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수급 불균형, 소비에서 답을 찾다 <2> 농가 힘으로 유통을 해결하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홍천한우 사랑말의 육가공유통센터 직원들이 한우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홍천한우 사랑말의 육가공유통센터 직원들이 한우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축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위를 유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유통이 어려운 비선호부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호부위의 가격이 오르거나 유통업체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이하 홍천한우사랑말)이 그곳이다. 홍천한우 사랑말은 한우고기 소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저렴하게 한우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육가공센터, TMR사료공장 등을 직접 운영해 원가를 낮추고 있다.

#홍천한우 사랑말, 한우고기의 대중화에 나서다

홍천한우 사랑말 직매장·식당
‘소값 빼고 이윤 없다’는 원칙
시중보다 30% 가까이 저렴

TMR 사료공장 직접 운영
전문 육가공유통센터 보유 덕
‘콜드체인’ 통해 유통도 신선 

“한우고기 소비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한우농가가 살아남는 길”이라는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 대표의 말에 홍천한우 사랑말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한우를 먹을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안정적으로 소비 기반이 구축되고 이는 한우 농가의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월 2일을 기준으로 한우고기의 부위별 소비자 가격(축산물품질평가원, 1++등급·100g 전국 평균가격)을 살펴보면 안심 1만4494원, 등심 1만4506원, 채끝 1만4595원, 양지 5616원이다. 반면 홍천한우 사랑말 직매장의 판매 가격은 안심 1만2000원, 등심·채끝 1만600원, 양지 4000원이다. 이날 홍천한우 사랑말의 소비자 가격은 부위별로 최소 17.2%에서 최대 28.7%까지 저렴하다.

홍천한우 사랑말이 시중가격 보다 저렴하게 한우고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요인은 생산단계에서 시작한다. 현재 홍천한우 사랑말 농가들이 공급받는 TMR사료 가격은 시중 보다 약 10% 정도 저렴하다. 직접 TMR 사료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기룡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 기획실장은 “외부에서 공급받는 사료는 가격도 비싸고 품질도 일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품질 사료를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며 “좋은 원재료로 좋은 사료를 만드는 것이 건강한 소를 키우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홍천한우 사랑말의 가치를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전문 육가공유통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육가공유통센터는 콜드체인시스템으로 입고·가공·운반·보관·출고 등 모든 공정을 저온상태로 유지하는 등 신선한 유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발골 정형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와 함께 HACCP 인증·친환경 취급 인증도 획득했다. 최기룡 실장은 “한우는 구이류 부위가 40%다. 결국 구이류 외 부위가 창고에 쌓이다 헐값에 팔렸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가공센터를 설립해 원료육 생산을 위한 1차 가공, 학교급식을 위한 2차 가공을 하면서 원가 절감과 유통을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생산한 한우고기는 홍천한우 사랑말 직매장과 정육식당(홍천본점·의정부지점), 직영 쇼핑몰(sarangmalshop.com) 등에서 취급한다. 운영비를 제외하고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운영방침 덕분에 소비자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실제 상차림비 40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정육식당 홍천점은 연간 30만 명이 이용할 만큼 소비자들에게 소문난 한우고기 맛집이다. 최기룡 실장은 “2010년대 초반 급작스러운 소값 폭락과 사료값도 제때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우리(농가)가 직접 팔자는 생각으로 직매장과 한우식당의 문을 열었다”며 “소값을 제외하고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운영방침을 세워 소비자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김준호 드라이에이징센터 과장이 숙성 중인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저등급의 한우는 드라이에이징의 과정을 거치면 풍미가 깊어지고 육질도 부드러워지는 등 고급육으로 재탄생한다. 사진은 김준호 드라이에이징센터 과장이 숙성 중인 한우를 살펴보는 모습.

저지방육 3단계 건조 숙성…‘고급육’으로 재탄생

#드라이에이징으로 숙성 한우의 대중화를 꿈꾸다

정육식당 확산에 특색 사라져
저등급 한우 등 드라이에이징
미생물 숙성 발효육도 준비 중

드라이에이징이란 일정한 온도와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서 고기를 공기 중에 일정 기간 노출시켜 숙성시키는 건식 숙성 방법이다. 홍천한우 사랑말은 저렴한 가격에 드라이에이징 고기를 대중에게 공급하고 저지방육의 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강원 영서권 최초로 드라이에이징센터를 설립했다. 3년 정도 운영된 이곳에서는 한우고기를 최소 50일 이상의 기간 동안 3단계에 걸쳐 건조 숙성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저지방육이라는 이유로 2·3등급을 받았던 한우고기가 드라이에이징을 통해 고급육으로 재탄생한다.

