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베트남산 당근 수입금지 
3달 만에 조건부 허용됐지만
지난 2016년에도 제한 이력
중국 푸젠성 당근도 금지 중 

베트남산 물량 못 들어오자
시세차익 노린 중국산 안 풀려
‘대과’ 가격 국내산 뛰어넘기도 

수입 증가로 국내 재배면적↓
당근 자급률 높일 대책 시급

원활한 물량 공급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수입 당근의 특징마저 무너지고 있다. 병해충으로 인한 수입제한 조치가 빈번하고, 한 국가에서 수입이 금지되면 시세 차익을 노린 다른 국가산 물량도 잠그는 등 당근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는 것.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수입산으로 인해 면적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국내산 당근에 대한 자급률 유지 필요성도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당근으로 대표되는 베트남 기주식물에서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검출돼 지난해 12월 18일 선적분부터 수입제한(금지) 조치된 베트남산 당근이 3월 4일 선적분부터 조건부 허용됐다. 식물검역증명서에 바나나뿌리썩이선충 무감염 증명 및 원산지를 부기하면 수입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앞서 2019년 3월 중국 푸젠성(복건성) 당근도 같은 사유로 수입이 금지됐고, 지금까지 푸젠성 당근 수입제한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손주용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과 농업사무관은 “수입제한 조치 이후 베트남 측에서 여러 차례 해명, 대응을 했다. 베트남에선 자국 내에서 뿌리썩이선충이 발견된 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베트남으로 들어온 것이란 자료를 보냈고, 주변 예찰, 폐기 등 시스템적으로 처리를 한 뒤 위험평가도 해 조건부로 수입 허용을 했다”며 “다만 아직 중국 복건성 당근은 그러한 자료나 대응 등이 접수가 안 돼 수입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뿌리썩이선충 분포 지역이 중국 내 있다 보니 해명이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석 달도 안 돼 베트남산 당근 수입이 조건부 허용됐지만 베트남산 당근은 2016년 9월에도 같은 이유로 수입제한 조치됐고, 이듬해 1월 현재와 같이 조건부 허용됐다. 주 수입국 당근에서 계속해서 수입 제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베트남산 당근 수입제한 조치가 예상보다 빨리 풀렸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예상 못 하고 시장에 풀리지 않은 중국산 당근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당근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산 당근이 수입 제한돼 있음에도 중국산 당근도 시장에서 많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한다. 2~4월에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베트남산 당근이 수입 금지돼 더 시세가 높아질 것이란, 즉 시세 차익을 노리는 몇몇 중국산 당근 업계에서 수입 후 국내 시장 물동량을 잠갔다는 것이다. 

이덕범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사는 “중국산 당근의 경우 수입은 됐지만, 시장에는 풀지 않은 물량도 많다. 베트남산 물량이 못 들어오니 시세가 더 오를 것이란 판단 때문에 그런 움직임이 일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최근까지 중국산 당근이 국내산 당근과 시세가 비슷하거나 왕자(대과)의 경우 시세가 더 높게 형성되고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산 당근이 국내산보다 가격이 높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며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한 번 걸리면 다시 수입이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베트남산 당근은 너무 빨리 풀린 감이 있다. 당근업계에선 정치적으로 뭐가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수입산과 국내산은 소비 영역이 나뉘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산지에선 수입당근이 국내산 당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힌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1농업전망에서도 농업부문 전망모형(KREI-KASMO) 추정 결과 당근 재배면적은 2021년 2756ha에서 2030년 2534ha로 연평균 0.9%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주된 요인을 ‘수입 증가 영향’으로 들었다. 이 기간 당근 수입량은 10만3000톤에서 11만톤으로 연 평균 0.7%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양성집 제주 구좌농협유통센터장은 “현재 당근 수요가 국내산과 수입산 시장이 양분돼 있다고 해도 수입산이 늘어나면 국내산 당근에 직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몇몇 채소 품목처럼 현재 식자재 위주로 유통되는 수입 당근을 소비자가 많이 접하게 되면 언제든 가정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고,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산 당근 재배면적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현상도 그런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2년 전 중국 복건성 당근과 이번 베트남 당근의 수입금지 조치에서 봐도 알 수 있듯 수입 당근은 언제든 수급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며 “또 당근 재배면적이 줄면 무 등 다른 품목 면적이 증가해 연쇄적인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국내산 당근 자급률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당근 수입은 2000년 1만459톤에서 2010년 8만2658톤, 2020년 10만1253톤 등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이 중 중국산 당근이 2010년 8만2634톤에서 2020년엔 8만9515톤으로, 베트남산 당근은 같은 기간 24톤에서 1만1738톤까지 급증했다. 특히 베트남산 당근은 한·아세안 FTA로 무관세로 전환됐고, 중국산보다 저렴해 앞으로 수입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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