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튜버, 그것이 알고싶다/연천 토마토농가 정기윤 씨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농사짓는 모든 과정 담아
함께 울고 웃으며
잠재적 고객과 친밀감 쌓아

연고도 없는 나 같은 사람도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다는
용기 북돋워 주고 싶어


주인공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이 담긴 소년 만화는 모든 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최근 소년 만화와 닮은 한 농튜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농튜버 ‘농사왕 재배맨’은 농장을 세울 때부터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구독자들은 농사왕 재배맨의 영상을 보고 함께 웃고 슬퍼하며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구독자 수는 약 1만5700명으로 초대형 유튜버와 비교하면 적은 수지만, 영상에 달린 수많은 소통하는 댓글을 보면 구독자의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유튜브에서 ‘농사왕 재배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정기윤 씨. 정기윤 씨는 경기 연천군 미산면 유촌리에 위치한 ‘농사왕 재배맨의 일년감’ 농장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농사왕 재배맨’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정기윤 씨. 정기윤 씨는 경기 연천군 미산면 유촌리에 위치한 ‘농사왕 재배맨의 일년감’ 농장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농사왕 재배맨 채널을 운영하는 건 정기윤(26) 씨다. 그는 현재 경기 연천군 미산면 유촌리에서 2100평 규모(하우스 9동)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18년에 연고나 지인이 없는 연천에 자리를 잡고 농업을 시작했다. 그가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건 그해 마지막 날이었다. 어떠한 기반도 없이 오로지 빚으로 시작한 청년농업인이 기성 농업인에 비해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난 게 유튜브였다. 당시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때인데 영상 제작자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소통을 하며 친밀감을 쌓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유튜브를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정기윤 씨의 설명이다. 

그가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은 모두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촬영과 편집을 독학으로 배워 하다 보니 초반에는 영상의 품질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높은 품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영상이 가득하다. 그의 영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농업·농촌에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재배로그’와 ‘재배맨 농장 이야기’이다. 일기 형식의 영상에는 정기윤 씨가 농사를 지으며 실패하는 모습과 또 실패를 경험삼아 발전하는 모습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어 구독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정기윤 씨는 “새내기 농업인 입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정작 나는 괴롭지만,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는 순간 좋은 컨텐츠가 되기 때문에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라며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올리면 구독자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이들이 곧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변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년창업농을 찾아가 재배 작목과 수익, 애로사항과 꿈 등을 트럭 위에서 진솔하게 인터뷰한 ‘재배맨의 농터뷰, 포터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농터뷰는 정기윤 씨가 애착을 가지고 제작하는 콘텐츠인데 더 많은 청년창업농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꾸준히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사과 판로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는 친구의 사과로 당도를 측정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구독자들 덕분에 완판이 돼 뿌듯했다는 게 정기윤 씨의 설명이다.

유튜브를 하다보면 단점도 있다. 오해와 악플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이 유튜브를 하면 돈을 많이 버는 줄 오해하고 있다. 때문에 몇몇 영상에는 ‘영상 올릴 시간에 농사에나 집중해라’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기윤 씨는 이런 댓글을 보면 오히려 더 힘이 난다고 한다. 부정적인 댓글이 원동력이 돼 더 농사도 열심히 짓게 되고 영상에 대한 욕심도 더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농업·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또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라며 “비록 자극적이고 재미로 가득한 영상은 아니지만, 한 청년이 농업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지켜봐주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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