이 낙농, 나아가 축산의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화려한 꽃 가득 ‘이름값 톡톡’포도·한우 어우러진 진풍경도

꽃과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농장은 겨울을 제외한 계절 내내 농장 주변을 수놓은 화려한 꽃을 볼 수 있다. 이제홍 대표는 "가장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꽃과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농장은 겨울을 제외한 계절 내내 농장 주변을 수놓은 화려한 꽃을 볼 수 있다. 이제홍 대표는 "가장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 괴산 ‘아름다운 농장’ 

농장 주변 식재한 나무 800그루 
차광막 대신 포도넝쿨도 심어
‘한살림 체험’ 진행 소비자 북적
 
면적당 사육기준 철저히 준수
활성수 정화장치로 물도 깨끗
건강한 농촌체험 위해 힘쓸 것

농장 이름이 ‘아름다운 농장’(대표 이제홍)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울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찾은 농장은 이름값을 했다. 우선 주차장에서 농장 입구까지 화려한 색깔의 금낭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농장 주변에서는 소나무와 산수유 등 여러 종류의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제홍 대표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농장 이름을 지었다. 농장 주변에 식재한 나무가 800그루 정도”라며 “벚꽃나무, 감나무, 밤나무, 오가피, 다래 등등 여러 수종을 심었다. 그래서 우리 농장에는 겨울을 제외한 기간에 항상 꽃이 핀다”고 소개했다.

또 아름다운 농장의 우사에는 포도가 심어져있다. 우사 안 차광막을 포도넝쿨이 대신하는 것은 물론 포도가 송골송골 맺히는 시기에는 포도송이와 한우가 어우러진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제홍 대표는 “84년에 후계자 지정 후 5마리로 시작했지만 소값 파동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때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전국의 농장을 다녔고 환경과 어울리는 축산농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에 만들 내 농장에 반영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의 장점을 기록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많은 나무와 꽃 등을 심은 것은 농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현재 아름다운 농장은 한살림의 체험농장으로 소비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이제홍 대표는 “사시사철 소비자들이 찾는 농장이다. 농가 입장이 아닌 소비자에 초점을 맞춰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체험객들은 농장 주변에 심어진 다래·으름 등을 따먹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을, 어른들에겐 추억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한살림 생산농가에 뛰어든 것도 농장 관리 방향을 농가 입장 보다는 소비자와 소에 주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현재 사료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곡물(Non-GMO)로 만든 배합사료와 국내산 조사료를 주원료로 한 TMR을 함께 급여하고 있다. 면적당 사육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제각을 하지 않는 등 동물복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활성수 정화장치를 통해 생산한 물은 친환경 기준에 적합할 만큼 깨끗하다.

아름다운 농장은 비육사과 번식사, 송아지사로 분리됐던 우사의 처마를 하나로 연결해 한 개의 동으로 허가를 받았다. 유입된 빗물을 통해 쓸려 나가는 오수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청소수와 소독수 등이 밖으로 흐르지 않도록 우사 내 관리 통로는 콘크리트 포장 대신 블록공사를 시행했다.
 

이제홍 대표는 “사실 한살림 인증 조건은 까다롭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적이 우선인 만큼 참여하게 됐다”며 “농가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가격에) 생산비를 반영해주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갖고 경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축사 바닥을 뽀송하게 관리하고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면 사육밀도가 중요하다”며 “우사 한 칸에 6~7마리를 키울 수 있는 크기이지만 4~5마리만 두고 있다. 150두까지 키울 수 있지만 120두만 사육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제3회 청정축산환경대상에서 최우수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제홍 대표는 “축산 농가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건강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으로 주력하겠다”고 강조하는 이제홍 대표. 그가 앞으로 보여줄 ‘아름다운 농장’의 변신이 기대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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