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신 한·일 어업협정이 양국간에 서명되고, 올 1월 22일협정이 발효된 이후 지난 17일 추가협상이 완료,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대처가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는 테마가 우리 나라 수산업계에 던져졌다. 어민은 정부를 못 믿고, 정부는 어민을 신뢰하지 못하는 가운데 깊이 패어진 불신의 골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정부및 수산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새로운 수산진열을 정비, 위축될대로 위축된 어민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 일본의 한·일 어업협정의 파기로부터 신협정이 발효되고, 어업조건 등구체적 실무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것 중 가장 심각하게 대두된 문제점은 우리 나라 수산분야 전문 인력의 부족 및 비효율적 수산행정 시스템이다. 과거 수산청 시절 중공업 제일주의로 인한 산업간 불균형 발전과정에서특히 수산업이 가장 천시됐고, 군사문화의 폐단인 낙하산 인사로 인해 수산인력을 양성해 낼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여기에다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을 합해 만들어진 해양수산부는 올해 출범 3년째를 맞기까지 인사부문에서 수산은 해운·항만의 곁다리로 모양새만 갖췄다는 것. 이런 원인으로 최근 해수부 전체 인력 3천9백36명 중 수산인력은 2백39명뿐이며 더욱이 수산관련 국제통상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국제협력과와어업진흥국내에 6∼7명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 내에서 우리 나라 수산업의현실을 파악, 수산정책을 능동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있는 전문 수산인력은 ‘열 손가락 내에 든다’는 지적이다. 이번 어업협정의 실무협상에서 우리측 대표단은 박규석 해수부 차관보,오순택 어업진흥국장, 천인봉 어업진흥과장, 김이운 서기관으로 구성됐다.협상진행 과정에서 이들 대표단 중 한 명은 어민들의 원성을 높이 샀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수부의 협정 실무협상팀 중 모든 자료를 취합하는 역할을 담당한 이 관계자가 어업현장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쌍끌이 문제가 발생할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추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해수부 인사에서 오 국장을 해임, 수산 전문지식을 갖춘 마땅한 인물이 없어 중요한 때에 어업진흥국장 자리가 한 동안빈 것은 시의성이 없는 잘못된 인사이기 전에 수산인력의 절대적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수산행정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연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해수부가 시·도에정책집행 관련 지시를 했을 때 지자체의 집행 과정 및 결과물은 해수부의의도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일이 흔하다는 것. 지자체가 각 지방 수산업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해도 해수부의 수산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는 지방 공무원은 중앙 공무원 업무를 이해 못하고 중앙 공무원은 지역 수산업 현황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규석 차관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인력 교류가 안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인사교류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수산업계도 정부의 탁상행정 근절을 위해 앞으로 수산공무원은 기술직을제외하고는 지방 수산현장에서의 의무복무 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수부의 출연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도 어업협정과 관련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 이다. 협상과정에 필요한 아무런 자료도 내 놓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개발원 조직의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평가이다. 또한 어선수, 어획실적, 수산물가격, 출어척수, 입어지역 등 수산업과 관련한 제반 통계자료의 부정확성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어민들이 제출한 통계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밝히고 있다. 어민들도 정부가 밝힌 통계는 전혀 믿을 만한 게 못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수산통계를 수산단체나 어민들에게 의존하고 있고, 어민들은입출항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산지 위판장 가격을 포장하고 있어 상호불신은 당연하다. 따라서 정부의 수산통계 집계시스템의 새로운 구축과 어민의 능동적인 협조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제 바다도 주인이 생겼다. 그동안 주인 없는 어장에서 마음껏 고기를잡았던 어민들은 이제 관계규정을 지켜야 하며, 어장도 대폭 축소돼 스스로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새로운 어업관리를 위해 그동안 남발한 어선 수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어장과 어자원 양에 맞는 어선 세력을 정확히 분석, 남는 어선세력을과감히 줄이는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김정경 기자 kimj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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