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업용 필름 재료 EVA수지 
작년대비 가격 34.1% 오르고
수급 불안, 원료확보도 어려워 

농협 등 계통공급가 동결했지만
제조사들 가격인상 압박 받아

원유 및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농업용 자재의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영농철을 앞두고 농업용 필름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는 30% 가량 상승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업용 필름업계는 지난 1월 계통공급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경기침체와 농산물 소비위축,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여파 등을 감안해 농가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수지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업용 필름 제조사들이 가격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제조업계에 따르면 석유에서 추출해 플라스틱 원재료를 생산하는 유화업체들이 농업용 필름에 사용되는 VA(초산비닐아세트)함량 3%인 EVA수지의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EVA(VA함량 3%)수지의 2020년 평균가격이 1㎏당 1626원에서 2021년 3월 현재 2180원으로 34.1%가 인상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농철을 맞아 멀칭용 필름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영농철을 앞두고 농업용 필름을 제조할 원료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EVA수지의 국제가격은 2020년의 경우 1톤 기준 1800달러 전후에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2600달러까지 올랐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세계 경제가 백신접종을 계기로 소비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자재 국제가격이 상승추세라는 것이다. 즉, 농업용 필름의 원료인 EVA수지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주요소재로 태양전지 시트 등에 이용되는데, 중국, 인도 등지에서 이런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업용 필름업계 관계자는 “1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어 농업용 원료를 공급받아왔는데, 우리나라는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해 있어 지금까지의 물량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EVA수지의 국제가격이 상승하면서 유화업체들이 농업용 보다는 단가가 높은 수출용으로 물량을 돌리는 추세”라고 전한다. 국제 원자재의 수급불균형이 과거 오일쇼크를 방불케 할 수준이라서 기업이나 농업인들의 경영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초 미국 텍사스지역의 한파로 인해 석유화학 생산시설이 셧다운(가동중단)이 되면서 공급차질을 불러와 석유화학 원자재의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3월 초순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가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올 4월 이후에는 가격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 “농자재 계통구매를 주관하는 농협경제지주 측과 조만간 가격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조원석 농협경제지주 시설자재팀장은 “업계의 요구는 듣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가격협상은 진행하되 코로나19에 따른 현장농가들의 어려움도 감안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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