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일 농촌진흥청 코로나19대응영농기술지원반장

[한국농어민신문]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Liebig)가 주장한 ‘최소양분율 법칙’이 있다. 작물이 안정적으로 생육하려면 여러 양분이 적당한 비율로 공급돼야 하는데, 다른 양분이 아무리 충분해도 한 가지 양분이 부족하면 작물 생육은 이 부족한 양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최근 농업분야는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여파로 생산의 3요소 중 노동력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 ‘농업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우리나라 총 경지면적 160만2354ha 가운데 40세 미만 경영주가 경작하는 면적은 12만6437ha(7.9%)로 나타났다. 2015년에는 130만9678ha 가운데 2만3460ha(1.8%)로 큰 폭 줄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층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 가능한 노동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인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를 가속화하며, 농업기반이 약화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따라서 청년농업인 육성은 농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절실히 느끼는 정부는 청년들의 영농정착과 영농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과 농촌진흥청 ‘청년농업인 경쟁력제고사업’이 대표적이다.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창업농에게 3년간 농가경영과 가계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쟁력 제고사업은 농산업 활성화와 관련,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청년농업인을 선정해 농업기술과 경영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귀농인구 중 청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10%로 제자리걸음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영농정착의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대부분 응답자는 영농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고,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한 지원에 있어서는 불만족을 표시했다. 특히 영농정착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시설확충과 농기계 구입을 위한 경영자금 확보의 어려움’(26.3%)을 꼽았다. 농지확보(22.2%), 기본생활비(16.2%), 영농기술 습득(10.1%)에 대한 어려움도 드러냈다.

농촌진흥청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다각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신규 청년농업인의 창농 준비과정부터 정착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정보제공과 교육, 사업지원 등을 위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관계부처 및 지자체 등과 협력해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다양한 정책·사업·교육 정보를 한데 모아 청년농업인 맞춤형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시범운영 할 계획이다. 청년농업인의 창업·창농 단계를 예비기, 준비기, 정착기, 성장기로 분류하고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경영‧마케팅‧영농기술 분야 현장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시‧군농업기술센터 청년농업인 담당자를 대상으로 ‘청년농업인 코디네이터’ 과정을 운영해 눈높이 상담과 멘토링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정착기를 넘어 성장기에 들어선 청년농업인에게는 ‘가공·창업 리빙랩’을 통해 시제품 생산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소’를 설치해 온라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다. 특히 청년농업인은 달라진 농업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미래농업을 이끌어 갈 주역이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직업으로서 농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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