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부서에서 점심을 먹으러 간 한 쌈밥집에서 우연히 채소 얘기가 나왔다. 곱게 쌓아 올린 다양한 쌈채소를 보며 “이런 걸 집에서 먹기는 힘들겠죠?”라고 했다. 평소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지만, 음식점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 고기와 함께 먹는 상추나 깻잎 정도가 다였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부서장은 ‘평소 직거래로 쌈채소를 받아본다’는 설명과 함께 ‘익산 애벌레농장 쌈채소’ 얘기를 했다.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쌈채소를 한 상자에 담아 직거래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가격도 저렴했다. 택배비까지 포함해 1kg에 단돈 ‘1만원’.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렇게 쌈채소가 다양한지도 몰랐던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부서장은 5명의 부서원들에게 쌈채소를 한 박스씩 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쌈채소는 신선했고, 다양했고, 무엇보다 맛있었다. 평생 처음으로 선물받은 쌈채소,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봄! 힘 내세요♡ 젤 맛있는 걸로만 듬뿍 담았습니다’. 포장지 하나, 문구 한 줄에서도 보낸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졌다. 쌈채소 한 박스일 뿐인데, 보내준 이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웠고 핸드폰 번호 속의 친한 지인들도 떠올랐다. 쌈채소를 받아 본 부서원들의 반응도 대부분 이와 같았다.

이후 쌈채소 1kg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피자, 라면, 떡볶이 등 인스턴트 일색이었던 저녁 식사가 달라졌다. 샐러드, 샤부샤부, 강된장 등 저녁 식사는 늘 쌈채소와 함께였다. 2주간 쌈채소와의 ‘행복한 동행’이었고 ‘만원의 행복’이었다. 

1kg에 만원이면 30대 초반의 1인 가구가 2주 동안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쌈채소. 사실 쌈채소는 다양한 품목으로 구성됐고 택배비도 무료라 1만원이지만 대부분의 채소류는 1kg, 1만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 현재 금파라고 불리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는 대파도 1kg(단)에 도매가 기준 4000~5000원 정도다. 그것도 올해는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지 대체로 1000원 중후반대에 대파 가격이 형성된다. 양파(4~6입)도 1kg 도매가에 1000원 내외다. 소매가로 바뀌어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2주 이상 우리의 밥상을 책임진다. 매일 아침 의무방어전처럼 들르는 커피 값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채소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이번 주말 핸드폰을 열어 지인들에게 주소를 물어보려 한다. 1만원의 행복을 전달함과 더불어 건강까지 지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현주 식품팀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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