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GAP인증과는 별도로
친환경인증 추가 획득 필요
약용작물 농가 반발 고조


정부가 추진하는 ‘우수한약재 인증 사업’을 놓고 한약재(약용작물) 생산농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업대상에 포함되려면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받았더라도 친환경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한의약 육성법’을 개정하면서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 인증을 받은 한약재만 우수한약재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국내 약용작물 생산농가는 현 GAP 인증제도와 별도로 또 다시 ‘우수한약’ 이라는 이중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생산 농가에 따르면 약용작물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연작이 어려워 친환경 인증을 받기가 까다로운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우수 한약 인증을 친환경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농가 생산성을 낮추고 가격을 높여 소비자와 농민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광신 한국생약협회장은 “약용작물의 경우 PLS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생산 농가에선 지난해 12월 면적 기준 약 37.8%가 GAP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우수 한약재 인증이라는 별도의 인증체계가 만들어져서 또 다시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약용작물의 특성상 연작이 어려워 1년 또는 3~4년을 주기로 땅을 옮겨 다녀야하기 때문에 유기농 인증은 거의 불가능하고, 무농약 재배 역시 구기자, 오미자 등 열매 작물 위주로만 가능하다. 친환경으로 재배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8배 이상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격부담으로 인한 한약 복용 기피 등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손해다”고 주장했다. 

한약재 유통구조의 허점도 지적됐다. 한약재는 일반 소비시장이 아닌 한의원·한약방 등으로 유통되는데, 이 과정에서 중간 상인은 여러 농가에서 한약재를 구매해 보관한다. 이런 유통 구조상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인증 제품을 구분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생산농가는 관련 사업 추진 중단과 동시에 제도 개선을 통해 GAP 인증도 우수한약 인증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광신 회장은 “현재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약용작물은 5%도 채 안 된다. 친환경 한약재 생산이 어려워 약재 공급이 중단되면 약재를 편법으로 제조·공급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게다가 여전히 불법 수입 한약재나 용도 전용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데, 과연 이런 유통환경에서 친환경 한약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유통구조 개선은 물론 향후 제도를 보완해 GAP,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인증) 한약재도 우수한약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향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석원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사무관은 “우수한약에서 GAP 인증 한약재가 제외된 이유는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친환경 한약재를 ‘우수한약’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우수한약’은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측면이고, GAP 인증품은 표준재배법이 적용되긴 해도 농약에서 안전하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GAP인증 한약재와 친환경 한약재 중 무엇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올해 첫 시행되는 시범사업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우수한약에 GAP 인증품도 포함하는 의견에 대해서 향후 검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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