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인삼 없애야 우리인삼 산다”

지난달 27일 부산 신평동에 있는 산업폐기물 처리공장 ㈜젝시엔. 오후 3시가 되자 인삼박스를 가득 적재한 8톤 트럭 2대가 정문을 들어섰다. 부산세관에서 인계된 밀수인삼 14.8톤이 폐기처분을 위해 도착한 것이다. 금액으로 3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 밀수인삼을 보자 기다리고 있던 농민들과 소비자단체, 수출업체 대표 등 50여명은 일제히 ‘밀수인삼 박살내고 밀수업자 소각하자’고 성토했다.

밀수인삼 폐기장에 모인 경작농가와 소비자들이 '밀수인삼 근절과 밀수업자 소각' 등을 외치고 있다.

농민·소비자단체, 수출업체 대표 등 50명 목청산업폐기물공장서 ‘14.8톤 37억어치’ 첫 폐기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던 농민들의 시선은 뜯어진 박스에서 밀수인삼(홍미삼, 백미삼)이 쏟아지자 분노로 변했다. 이들은 “밀수인삼이 유통질서를 무너뜨리고 경작기반을 붕괴시킨다”며 박스를 거칠게 풀어헤치고 발로 짓밟았다. 이날은 올해부터 밀수인삼은 무조건 폐기하기로 한 농림부의 결정에 따라 첫 번째 공개소각이 이뤄졌다. 실무를 맡은 농협이 세관에서 인수받아 공식 폐기했다. 소각장에서는 한국농업경영인 금산군연합회 김기윤 회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경작인들과 YWCA 부산지부 산하 한국부인회, 주부클럽연합회 등 우리농산물 지킴이(명예감시원) 10여명, 고려인삼수출진흥협회 등이 참석해 ‘밀수인삼 유통방지 결의대회’를 가졌다. 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출장소와 농협인삼검사소, 인삼제품협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김기윤 한농연 금산군연합회장은 인삼수출협회 금시 회장이 동참한 결의문 낭독에서 “인삼 경작인들은 혼탁한 국내 유통환경과 수입개방 확대, 밀수인삼 급증으로 인삼농사를 계속할지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고려인삼의 위기공감과 성가유지에 모든 역량발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으로 생산·소비자 보호 △밀수인삼을 사지도 팔지도 않을 것 △정부의 밀수업자 소각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밀수인삼 사지도 팔지도 말자’, ‘밀수인삼 근절하여 소비자를 보호하자’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임종관 한농연 금산군연합회 사무국장 선창으로 ‘밀수인삼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금산 추부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정효동 경영인은 “국민들에게 밀수인삼을 알리기 위해 참석했다”며 정부의 근절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고광섭 한농연 금산군연합회 수석부회장도 “밀수인삼의 향을 맡아보니 국산과 비교할 수 없는 저질품”이라며 “결국 소비자 불신만 키우는 만큼 절대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산물 명예감시원 배영자 씨는 “밀수인삼은 향이 없고 약품 처리된 것 같다”며 “정부가 철저히 단속해 우리 인삼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현대 농협 인삼검사소장은 “중국의 홍미삼과 백미삼 가격은 6000원 정도인데 반해 국내 유통가격이 12만원 선이어서 밀수가 성행한다”며 단속을 강조했다. 농림부 채소특작과 서영주 담당은 “그동안 밀수인삼은 세관과 검찰에서 안전성 검사 합격품은 공매했으나 유통과정에서 원산지 둔갑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올해부터 농림부가 전량 회수, 폐기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밀수인삼 적발은 74톤으로 이중 42톤이 공매됐고 올해는 6월까지 53.3톤에 달한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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