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콜레라 등 질병 발생 악재에 돼지값 생산비 이하 형성 장기화

작년 9월 이후 돼지값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자금 및 상호금융 상환기간 도래, 사료연체율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양돈농가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한달 수입으로 이자·사료비 연체료 갚기도 빠듯“20여년간 돼지만 키우면서 하루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는데….”전북 임실의 박모씨(53)는 최근 평생을 바쳐 종사해 왔던 양돈업에서 손을 떼게 생겼다. 아침 7시 농장에 나가 밤늦게 까지 새끼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시간은 새벽 3~4시를 넘기기가 일쑤였고 말 그대로 돼지밖에 모르고 돼지에 희망을 걸고 살았다. 하지만….8년 전에 빌린 정책자금 2억5000만원과 농협상호금융 2억5000여만원, 2000년 이후 반복된 구제역 돼지콜레라, 연이은 경기하락, 돌아온 사료연체비 3억여원. 박씨에게 남은 것은 부채 8억원과 연대보증을 서준 동생이 월급을 차압당했다는 사실이다. 박씨 농장은 돼지 2000두 규모로 월 조수익이 4000만원 선으로 일반농가와 비슷한 수준. 인건비와 사료비, 관리비 등을 제하면 월 순수익은 500만~600만원이다. 하지만 박씨가 매달 갚아온 이자는 농협 상호금융 이자 300여만원, 사료비연체료 200여만원에다 정책자금 이자 100여만원까지 합해 월 600여만원, 일년 평균 7000여만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도 빠듯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그간 여신으로 사료를 밀어주던 사료업체마저 외면, 돼지는 모두 유통상에게 팔려나가고 농장은 경매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일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박씨는 농장이 부도처리 되더라도 위탁사육이라도 해 보고 싶지만 이마저도 사료회사의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이어서 텅빈 돈사만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양돈관계자들에 따르면 90년도 이후 정책시설자금을 받아 1000두 이상 규모로 양돈을 시작한 농가가 기본적으로 지고 있는 빚은 3억 이상이다. 지난해 3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가축통계조사 결과 1만8641호에 달하던 양돈농가가 올 3월 조사에서 1만6148호를 기록, 2493호가 부도 등으로 양돈업을 접었다. 이천지역에서 모돈 125두 규모를 사육해 왔던 김모씨도 사료비 연체로 양돈장을 처분했다. 사료회사가 사료판매와 동시에 농장부지를 공증, 사료비가 여신한도 이상까지 연체를 거듭하자 사료회사가 공증된 농장부지를 경매 처분했다는 것. 인근의 양돈농가들도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생산비 이하 상황이 약 8개월간 지속되면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 이 지역 한 양돈농가는 “특히 이 기간 내에 정책자금 상환이 도래한 상당수의 농가들이 대부분 농협 등의 상호금융을 이용, 일명 둘러치기식으로 정책자금을 상환, 연평균 저돈가 상태가 장기화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다.이에 양돈관계자들은 “경영 악화를 보이고 있는 양돈장들은 대부분 정책자금, 농협 상호금융, 사료업체 등에 부지, 현물 등이 함께 공증 또는 유체동산점유 이전 금지 및 처분 가처분 신청이 돼 있어 한번 경영이 어렵게 되면 헤어나기가 힘들다”며 “경기변화에 따라 탄력적인 정책자금 상환시기 연장, 상호금융 이자율 인하 등을 통해 어려움에 빠져 있는 양돈농가를 적극 지원해야 하며, 일부 사료업체들의 고리대 같은 사료비 연체율도 업체 스스로 축산업 상생차원에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진우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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