최기룡 실장은 “정육식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만의 특색이 사라졌다. 그래서 드라이에이징을 시작했다”며 “드라이에이징은 저등급·다산 한우를 건조·숙성해 풍미와 연도를 높인 고급 숙성육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또 “암소가 나이를 먹으면 등급이 낮다. 하지만 다산우도 드라이에이징을 통해 부드러워지고 풍미도 뛰어나다. 다산우를 제값에 매입한다면 좋은 송아지를 낳는 암소는 계속 송아지를 낳을 수 있게 돼 홍천지역에 좋은 소의 혈통이 자리 잡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홍천한우 사랑말은 발효육이라는 새로운 상품도 준비 중이다. 김준호 드라이에이징센터 과장은 “발효육은 미생물에 주안점을 둔 숙성방법”이라며 “숙성기간이 20일 남짓으로 드라이에이징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통비용 부담하고 최고 경매가 적용 정산

#농가들, 안정적 소득 속에 고품질 한우 생산 매진

1등급 이상 추가 장려금 지급
생산안정지금도 눈에 띄어

홍천한우 사랑말의 또 다른 장점은 농가들이 생산에만 매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홍천한우 사랑말은 농가가 부담하는 유통 비용을 부담한 것은 물론 가격이 가장 높은 날의 경매가격을 적용해 정산하고 있다. 또 1등급 이상 한우는 평균 42만원을 지급하는 등 출하등급에 따른 장려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실제 1++등급을 출하한 농가는 ㎏당 13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무항생제) 한우에는 마리당 10만원의 친환경 장려금도 주고 있다. 최기룡 기획실장은 “친환경 한우라고해서 소비자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친환경 한우고기를 유통해야 하는 만큼 법인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고 회원농가 60곳 중 10농가가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안정기금도 눈에 띈다. 농가의 생산비 보장과 지속 가능한 한우 사육을 위해 조성하고 있는 생산안정기금은 소 한 마리 생산비에 평균 120만원의 소득을 더한 금액으로, 농가가 한우를 팔아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재원은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에서 매월 500만원을, 농가 스스로 소값이 상승했을 때 주는 장려금의 일부를 각각 기금으로 적립했다. 현재 조성된 금액은 약 6억원이다. 최기룡 기획실장은 “조합원들이 소값 폭락 걱정 없이 지속적으로 한우 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홍천한우 사랑말의 직매장에서는 시중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고기를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구이용과 드라이에이징 한우 등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홍천한우 사랑말의 직매장에서는 시중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고기를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구이용과 드라이에이징 한우 등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홍천한우 사랑말

홍천·강원지역 생산 로컬푸드·가공품 직매장서 같이 판매

홍천한우 사랑말의 직매장에서는 한우고기 외에도 다양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매할 수 있다. 로컬푸드 매장처럼 운영돼 홍천을 비롯한 강원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와 가공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신선 농산물은 5%, 가공식품은 10% 정도다. 통상 수수료가 15%에서 최대 25~30%인 점을 감안하면 저렴하다. 좋은 제품을 보유한 가공업체 또는 농민들이 낮은 수수료로 입점하면서 월 매출이 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구매율도 높아졌다. 지역사회를 단순히 한우를 소비해주는 소비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함께 상생하는 동반자라는 인식 하에 운영한 결과다.

여기에 먹거리 취약계층에게 한우를 공급하고 문화가 없는 농촌 노인들의 체육대회 지원, 아이들에게 장학금 기부, 산모에게 한우 선물 등도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따뜻한 나눔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기룡 실장은 “우리는 좋은 제품을 생산하지만 규모가 작고 판로를 못 찾고 있는 가공업체를 발굴하고 소규모 농장의 농산물을 우선 매입한다”며 “소규모 농가들과 가공업체를 돕자는 취지로 로컬푸드 매장에는 지역과의 상생을 꿈꾸는 우리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조합은 소 비싸게 사서, 잘 팔아주면 돼”
#인터뷰/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나종구 대표이사가 농장에서 한우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고 있다.
나종구 대표이사가 농장에서 한우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고 있다.

“생산비를 보장받기 위해 
농가들 직접 유통 뛰어들어
적절한 수익 보장이 중요”

2010년대 초반, 소값 폭락으로 농가들은 소를 팔아도 남는 게 없었다. 사료값도 제때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불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농가들 입장에선 허탈했다.

그렇게 출발한 것이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이다.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한우가격이 폭락했으면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수입육 시장이 확대되는 등 쇠고기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었다. 결국 농가들이 좋은 소를 생산해 제값을 받고 팔자는 목적으로 영농법인을 만들게 됐다”며 “생산비를 보장받기 위해 농가들이 직접 유통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농사만 짓던 농가들이다보니 출범 초창기에는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부딪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료공장과 육가공센터 등을 추가로 설립했다. 결국 지난해 정육식당에서만 1400두의 한우를 판매하는 등 탄탄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영농법인으로 자리 잡았다. 나종구 대표는 “정육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기(구이류)가 잘 팔리는 만큼 비선호부위가 남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홍천한우사랑말의 정육식당은 전국에서 소를 가장 많이 파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홍천한우 사랑말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덕분이다. 나종구 대표는 “처음 법인을 설릴 때부터 조합원들과 수익을 내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했다”며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배당하면 잘하는 것으로 아는 인식은 농축협 때문에 나온 것이다. 조합은 소를 비싸게 사서 잘 팔아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영세한 가공업체들과 소규모 농민들은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우리가 저렴한 수수료로 그들의 제품을 팔아주면 소비자들도 다양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농가들의 수익을 보장해준 점도 주목받고 있다. 나종구 대표는 “농가들은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가들이 나서 생산안정기금을 조성해 소값이 폭락해도 생산비 이상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안전판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거세와 수정 등을 지원해주고 있고 내년부터는 수의사와의 계약을 통해 질병 관리도 시행한다”며 “농가들이 소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이 안하니깐 우리 법인이 달라 보이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경영 철학과 사업방향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나종구 대표. “10년 후 전국에서 가장 멋있고 훌륭한 영농조합법인, 좋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실현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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