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튜버, 그것이 알고싶다] 부여 블루베리 농가 김영진 씨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2~3분 길이의 짧은 영상에
농업정보는 물론 일기 등 담아
흡입력으로 구독자 사로 잡아

북적이는 농업·농촌 꿈꾸며
귀농에 관심 있는 청년 대상
보통의 일상 가감없이 보여줘

“제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건 농업에 뛰어드는 혹은 들어올 후배들이 제 영상을 보고 저보다는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에요. 더 많은 친구들이 농업·농촌에 들어와야 농촌도 유지되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잖아요.”

유튜브에서 ‘시골에서 살아남기’ 채널을 운영하는 김영진(27) 씨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 한국농수산대학 재학 시절부터 SNS에 대학생활과 농업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팔로워가 점차적으로 늘었다. 

‘시골에서 살아남기’ 채널을 운영 중인 김영진 씨. 김영진 씨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고, 아픈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치유 농장을 세우는 게 꿈이다.
‘시골에서 살아남기’ 채널을 운영 중인 김영진 씨. 김영진 씨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고, 아픈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치유 농장을 세우는 게 꿈이다.

그렇게 대학생활과 SNS 활동을 열심히 하다 2017년에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 1400평 규모로 블루베리 농장(부여베리랜드)을 세웠다. 처음 1년 동안은 농사에만 집중했다. 농사를 짓다보니 생활에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특히 농촌에서 가장 값진 시간은 저녁이었다. 도시에서는 저녁에 할 게 많았지만, 농촌에서는 저녁이 되면 마땅히 할 게 없었다. 그래서 값진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유튜브 관련 독학을 시작했다. 

2018년 9월 26일에 핸드폰으로 일상을 찍고 편집한 영상을 ‘농부 김영진’ 채널에 처음 올렸다. 이후 연습 겸 몇 편의 영상을 더 올렸지만 단순히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구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따라서 김영진 씨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했고 ‘김영진의 농터뷰’와 ‘귀농 도움이 될 만한 영상’, ‘농업&생활 꿀팁!’과 ‘농+VLOG’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영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구독자는 6000명까지 올라갔지만 증가 속도가 더뎠다. 유튜브 알고리즘 노출을 위해서는 일정 주제가 있어야 했는데 ‘농부 김영진’ 채널에는 주제가 중구난방인 까닭에 노출이 쉽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최근에 ‘시골에서 살아남기’라는 채널을 다시 만들고 2~3분 길이의 짧은 영상만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영상을 보는 시간은 2~3분인데 기존에는 10분이 넘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고 사람들이 끝까지 시청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그래서 영상을 2~3분 길이로 흡입력 있게 만들어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구독자들의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지금 ‘시골에서 살아남기’ 채널에는 농업 정보와 농업 썰, 일기 등 한정된 주제로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장비도 미러리스 카메라와 드론, 액션캠을 활용하고 편집 실력도 발전해 과거에 올린 영상보다 더 볼거리도 많고, 귀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짧고 이해하기 쉬운 영상이 업로드 돼 있다. 

특히 귀농에 관심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귀농·귀촌 유튜버들은 1년에 얼마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농촌 살이가 힘들지 않다는 등 희망차고 긍정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시골에서 살아남기’ 채널에서는 오히려 현실적인 부분만 보여줌으로써 후배들에게 귀농·귀촌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김영진 씨는 “나도 농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억대농부 이런 영상들을 보며 장밋빛 꿈을 꾸었지만 막상 농업·농촌에 들어와서 느낀 건 그런 사람들은 1%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내가 올린 영상의 목적은 더 많은 후배들이 영상을 보고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하고, 그런 친구들이 많아져 함께 사람이 북적북적 거리는 농업·농촌을 함께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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