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모 /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장

[한국농어민신문]

농촌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방법은 ‘주민이 살기 좋은 행복 삶터’로 바꾸어 내는 것입니다. 일자리, 주거, 복지, 의료, 문화, 교육 등 이른바 ‘삶의 질’과 관련한 대책이 중요합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종합대책이 되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많은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뾰족하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농업‧농촌에만 국한된 방안과 노력은 현재의 어려움 극복에 실효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촌학교에서 시작한 농촌재생의 의미있는 실험

그래서 함양군의 서하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서하초등학교는 학생수 10명 3학급으로 폐교 위기였습니다. 2019년 말 주민들이 나서 ‘학생모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학생에게만 집중’했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한계를 반면교사로 삼았습니다. 학부모를 움직여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학부모 대상으로 주택제공과 일자리를 알선하고, 아이들에는 장학금 등의 혜택을 준비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학생모심 활동을 펼쳤습니다. 10명이던 학생이 2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전입자가 53명에 달합니다. 그러자 인근 중학교도 학생이 늘고 농촌사회는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농촌의 문제를 도시의 필요와 결합하여 재생을 실천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지난달 말에는 ‘농촌 유토피아를 위한 주거플랫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비되지 않는 농촌을 위한 전략의 전환이 필요

그동안 우리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교류와 체험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 왔습니다. 농촌지역과 마을의 여러 자원을 상품화하여 도시민에게 판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와 체험은 대부분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농촌은 ‘소비’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지 반성도 필요합니다. 농촌과 도시가 서로의 필요에 근거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농촌과 도시는 이질적이고, 독자적인 사회적 공간이 아닙니다. 농촌과 도시를 상호 유기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농촌의 필요와 도시의 수요를 활동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불완전하고 분리된 농촌과 도시라는 객체를 넘어 서로의 필요를 충족하는 상생의 가치를 발현시켜 나가야 합니다. 상호관계(망)를 통해 공동의 선(이익)을 구현해나가는 영역과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농촌지역이라는 ‘공간’에서 먹거리와 어메니티(생활 편의 시설)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이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이제 단순하고 평면적이며 일회적인 ‘도농교류’를 넘어 ‘도농융합’으로 혁신해 나가야 합니다.
 

마을만들기 혁신을 통한 도농융합의 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전라북도는 지난해부터 ‘생생마을 플러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시민의 농촌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두 번째 삶터’ 전략입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고 싶은 사회변화에 주목하였습니다. 농촌에서 농사짓기, 자연에서 자급하며 건강히 살고 싶은 도시민의 수요에 기존 농촌마을을 결합시키는 방식입니다. 귀농인의 집을 활용해서 일정 기간 문화예술인과 마을주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도시지역의 개인과 조직의 재능기부를 결합하여 어르신과 장애아동을 돌보는 힐링 네트워크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소셜다이닝, 치유 프로그램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으로 성과를 논하기가 이르지만, 도시와 농촌의 융합을 위한 혁신사례임은 분명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필요‧수요를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갖는 혼성적인 공간과 활동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공동선(共同善)과 공공성(公共性)은 상생의 관계망 속에서 구현되는 것입니다.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농교류를 넘어 도농융합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사회혁신 실험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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