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개발처장

[한국농어민신문] 

산업화·근대화는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발판이 된 반면 이촌향도(離村向都)의 흐름으로 이어져 대다수 농촌마을의 인구 과소화와 고령화를 심화시켰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병원, 약국, 상점 등의 필수시설과 영화관, 수영장 등 문화·복지시설을 비롯한 생활서비스 시설이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을 떠나는 젊은 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다시 생활인프라 시설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46%)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다. 국토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정주단위인 농촌마을이 사라지면 결국 농촌소멸로 이어진다. 이제 지금까지 농촌 지역개발사업을 진단하고 농촌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이 농촌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농촌의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협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농촌정책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는 정책적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한다. 지역이 수립한 지역 발전방향에 맞게 중앙과 지방이 함께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공동의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의 지역개발사업은 농촌의 읍·면 소재지, 마을 등에 대한 점(點) 단위 투자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농촌협약제도는 시ㆍ군의 공간(面)에 대해 20년 단위로‘농촌공간전략계획’을 세우고 5년 단위로 ‘농촌생활권활성화계획’을 수립한다.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투자범위를 구체화하기 때문에 사업 간 연계ㆍ복합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정책 간 상충되거나 중복 투자 되는 등의 비효율을 최소화하여 효과적으로 정책사업의 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농촌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촌지역의 현실을 진단하고 종합적인 발전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과 협의체, 전문기관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KRC)는 지역계획·조경·건축·농촌관광·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내·외부 전문가 337명으로 구성된 ‘KRC 지역개발센터’를 설치하였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통합적 지역개발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사업시행과 사후관리 등 각 단계별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함이다.

특히, 새롭게 도입되는 농촌협약의 성공적 안착을 위하여 민·관·학을 연계하는 소통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KRC 지역개발센터를 중심으로 미래농어촌발전포럼 80명, 공공디자인자문단 12명, KRC지역개발사업자문단 13명을 활용하여 각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역단위별 포럼 658명을 운영하여 지역의 특화된 사업추진 과정의 전분야별 자문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대와 공유로 2020년 농촌협약 시범 및 예비지구로 선정된 전국 12개 시·군 중 5개 시·군과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에도 농촌협약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인 40개 시·군 중 28개 시·군과 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지자체와 민간컨설팅사에도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역개발분야의 전문기관으로서 단순 사업참여자의 위치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책의 파트너로 변모해 가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농촌지역 현실에 맞게 반영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팬데믹(Pandemic)’이라는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저밀도 사회와 비대면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촌의 잠재가치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 일상시대, 변화를 기회로 삼아 창의적인 기획과 과감한 실행으로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우리 농어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농어촌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공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농정의 최일선에서 농업인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한국농어촌공사가 새로운 농촌정책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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