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식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한국농어민신문] 

정부 각 부처는 민간인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등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민간의 다양한 의견과 발상을 수렴하고, 필요할 경우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 등이 일반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 관련 위원회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 등 총 2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이전부터 큰 아쉬움이 하나 있다. 그건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농식품부를 비롯한 각 행정부처는 매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행정기관위원회 현황 및 활동 내역서’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내역서에는 그야말로 위원회 현황과 회의 내역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할 뿐이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전부 기록한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내용을 간추려 정리해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위원회 회의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해 보존하고, 공개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 농업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알권리 보장이다. 정부부처가 민간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민간부문의 의견을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다수의 농업인 등과 함께 회의내용을 공유하고, 또한 회의의 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해 보존·공개하는 것은 회의운영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작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회의 참석자가 좀 더 책임감과 준비성을 가지고 회의에서 발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셋째, 향후 농정과 정책연구 등의 중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회의록을 기록·보존·공개하는 것 때문에 위원들의 발언이 위축될 수 있고, 또 민감한 내용이 공개돼 뜻하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우려로 회의록을 작성,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지나친 우려다. 설사 그런 우려가 있다면 발언한 참가위원의 이름을 비공개로 하거나, 필요할 경우 발언 내용을 일부 간추려서 공개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의록을 작성, 공개하지 않는 것이 농식품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고, 또한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앙부처 가운데 위원회 회의록 공개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식약처의 식품위생심의위원회 등이 위원의 이름을 비공개로 하면서 위원들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회의록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이 회의내용을 전부 기록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공개되는 내용이 속기사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회의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공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사례지만 일본 농림수산성의 경우 회의록 공개에 매우 적극적이다. 농림수산성은 현재 민간인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식료·농업·농촌정책심의회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심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회의록은 물론 회의에 제출된 각종 관련 자료도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농림수산성도 처음 회의록을 공개하던 초기단계에는 여러 가지 우려들을 고려해 발언하는 위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또 지금도 회의내용을 요약하여 공개하는 심의회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심의회 등은 위원의 발언을 기록한 회의록과 회의에 제공된 행정자료 등을 지체 없이 공개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민간인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등을 설치, 운영해 민간부문의 다양한 의견과 발상 등을 정책의 수립, 운영에 반영하고자 하였다면 각종 위원회에 다양한 민간주체들을 참여시키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의록을 작성·보존·공개해 농업인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회의의 투명성을 높여 회의에 대한 농업인의 관심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회의록의 구체적인 작성·보존·공개에 관한 사항을 관련 법률에 규정하는 입법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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