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원년인 98년의 수산업은 그 어느 해보다도 혹독한 시련의 해였다.고비용 저효율의 구조가 강제되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영기반을 가지고 있던 어민 등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것. 게다가 새 한·일협정 체결은 수산업계를 더욱 벼랑끝으로 몰아세웠으며,미국, 유럽 등을 비롯한 수산선진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산물의 조기개방화 압력은 수산업계에 ‘제2의 UR’이라는 위기 의식을 갖게 했다. 이같은 국내·외의 시련과 압력속에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적극성이 없는,미온적인 수산정책은 어민을 더욱 피해의식속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갯벌을 비롯한 어장환경의 중요성과 우리나라 연근해수산업을 왜 육성해야 하는가가 어민들의 인식속에서 제고됐으며, 일반 국민들도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는 한 해가 됐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수산업계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기름·사료·자재비 급등 연초 어민들은 기름값과 어망, 낚시 등의 자재비가 전년도 대비 평균 30∼50%이상 오르자 고기를 잡으려는 의욕이 꺾여 버렸다. 그래도 비용이 든 만큼 고기값도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겨우겨우 조업비용을 마련해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인 소비위축과 수입수산물의 범람으로 고기값은 오히려 떨어져 출항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돈을 버는 상황에이르러 항·포구에는 정박된 선박으로 꽉 메워졌다. 5월까지의 조업활동이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느냐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어가소득은 당연히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다. 해수면이나 육상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은 기름값등에다가 연초 40%이상 오른 사료가 인상을 견딜 수 없어 치어 생산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해양수산부는 98년도 어가소득을 97년 2천33만1천원보다는떨어지지 않았다고 잠정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계는 해수부의 98 추정 어가소득은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등 소득감소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 지표를 넣어 산출했을 때는 1천9백만원 이하로 떨어졌다고주장하고 있다. 어가소득이 떨어졌으니 어가부채가 증가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새 한·일어업협정 체결 이같은 IMF체제하에서 신음을 하던 어민들에게 1월 23일 일본의 일방적인한·일어업협정의 파기 통보는 또 다른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우리어민은 일본 연근해에서 해마다 20만톤(정부 추정치) 이상을잡아왔으나 협정 파기로 그 보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협정파기와 함께 일본의 계속된 우리어선 나포행위는 어민의 조업활동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결국 지난 9월 25일 새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돼북해도어장 완전 상실과 대화퇴어장의 절반이상 상실, 그리고 양 국가가 설정한 중간수역을 제외한 일본 근해어장을 완전 상실하게 됐다. 이로 인해우리어민이 입게될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정부는 연간 1천3백90억원으로추정했으나, 수협은 어장상실에 따른 직접피해액 2천4백5억원, 어획물을 원료로 하는 수산가공업계 등의 간접적 피해액 2천6백9억원 등 총 5천14억원의 피해를 산정했다. 어민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향후 수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협정체결안에 대한 국회비준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지만 비준 통과여부에상관없이 수산업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기존 수산예산을 전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여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수산물 조기개방 압력 아·태경제협력체(OECD)의 회원국가중 수산선진국가의 수산물 조기개방화요구는 수산업계에 ‘제2의 UR’이라는 태풍으로 다가서 왔다. 지난해 7월1일 수산물 전면 수입자유화 충격속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었던 것은 관세조치였던 것으로 비추어 볼 때 수산물 전품목에 대한 무관세화 압력은 수산물생산기반을 송두리 째 흔들어버리는 충격이기 때문이다.다행히 올 11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OECD 각료회의에서 조기개방화 논의가 무산돼 세계무역기구(WTO)의 차기 논의 과제로 넘겨지긴 했지만 당시 우리측 대표의 수산물 85%의 조기개방화 의사 표명으로 정부의 수산정책의 신뢰도가 땅에 곤두박질 당했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한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민들을 비롯한 수산업계는 정부정책에 의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자립기반을 만들어야 존립할 수 있다는 뼈아픈 자성의 기반이 생성되기도 했다”고 말했다.정부, 미온적 수산정책 이같은 내우외환속에서 수산업계를 더욱 피해의식에 빠지게 한 요인은 정부의 수산정책과 어업진흥정책이었다. 해수부는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해양의 해’라며 해양수산부문 4대과제를 제시, 해결해 나가겠다는 당찬 의지를 연초에 보였다 4대과제는 △해양자원의 관리강화와 해양자원 적극 개발 △해양환경보전과 해양안전 확보 △해운·항만산업의 경쟁력 강화 △수산업의 구조조정과 어촌의 체계적 개발 등이다.올해 어민들이 당한 고통과 견주어 볼 때 해수부의 이같은 4대과제를 보고수산부문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 수요자와완전 괴리되는 정책이 불신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 최근에 어민들을 비롯한 수산업계가 해수부를 더 이상 수산부처가 아니라는 불만을 표출하고있는 것은 올해 해수부가 이들에게 보여줬던 당연한 대가라는 것이다.다행히도 올 한해는 갯벌에 대한 중요성이 국민적 공감을 얻었고, 우리나라연근해의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의식이 수산업계 내부에서 발현됐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98년이 끝나가는 12월. 수산업계는 올해보다 더 이상 악조건일 수는 없을것이라는, 99년에 다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